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다이하드>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폴리스 스토리>
어렸을 때, 주말 밤이면 '주말의 명화'라는 코너를 티브이에서 해 주었다. 삼남매 키우랴 늘 잠이 부족했던 엄마는 티브이를 틀어 놓고 조는 게 일상이었다. 우리가 빨리 잠자리에 들면 엄마도 편히 잠들 수 있었을 텐데 그때는 오빠들도, 나도 밤이 늦도록 자지 않고 티브이를 보든, 책을 보든,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엄마가 되고 보니 그때의 나를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잠이 부족한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알 것 같다. 우리 애들도 어렸을 때부터 잠을 너무 안 자서 나를 애먹였다. 지금도 밤 11시가 되어도 눈이 초롱초롱하다. 한참을 수다를 떨고, 내가 들려주는 마구잡이로 지어낸 이야기를 들어야 잠이 든다.
여하튼, 내가 초등학생 때였던 것 같은데 어느 날인가 주말의 명화에서 '다이하드1'이 방영되고 있었다. 처음부터 본 것도 아닌데 꽤나 흡인력이 있어 나는 잠깐 보려다가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엉덩이 한 번 안 떼고 끝까지 보았다. 브루스윌리스라는 배우가 연기한 '존 맥클레인' 형사의 통쾌한 액션은 짜릿함을 넘어 나를 영화의 세계로 이끌었다. 영화관 스크린도 아니었고, 지금처럼 65인치가 넘는 티브이 화면으로 본 것도 아니었지만 작은 브라운관 속에서 상영된 <다이하드1>은 지금까지도 내 기억 속에 또렷하게 남아 있다.
-출처: 네이버
그날 이후, 나는 <다이하드2>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엄마한테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려달라고 부탁해 봤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쭉 시리즈가 나왔지만 다른 시리즈는 잘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면 <다이하드1>이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였던 것 같다. 뭐든 후속작은 원작을 뛰어넘지 못한다고들 하는데 내 기억에도 <다이하드1>이 정말 최고였다.
<다이하드>는 2, 3, 4, 5편까지 나온 거로 알고 있다. 2013년에 <다이하드: 굿 데이 투 다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다고 하는데 아직 보진 못했다. 생각난 김에 오늘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이하드>와 비슷한 시기에 성룡이 주인공이었던 <폴리스스토리>도 꽤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난다. 몇 편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성룡이 놀이공원에서 악당한테 쫓기면서 숨던 장면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
-출처: 네이버
그러고 보면 내가 초등학생 시절에 액션 영화를 좋아했던 것 같다. <폴리스스토리> 역시 <다이하드>처럼 시리즈물로 만들어졌다. 1~4편을 거쳐 <뉴 폴리스 스토리>, 2014년에는 <폴리스 스토리 2014>까지. <다이하드>와 경찰물로는 양대 산맥이 아닐까 싶다. 성룡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건, 1편과 2편의 감독 역할까지 하면서 연기를 했다는 것이다.
강우석 감독의 영화 <투캅스>가 <폴리스 스토리>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것 같다. 시나리오 공부를 하면서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백 퍼센트 창조물은 없다는 것이었다. 모든 예술은 모방에서 시작한다는 것. 이게 백 퍼센트 맞는 말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일리는 생각이 든다. 제대로 된 모방은 티 안 나게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도 들었던 것 같은데, 그게 말이 쉽지 쉬운 게 아니라는 걸 시나리오 공부하면서 깨달았다.
어쨌든, 90년대 이전에 만들어진 영화치고는 <다이하드>도, <폴리스 스토리>도 극본, 연출 등등 여러 모로 보았을 때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시간이 날지는 모르지만 조만간 이 두 작품들을 다시 한번 보며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봐야겠다. 주말의 명화로 보았을 때의 그 설렘과 짜릿함은 다시 느낄 수 없겠지만 그래도 꽤 즐거운 일이 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