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첫 수유 연습

두근두근 긴장되는 시간

by 정유진

2018년 4월 2일.

오늘은 첫 수유 연습을 하는 날이야. 10시 30분까지 병원에 도착했어야 했는데 남편이 주차를 하느라 5분 정도 늦었다. 도담이, 아니 서준이는 배가 고픈지 찡찡거리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먼저 내려서 들어갈 걸 후회가 됐다. 간호사 선생님은 침대에 젖병 두 개를 올려놓은 상태로 내게 설명을 해 주었다.


"하나는 모유에 종합비타민과 철분제를 섞은 거고요, 하나는 모유만 넣은 거예요. 비타민이랑 철분제 섞은 거 먼저 어머님이 먹이면 돼요."


간호사 선생님은 내 품에 서준이를 안겨 주었다. 서준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배고프다는 듯 입을 벌렸다. 선생님이 알려주는 대로 젖병을 물려주고 수유를 시작했다. 처음으로 내 아이에게 젖병을 물려주는 순간,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영화를 보다 보면 시간이 멈추고 슬로우로 장면이 바뀌는 걸 볼 수 있는데 순간 그 장면이 떠올랐다. 세상에 나와 우리 아이 둘만 있는 것 같고, 내 품에 안긴 아이가 어찌나 예쁜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서준이는 한 병을 맛있게 다 먹었다. 다행히도 먹는 동안 서맥은 없었다. 나머지 한 병을 더 먹이려는데 서준이는 너무 졸렸는지 잠이 들어버렸다. 엄마 품이 편안해서 잠이 든 것 같아서 왠지 더 안쓰러웠다. 대부분의 아이에게는 당연한 엄마 품이, 우리 서준이에게는 당연한 게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1시간여에 걸쳐 약 50cc나 아무 일 없이 잘 먹어 줘서 고마웠다.


간호사 선생님은 내게 아이를 트림시키는 방법도 알려주었다. 그 작은 아이를 잡고 등을 툭툭 두드리는데 아이 몸이 부서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너무 작은 몸이라, 나는 초보 엄마인지라 모든 게 다 걱정이 됐다. 남편은 간호사 선생님들처럼 능숙하게 먹이지 못하는 나를 답답해했지만 나는 첫 수유치고는 꽤 만족스러웠다. 옆에서 이래라 저래라 떠들어대는 남편을 보고 있자니 화가 치밀었지만 꾹 참았다. 나는 이제 그냥 '나'가 아니라 '엄마'니까, 서준이의 건강만 생각하기로 했다.


내게는 모든 게 처음이었다. 아이를 낳은 것도, 아이가 병원에 홀로 입원하게 된 것도, 아이와 떨어져 눈물로 밤을 지샌 것도, 아이에게 수유를 한 것도. 이 모든 게 처음인데 서툰 건 당연한 거였다. 그런데도 왜 서툶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남편에게 서운하기도 했고, "그럼 당신이 먹여 봐!"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구태여 쓸데 없는 곳에 감정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내일은, 또 내일은 좀 더 아이가 편안하게 수유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서준아. 엄마가 내일은 좀 더 편안하게 먹여 줄게. 내일 또 엄마가 안아줄게. 그리고 얼른 회복해서 병원복 말고 예쁜 옷 입고 집에 가자꾸나."


keyword
화, 수 연재
이전 05화도담이의 이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