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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투 더 퓨처> 시리즈(1987~)

시간 여행의 소망을 품게 해 준 영화

by 정유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백 투 더 퓨처>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1985년에 1편이 개봉하고, 1989년에 2편, 1990년에 3편이 개봉했다. 오래 전 영화라 잊고 있었는데 글을 쓰려고 찾아보다가 알게 된 사실은 2편과 3편이 거의 동시에 촬영됐다는 것. 요즘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오징어게임>도 시즌2와 시즌3를 같이 찍어서 공개만 따로 했는데 30년도 전에 이런 방식으로 촬영을 하고, 개봉을 했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여러모로 시대를 앞서간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시간 여행을 꿈꿔 왔다. 아마도 <백 투 더 퓨처 1>을 보고 난 이후부터 그 꿈이 더 커졌던 것 같다. 영화로나마 시간 여행을 경험하면서 심장이 요동쳤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생 시절에 이 영화를 처음 접했던 것 같은데, 너무 재밌어서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때도 몇 번이나 다시 봤던 기억이 난다. 어린 시절에 영화를 볼 때는 작가가 누구인지, 감독이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았었는데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나서는 드라마든, 영화든 작가부터 찾게 된다.


<백 투 더 퓨처 1>은 감독인 로버트 저메키스가 '밥 게일'과 함께 공동 각본에 이름을 올렸다. 각본과 감독을 함께 맡아서 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작년에 나는 mbc c&i가 기획한 'ai 콘텐츠 활용 멀티플랫폼 기획개발랩'에 창작자로 선정이 되어 내가 쓴 시나리오로 드라마 파일럿 영상을 제작하는 경험을 했다. 시나리오 집필부터 배우 캐스팅, 장소 섭외, 촬영, 편집 등등 영상화의 전 과정을 모두 나 혼자서-물론 팀원들과 직원들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감당해야 했다. 글만 써 봤지, 감독 역할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던 나는 겁부터 났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배우들이 내 대본을 재미있어 할까?', '스태프들이 내 의견에 귀 기울여 줄까?', '촬영할 때 지나가는 사람들이 불만을 제기하면 어떻게 하지?' 등등 온갖 걱정에 걱정이 꼬리를 물었다.


감독들이 촬영을 할 때 외치는 구호인 '레디-액션'을 외치는 게 너무 부끄러울 것 같은데 어쩌나, 좀 덜 부끄러운 구호는 없을까 혼자 별별 생각을 다 해 봤다. 그리고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한여름 땡볕에서 3일 동안 촬영을 했고, 우려와는 달리 아무런 문제 없이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물론 배우 한 분은 땡볕에서 촬영하느라 더위를 먹어 코피를 쏟았다고 했고, 나 역시 더위에 무방비로 노출돼 어지럼증과 함께 의식이 흐려져 '이러다 나 기절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걸 쏟아부었다. 그 후, 용산 CGV에서 가족들과 배우들, 스태프들과 함께 상영회도 가졌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한 단계 성장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참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생초보의 드라마 촬영기> 정도로 제목을 달아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다.


아무튼, 다시 <백 투 더 퓨처> 이야기로 돌아오자.

<백 투 더 퓨처> 시리즈의 포스터와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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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은 그 해 전체 영화 중 최고의 흥행작이었다고 한다.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이후에도 많이 나왔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백 투 더 퓨처>를 넘어서는 작품은 없었다. 처음부터 3부작으로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하는데 워낙 인기가 많다보니 2, 3편까지 나오게 됐다고 한다. 속편이 있는 대부분의 영화들은 1편을 뛰어넘지 못하기 마련인데 <백 투 더 퓨처>는 1편만큼 2편, 3편도 굉장히 흥미롭게 봤던 기억이 난다.


내가 이 영화에서 기억이 남는 장면 중 하나가 있다. 마티가 들어간 가게의 종업원이 "난 뭔가 특별한 사람이 될 거야!"라고 말하는데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다 비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흑인이었고, 그 당시 미국에서는 흑인이 차별을 많이 받던 시기였다. 다들 비웃었지만 마티는 말한다. "맞아요. 당신은 이 도시의 시장이 될 거예요." 미래에 갔던 마티가 그 종업원이 시장이 된 걸 봤고, 다시 과거로 돌아와 그에게 한 말인데 나는 이 장면이 왜 그리도 인상깊었는지 <백 투 더 퓨처> 하면 이 장면이 떠올랐다.


<백 투 더 퓨처 2>의 시간적 배경으로 2015년이 나온다. 제작 당시가 1980년대임을 감안하면 약 30년 뒤를 상상해서 만든 건데, 놀랍게도 2015년에 실현된 것들이 많다. 영화 속 전자 안경은 '구글 글래스' 같은 것으로 실현되었고, 공중 비행 취재 카메라는 '멀티콥터 드론'으로 실현되었다. 앞으로 또 30년 뒤에는 어떤 전자제품들이 나올지 모르지만 <백 투 더 퓨처 4>가 제작되어 2060년대를 다뤄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 한때 열풍을 일으켰듯, 사람들은 아직 가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인 미래를 궁금해한다. 나 역시 10년, 20년, 30년 뒤에 내 모습이, 내 아이들의 모습이 궁금하다. 가보지 않은 세계를 다룬 것, 또 시간 여행이라는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세계를 너무나 흥미롭게 그린 것, 이것이 <백 투 더 퓨처>의 성공 요인이 아닐까?


나도 언젠가는, <백 투 더 퓨처>와 같은 영화 시나리오를 꼭 써 보고 싶다. 그 언젠가가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꿈 하나 안고 사는 게 얼마나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 알기에 앞으로도 더 많은 꿈을 꾸고 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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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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