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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신 Sep 19. 2022

4. 바깥 취미

작전 2.




여행을 다녀온 후 나는 더욱 현실 부적응자가 된 것 같았다. 영혼은 꿈속에 덩그러니 홀로 남아 육체만 현실로 돌아온 기분.


시간이 날 때면 친구와 약속을 잡아 밥을 먹거나 카페에 가서 수다를 떨거나 했다. 누군가와 있지 않으면 또다시 꼬리를 무는 생각에 잠식될까 하여 혼자 있는 시간을 두지 않으려 했음인데, 친구와 만나는 것도 즐겁고 좋았지만 본래 혼자만의 시간으로 에너지를 충전하는 사람인 나는 어느 순간 지쳐가기 시작했다. 어디까지나 한계는 있었기 때문에 보다 활동적인 행위 중 혼자서 할 수 있는 취미라고 부를만한 것들을 시도해 봤다.












야구장 가기




야구 경기를 TV 중계로 보는 것보다 야구장 직관이 좋은 점은 탁 트인 시야, 높은 위치에 앉아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후끈한 현장감 속에 앞뒤 옆 사람 신경 쓰지 않고 목 놓아 응원하는 묘미 아닐까.


이 현장감에 매료되어 한때는 새벽 근무가 끝나기만 하면 바로 야구장에 갔다가 다시 새벽 근무를 위해 9회쯤 나오는 생활을 반복하기도 했다. 그땐 힘든 줄도 몰랐다. 혼자 가도 재미있고 친구랑 가면 더 재미있고, 목청 높여 응원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렸다. 코로나 이후 무관중 경기로 이어져 한참을 뜸하다가 오랜만에 다시 야구장을 찾은 날, 우연히 무지개를 보았다. 묘하게 나를 반겨주는 것만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나 이 취미는 경기에 졌을 경우, 한껏 끌어올려놓은 기분이 역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는데 다행히 이 날은 경기까지 이겨줬다.(겨우겨우)

목청 터지게 응원을 해서 그런가 왠지 속이 시원했다. 이제 육성 응원도 취식도 가능해졌으니 종종 가서 스트레스 좀 풀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야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들도 한 번쯤 꼭 직관을 경험해 보았으면 좋겠다. 그럼 경기에는 절로 관심이 생길 테니.











산책 및 조깅




자고로 산책의 묘미는 풍경 감상하기 아닐까. 어느새 시원한 바람이 가을이란 계절의 손을 잡고 다가왔다. 날도 좋고 하니 일단 밖에 나가 운동 삼아 가볍게 걷기 시작했다. 걷는 것만큼 좋은 운동이 없다고 하던데 평소 워낙에 운동을 멀리 한 터라 기초 체력이 바닥이었던 나는 처음엔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퉁퉁 붓고 땀이 온몸을 적셨다. 그래도 확실히 기분전환엔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나가서 여기저기 사진도 찍고 바뀌는 계절도 몸소 느끼고, 땀을 흘리고 나서 샤워를 하면 개운하기도 하고 밥 맛도 좋은 것 같았다.


그러다 하루는 다시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이 찼다. 한동안 잠잠하길래 과호흡 증상은 없어진 줄 알았는데 마음 한구석에 숨죽이고 있던 그놈은 방심한 틈을 타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 스멀스멀 올라왔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해보았으나 나아지질 않아 곧바로 옷을 갈아입고 밖에 나가 냅다 달렸다. 어차피 심장이 빨리 뛰는 김에 더 달려버리자! 하는 마음이었는데 이 방법이 자칫하면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어 좋은 방법은 아니라는 것과 내 과호흡이 공황과 비슷한 증상이라는 것은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아무튼 그날은 뛰고 나니  개운해진 기분이어서 잠을  잤던  같다. 예전엔 멋진 꿈을 꾸길 바랐는데 지금은 그저 아무런 기억도 남지 않게  자다 일어났으면 하는 마음이 훨씬 크다. 우선 운동을 꾸준히 해볼까 한다. 몸을 건강히 만들면 마음도 건강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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