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꾼 꿈>
집 앞 카페를 혼자 찾아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메뉴를 읽었습니다
조금 기다리니 정체 모를 수프가 나옵니다
"이건 내가 주문한 음식이 아니에요"
웨이터는 알았다고만 하고 수프를 다시 가져가지도
내가 주문한 음식을 새로 가져오지도 않습니다
초록 매생이와 빨간 토마토를 함께 갈아서 섞은 것 같은
이상한 수프는 오묘하고 의외로 맛있습니다
다 먹어갈 무렵 다른 음식들이 속속 차려집니다
다시 웨이터에게 내가 주문하지 않았다고 말해 봅니다
웨이터는 다른 테이블과 주문이 바뀌었나 봅니다,라고만 하고 자리를 떠납니다
모든 음식을 맛있게 먹고 계산을 하려고 합니다 주문하지도 않은 음식을 먹으라고 하고서 바꿔주지도 사과를 하지도 않고 어마어마한 금액을 나에게 청구합니다 나는 당혹스러운 표정이 되어 가고 항의를 하는데 직원은 내 말을 다 듣더니 그래도 이 가격으로 이 메뉴로 계산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내가 계산을 치르고 식당 문을 나설 때까지 기다리던 사람은 도착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인생에 대한 비유라고 잠에서 깨어 생각합니다 잊기 전에 시로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적어 두었습니다
몇 년 전의 꿈 기록입니다.
오전에 세 시간 잤는데 그 와중에 꿈을 세 번이나 꿨다.
처음에 꾼 꿈에서는 미남이가 나를 향해 달려왔는데 미남이를 안아서 빗질을 해주는 꿈이었고,
두 번째 꾼 꿈은 똥을 쌌는데 변기 물이 안 내려가서 당황하는 꿈이었고
세 번째 꿈은 편의점 옆 약국에 취직해서 즐겁게 일을 하는 꿈
똥 싸는 꿈은 길몽이라는데, 그럼 변기가 안 내려가면 그건 흉몽일까?
2020년 4월 27일에 쓴 꿈일기입니다. (복권을 샀어야 했나?)
어젯밤에는 작은 벌레들이 아주 빠르게 제 몸을 기어가는 섬뜩하고 불쾌한 꿈을 꿨습니다.
벌레가 나오는 꿈은 어쨌거나 흉몽이라고 나오더군요.
저는 해몽을 믿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꿈을 꾼 날은 찾아보는 편입니다. 해몽을 읽는 게 재미있기 때문이죠.
다행히 오늘 흉한 일은 일어나지 않은 걸 보면 꿈이 아무래도 액막이가 되어 준 건 아닐까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이자 뮤지션인 요조는 꿈을 꾼 날에는 꿈일기라는 것을 쓴다고 합니다.
흉몽이든 길몽이든 저는 꿈을 꾸었다는 것 자체가 좋습니다.
어디선가 읽었는데 사람은 자는 동안 서너 개의 꿈을 꾼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중 대부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라고요.
'꿈'이 다의어인가 동음이의어인가 헷갈려서 찾아보니 다의어가 맞더라고요.
오늘밤 모두 좋은 꿈 꾸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