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너무 귀여운 거 아니냐고!
제주도에는 아기가 탄생한 뒤 신청을 하면 '아기 출생 카드'라는 걸 만들어주는 제도가 있었다. 지금은 아마 다른 시나 도에도 생겼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서준이가 출생한 2018년도에는 아기 출생 카드를 발급해 주는 곳은 제주도가 유일했다. 이게 있으면 병원에 다닐 때 따로 아기 출생 연월일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돼서 편하다고들 하기에 나도 신청을 했다. 병원 다닐 때 편해서라기보다는 기념의 의미가 컸다. 아기 때 사진이 박힌 출생 카드라니. 엄청 귀여울 것 같았다. 게다가 나중에 아기가 자라 이걸 본다면 꽤 좋아할 것 같았다.
신청한 이후 며칠이 걸렸을까? 아기 출생 카드를 내 손에 받는 순간, 첫 마디가 "어머 너무 귀여워!"였다.
주민등록증과 비슷한 느낌으로 제작되었는데 정말이지 이건 너무너무너무 귀여웠다. 서준이와 병원에 가서 필수 예방 접종을 할 때 이 카드를 내니 확실히 편하긴 편했다. 그리고 보는 사람마다 귀엽다고 해 주어서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지금은 8살이 된 우리 서준이에게 이 출생 카드는 보여준 적이 있다. 아이가 3살 정도였을 때였던 것 같은데 자신의 아기 때 사진이 인쇄된 카드를 보며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러면서 이런 질문도 했다.
"엄마는 내가 지금이 귀여워? 아니면 이때가 귀여워?"
내가 어린시절이 귀엽다고 답하면 "지금은 안 귀엽단 거잖아."라며 분명 삐칠 것이고, 지금이 귀엽다고 하면 "그때는 안 귀엽단 말이야?"라고 말할 게 불 보듯 뻔했다. 그래서 나는 "엄마는 서준이 아기 때는 너무 조그맣고 인형 같아서 귀여웠는데 지금이 조금 더 귀여워. 지금은 엄마랑 대화도 이렇게 잘 나누고, 같이 손도 잡고 걷고, 할 수 있는 게 많아져서 왠지 엄마는 더 귀엽게 느껴져. 엄마는 서준이가 어른이 되도 계속 귀여울 것 같아."
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이제 6살인 둘째 아들은 자신의 아기 때 사진을 보고 내가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하면 잘 놀고 있다가 내게 다가와 "힝. 나는 다시 아기가 되고 싶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자기 자신에게 질투를 느끼는 아이라니, 그래서 더 귀여웠다. 유난스러울지는 모르지만 난 아들 둘이 왜 그리도 귀여운지 모르겠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살짝 나온 배, 오동통한 다리와 발목이 어찌나 귀여운지 매일 스무 번도 넘게 말하는 것 같다. 왜 이렇게 귀엽냐고. 어른이 되어도, 계속 귀엽게 느껴질 것 같다. 우리 엄마 아빠 눈에는 마흔이 넘은 내가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보이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