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이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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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녹아



저는 매일 생각합니다.

집에 가고 싶다.

출근할 때부터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합니다.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은데 회사에선 오죽하겠어요? 당장 갑갑한 옷을 벗어던지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편히 누워서 피로를 풀고 싶을 뿐입니다.


그런데 왜 회식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업무가 시작되는 거죠?


회식은 업무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보는 사람들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여전히 상하관계는 존재하며, 눈치를 봐야 하는 순간들이 계속되죠. 술잔을 기울이며 나누는 대화라고 해서 갑자기 진솔해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더 조심스러워질 뿐이고요. 평소에 하지 못했던 말을 한다며 시작되는 이야기들 대부분은 결국 회사 이야기, 업무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무엇을 먹느냐는 정말 중요하지 않습니다. 삼겹살이든 치킨이든 회식장소가 고급 레스토랑이든 동네 술집이든, 내가 정말로 원하지 않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그 시간 자체거든요. 하루 종일 함께한 사람들과 또다시 몇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부담감. 자연스럽게 웃고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무감.


1인 가구의 가장인 저를 기다리는 것들이 있다고요.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청소를 하거나,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쉬는 시간. 저는 이런 소중한 시간들을 그들에게 쓰고 싶지 않습니다. 회식이라는 이름으로 침범당하는 느낌이에요.


물론 모든 사람이 저와 같지는 않을 겁니다. 회식을 통해 진정으로 동료들과 가까워지고, 그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도 분명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저 같은 사람들도 존재한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네요! 저의 상사들이.


일과 개인의 시간을 명확히 구분하고 싶은 것이 그렇게 이상한 일일까? 퇴근 후에는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것이 비사회적인 태도일까? 저는 회식 문화가 바뀌기를 바랍니다. 참여를 원하는 사람에 한해 자유롭게 참여하고,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팀워크에 문제가 있거나 소외되는 일이 없는 그런 문화 말이죠. 진정한 팀워크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믿어요.


앞으로도 저는 조용히 바랍니다. 퇴근 시간이 되면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뵐게요”라는 인사와 함께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