단어장 앞에서 좌절하는 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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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녹아




책상 위에 놓인 일본어 단어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쉽니다. 어김없이 어제 외웠던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죽어라고 외워도 외워지지 않는 단어들 앞에서 저는 매일 패배감을 맛봅니다.


외국어 공부는 마치 끝없는 미로 속을 헤매는 것과 같습니다. 한 걸음 나아갔다고 생각하면 다시 원 점으로 돌아가있고, 분명히 알았던 것들이 다음 날이면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버리죠. 특히 일본어의 한자는 더욱 가혹합니다. 같은 한자가 문맥에 따라 전혀 다른 읽음을 가지고, 비슷해 보이는 한자들은 완전히 다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일본어의 존경어와 겸양어 체계는 또 어떻고요. 이는 단순한 문법을 넘어 일본 사회의 위계질서와 예의를 반영합니다.


이런 문화적 뉘앙스들은 단어장으로는 절대 외워지지 않습니다. 언어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만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외국어 공부는 더욱 어렵고, 동시에 더욱 흥미진진한 것 같아요.


매일 밤 단어장을 덮으며 느끼는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수십 번, 수백 번 반복해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단어들을 보면 스스로의 기억력을 의심하게 되죠. 하지만 어느 순간 일본 드라마를 보다가 아는 단어가 들렸을 때, 혹은 일본인과 짧은 대화라도 성공했을 때의 그 성취감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외국어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영웅 같습니다. 매일 좌절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용기,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계속 도전하는 끈기, 완벽하지 않은 발음으로도 소통하려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죠. 단어 하나를 외우기 위해 몇 시간을 투자하고, 문법 규칙 하나를 이해하기 위해 며칠을 고민하는 그 모든 과정이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어를 공부하는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우리는 매일 작은 산을 넘고 있으며, 그 산들이 모여 거대한 산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저 역시 오늘도 외워지지 않는 일본어 단어장을 펼치겠죠. 어제 잊어버린 단어들을 다시 외우고, 또 잊어버리고, 또 외울 것입니다. 이 반복적이고 때로는 절망적인 과정이야말로 외국어 공부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해두죠. 언젠가는 이 모든 노력이 꽃을 피울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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