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맥은 이제 그만!
퇴원이 미뤄졌다는 말은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말과 다름 없었다. 나는 아이가 제발 무사하길 바라며 간호사 선생님의 대답을 기다렸다.
"저녁 8시쯤에 서맥이 잠깐 와서 앞으로 5일 정도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신생아 서맥은 아이의 심박수가 분당 100회 미만으로 떨어지는 상태다. 아기의 심박동에 문제가 생기면 아기가 평소보다 더 빠르게 호흡하려고 하거나 힘들어하는데 숨을 쉬는 데 노력이 많이 들어가서 가슴이 심하게 들썩이거나 입 주위가 파랗게 변할 수도 있다.
서준이는 내가 수유 연습을 할 때마다 꼭 한 번씩 서맥이 와서 내 심장을 덜컹 내려앉게 했다. 갑자기 호흡이 어려워져 아이의 입 주위가 파랗게 변할 때면 초보 엄마인 나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이러다 아이가 숨을 못 쉬게 되면 어쩌나 걱정이 돼 눈물부터 나왔다. 간호사 선생님을 다급하게 부르고, 한참 지나서 아이가 진정이 되면 그제서야 덜컹거리던 심장이 차분해졌다.
"아이가 그럼 지금은 괜찮은가요?"
"네. 심한 정도는 아니니 안심하셔도 돼요. 이대로 퇴원해서 집에 간 뒤에 서맥이 오면 안 되니까 병원에서 좀 더 지켜보려는 거예요."
오늘 서준이가 너무 잘 먹어서 오후 2시에 75cc나 먹였다고 했는데, 갑자기 양을 늘린 게 서맥의 원인은 아닌지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모유 유축과 기도, 두 가지 말고는 없어 더 마음이 아팠지만 울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병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아이는 평온히 자고 있었다. 오늘 수유 연습 때는 서맥 없이 잘 먹길 바랐다. 서준이는 오늘 50cc를 20분 안에 다 먹었다. 비타민과 철분제를 탄 것 30cc를 금세 먹고는 나머지를 먹는 동안은 졸고 있었다. 기특하게도 끝까지 다 먹고는 잠이 깨서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고 날 보며 방긋 웃어보이기까지 했다. 아이의 미소 앞에서 발길이 더 떨어지지 않아 내 품에 좀 더 안고 놀아주다가 1시간이 지나서 나왔다. 서맥 없이 잘 먹어준 서준이에게 너무나 고마웠다.
남편은 아침 면회를 다녀왔으니 저녁엔 가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서준이가 걱정돼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저녁에도 병원으로 향했다. 내 걱정과 달리 아이는 평온하게 자고 있었다. "도담아"라고 부르자 신기하게도 바로 눈을 떴다. 그리고 갑자기 울며 보채서 왜 그런가 했더니 배가 고파서 그런 거라고, 간호사 선생님이 모유를 가져다 주었다. 선생님은 내가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게 해 주었고, 서준이는 30cc 정도를 금세 먹고는 잠이 들었다. 잠든 아이를 두고 나오자니 발길이 떨어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잘 이겨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