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감추는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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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녹아




사람들에게, 특히 나를 아직 잘 모르지만 잘 안다고 생각이랄지 착각이랄지를 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모든 부분을 내비치는 것은 약점이 되기 십상이라는 걸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습니다.


솔직함이 미덕이라고 배워왔습니다. 진정성 있게 살라고, 자신을 숨기지 말라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라고.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더군요. 내가 조심스럽게 내민 진심이 때로는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되돌아옵니다.


한두 번의 대화로 나를 다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확신에 찬 조언들, 그리고 아닌 척 뒤돌아 나를 향하는 화살들. 이런 것들을 마주할 때마다 저는 자신을 감추는 일에 익숙해졌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습니다. 마음속 깊은 곳의 이야기를 꺼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는 것이 답답했죠. 하지만 점차 그 보호막 같은 거리감이 주는 안전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나중엔 말하지 않길 잘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습니다. 모든 것을 다 보여주지 않아도, 모든 감정을 다 털어놓지 않아도, 관계는 유지될 수 있더군요. 오히려 더 편안해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도움을 주려는 좋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진심으로 걱정해 주고, 내 편이 되어주려는 사람들이 제 주변엔 많아서 항상 제가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어줍니다. 행운아죠. 하지만 그 외에 많은 사람들은 상대가 약한 틈을 파고듭니다. 한 번 보여준 취약함이 어떻게 계속해서 나를 정의하는 틀이 되는지를 경험하고 나니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때때로 이런 제 모습이 서글프기도 합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방어적이 되었을까, 언제부터 사람들을 경계하게 되었을까 싶어서요. 하지만 동시에 이것은 생존 전략이라는 것도 압니다. 사람을 좋게 보는, 쉽게 믿어버리는 나를 지키기 위한 방법은 나를 감추는 연습을 하는 것. 세상에서 상처받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나름의 지혜, 완전히 거짓은 아니지만 완전히 진실도 아닌 그런 모습으로요.


진짜 나를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은 버린 지 오래지만 진짜 내 모습을 보이는 것과 진짜 나를 숨기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아직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완전히 닫힌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지만, 무턱대고 열린 사람이 되기에는 너무 많이 지쳤거든요.


지금은 그 균형점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누구에게는 어디까지 보여줄 수 있을지, 어떤 순간에는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어야 할지를 배워가고 있어요. 나를 감추는 것이 나를 지키는 일이라는 걸 받아들이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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