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뤄진 퇴원

서맥은 이제 그만!

by 정유진

퇴원이 미뤄졌다는 말은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말과 다름 없었다. 나는 아이가 제발 무사하길 바라며 간호사 선생님의 대답을 기다렸다.


"저녁 8시쯤에 서맥이 잠깐 와서 앞으로 5일 정도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신생아 서맥은 아이의 심박수가 분당 100회 미만으로 떨어지는 상태다. 아기의 심박동에 문제가 생기면 아기가 평소보다 더 빠르게 호흡하려고 하거나 힘들어하는데 숨을 쉬는 데 노력이 많이 들어가서 가슴이 심하게 들썩이거나 입 주위가 파랗게 변할 수도 있다.


서준이는 내가 수유 연습을 할 때마다 꼭 한 번씩 서맥이 와서 내 심장을 덜컹 내려앉게 했다. 갑자기 호흡이 어려워져 아이의 입 주위가 파랗게 변할 때면 초보 엄마인 나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이러다 아이가 숨을 못 쉬게 되면 어쩌나 걱정이 돼 눈물부터 나왔다. 간호사 선생님을 다급하게 부르고, 한참 지나서 아이가 진정이 되면 그제서야 덜컹거리던 심장이 차분해졌다.


"아이가 그럼 지금은 괜찮은가요?"

"네. 심한 정도는 아니니 안심하셔도 돼요. 이대로 퇴원해서 집에 간 뒤에 서맥이 오면 안 되니까 병원에서 좀 더 지켜보려는 거예요."


오늘 서준이가 너무 잘 먹어서 오후 2시에 75cc나 먹였다고 했는데, 갑자기 양을 늘린 게 서맥의 원인은 아닌지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모유 유축과 기도, 두 가지 말고는 없어 더 마음이 아팠지만 울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병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아이는 평온히 자고 있었다. 오늘 수유 연습 때는 서맥 없이 잘 먹길 바랐다. 서준이는 오늘 50cc를 20분 안에 다 먹었다. 비타민과 철분제를 탄 것 30cc를 금세 먹고는 나머지를 먹는 동안은 졸고 있었다. 기특하게도 끝까지 다 먹고는 잠이 깨서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고 날 보며 방긋 웃어보이기까지 했다. 아이의 미소 앞에서 발길이 더 떨어지지 않아 내 품에 좀 더 안고 놀아주다가 1시간이 지나서 나왔다. 서맥 없이 잘 먹어준 서준이에게 너무나 고마웠다.


남편은 아침 면회를 다녀왔으니 저녁엔 가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서준이가 걱정돼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저녁에도 병원으로 향했다. 내 걱정과 달리 아이는 평온하게 자고 있었다. "도담아"라고 부르자 신기하게도 바로 눈을 떴다. 그리고 갑자기 울며 보채서 왜 그런가 했더니 배가 고파서 그런 거라고, 간호사 선생님이 모유를 가져다 주었다. 선생님은 내가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게 해 주었고, 서준이는 30cc 정도를 금세 먹고는 잠이 들었다. 잠든 아이를 두고 나오자니 발길이 떨어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잘 이겨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keyword
화, 수 연재
이전 07화퇴원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