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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by 정유진

또 다시 몇 번의 서맥이 오고, 퇴원은 계속해서 미뤄졌다. 그러는 동안 나는 서준이를 보기 위해 아침, 저녁으로 병원을 찾았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건, 서맥이 와도 이제는 스스로 회복하는 시간이 짧아졌다는 것이었다. 스스로 회복하긴 했지만 나는 아이가 얼마나 힘들지 생각하면 자꾸만 눈물이 났다.

아침, 저녁으로 병원을 오가다 보니 지쳤는지 어느 날은 감기 기운이 심해 면회를 가지 못 했다. 마음은 당장이라도 서준이를 보러 가고 싶었지만 그러다 아이에게 감기를 옮기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그날 집에서 푹 쉬면서, 몸은 쉬고 있었지만 마음은 편치가 않았다. 서준이에게 더 이상의 서맥은 없기를, 얼른 건강해져서 집으로 같이 오기만을 기도했다.

나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는 아니었지만 마음이 아플 때마다 성경의 이 구절을 읽고, 또 읽으며 기도했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빌립보서 4장 6~7절



나는 혼자서 인터넷을 뒤져가며 서맥의 원인을 찾아보았다. 이런 저런 정보들을 찾아가며 서맥이 오는 게 모유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기가 심해 아이를 보러 못 가고 니큐에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죄송하지만 오늘부터는 모유 말고 분유를 먹여 주시면 안 될까요?"

"왜 그러시죠?"

"서맥이 오는 게 혹시나 모유 때문인가 싶어서요."

간호사 선생님은 의사 선생님께 확인하고 다시 전화를 주셨다. 담당 의사 선생님은 서맥과 모유는 큰 상관 관계가 없지만 내가 원하면 그렇게 해 드리라고 했다고 전해 주었다. 내 의견을 묵살하지 않고 들어준 선생님께 너무 감사했다. 그렇게 그날, 서준이는 분유를 먹였고 신기하게도 서맥이 안 왔다고 했다. 나는 아이가 모유만 먹다 보니 분유를 거부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먹었다고 해서 안심이 되었다.

사실 서맥의 정확한 원인이 모유는 아닌 걸 나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부모로서, 어떻게든 원인을 찾고 싶었고, 어떻게든 아이가 편안하게 수유를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런 부탁을 드린 거였다.


다음 날, 감기가 좀 나은 것 같아 수유 연습을 하러 병원에 갔다. 아이는 나를 기다린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점점 더 귀여워지는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오늘도 제발 서맥이 오지 않게 해 주세요.'

마음 속으로 기도하며 아이에게 수유를 했다. 내가 너무 급히 먹였는지 사레가 들려서 맥박이 살짝 떨어진 것 말고는 다행히도 서맥이 오지 않았다. 그간 아이는 빠는 힘과 호흡하는 게 좋아져서 80cc나 다 먹었고, 나는 아이에게 고마웠다. 엄마가 없는 동안에도 힘을 내 줘서 고맙다고, 아이의 귓가에 조용히 말해 주었다.


이틀 뒤, 의사 선생님 회진이 있던 날. 아침에 가서 간호사 선생님들게 여쭤 보니 어제 서맥이 세 번이나 왔다고 했다. 걱정스런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는데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아이가 먹을 때만 서맥이 오는 거라 크게 문제될 건 없어요. 그래도 퇴원은 서맥이 안 와야 할 수가 있어요. 먹을 때만 그런 거라서 일반 병실 1인실로 옮겨서 엄마랑 같이 지내도 돼요. 그렇게 며칠 서맥 없이 잘 있으면 퇴원이 가능합니다."

'퇴원'이라는 말이 너무나 반가웠지만 지금 당장 퇴원은 어려웠다. 내 마음은 일반 병실로 바로 옮겨 서준이랑 같이 있고 싶었지만 내 감기가 낫지 않은 상태라 바로 그러긴 어려웠다.

"제가 감기가 심해서 이틀 정도만 있다가 결정해서 말씀드려도 될까요?"

내가 망설였던 이유는 감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니큐에 있던 아기가 일반 병실로 가면 그 이후에는 다시 니큐에 들어갈 수 없다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서준이가 혹시나 일반 병실로 옮겼다가 감염이 되거나 위급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기에 성급히 옮기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저 2~3일 안에 서맥이 싹 사라져서 집으로 올 수 있기를 바랐다.

다행히, 그날 수유 연습 때에 서준이는 너무나 잘 먹어 주었다. 입구가 작은 젖병으로 먹어서인지 서맥도 오지 않았다. 진작 이 젖병으로 주시지 왜 이제야 주셨는지 이해가 안 되긴 했지만, 그래도 묻지 않기로 했다. 아기를 맡긴 입장에서 너무 까다로워 보이면 안 될 것 같았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니큐의 선생님들이 얼마나 열심히 나를 대신해 아이를 돌봐 주는지 알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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