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2018년 4월 13일
의사 선생님이 오늘은 '퇴원'이야기를 꼭 해 주길 바라며 아침에 병원에 가 보니 우리 서준이는 곤히 자고 있었다. 회진을 돌던 선생님은 서준이를 찬찬히 살펴보고는 말씀하셨다. 내 눈은 의사선생님의 입에 집중되어 있었다. 제발 '퇴원'이라는 단어가 입에서 나오길 간절히 바라며.
"내일 퇴원해도 좋아요."
생각보다 입원 기간이 길어져서 맘이 아팠는데 그간의 마음고생이 눈 녹듯 사라졌다. 정말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나올 뻔했다. 서준이는 자고 있다가 내가 안아주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서맥이 올까 봐 매번 수유 연습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렸는데 오늘은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이제 많이 건강해졌는지, 다행히 70cc 중 40cc를 서맥 없이 잘 먹고 잠이 들었다. 70cc를 다 먹이고 싶었는데 서준이가 잠이 들어 어쩔 수 없이 나머지는 나중에 먹여 달라고 간호사 선생님께 부탁하고 나왔다.
드디어 내일, 너를 안고 집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간의 힘듦은 눈 녹듯 사라지고 더없이 행복했다.
오늘은 서준이 아빠와 주민센터에 가서 출생신고도 하고, 출산장려금과 양육수당도 신청했다. 아기 신분증도 신청했는데 한 달 뒤에 나온다고 했다. 내일 만나자, 우리 귀한 아들 서준아. 엄마 곁에 와 줘서 고마워.
2018년 4월 14일
서준이는 니큐에서 27일 만에 퇴원을 하게 되었다. 2주 정도로 예상했던 치료가 서맥 때문에 4주 가까이 길어졌지만 서맥 말고는 다른 이벤트 없이 잘 견뎌내 준 서준이에게 정말 고마웠다. 아침부터 나는 얼마나 들떴는지 모른다. 니큐 문 앞에서 면회 전 대기하고 있을 때마다 아기를 데리고 퇴원하는 사람들이 제일 부러웠었는데 서준이도 건강해져서 퇴원을 하게 되니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했다.
3kg을 겨우 넘은 아들을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눈에 들어오는 세상 모든 게 다 아름다워 보였다. 아이를 홀로 병원에 두고 돌아서야 했던 그날은 모든 게 암흑이었는데...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가에 따라 세상이 달라보인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맞는 기저귀도, 배냇저고리도 없을 정도로 너무 야윈 네 모습에 마음이 쓰리긴 했지만 그래도 아이를 집에 데리고 올 수 있음에 감사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모유를 유축해서 아이에게 먹이는 것이었다. 얼른 아이가 빠는 힘이 생겨 직수가 가능한 날이 오길 바라며 아기를 오랫동안 품에 안고 있었다. 이제야 비로소 진짜 '엄마'가 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