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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U에 입원하다

보고 싶은 아들

by 정유진

결국 4월 28일에 서준이는 PICU(소아중환자실)에 입원했다. NICU에 이어 PICU라니,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엄마 없이 혼자서 밤을 지새워야 하는 아이가 눈에 밟혀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일어나자마자 아침에 아이 면회를 다녀왔다. 침대 크기에 비해 서준이는 너무 작았다. 큰 눈을 꿈뻑거리며 이리저리 시선을 옮기고 있었다. 볼을 만져주니 나를 빤히 바라봤다. 엄마 아빠 얼굴을 알아볼 시기가 아니라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보았지만 그 어떤 생각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다행히도 서준이는 밤 사이 무호흡이 오지 않았다고 했다. 마음 같아선 바로 안고 데리고 가고 싶었지만 하루 더 지켜보자고 하셔서 그럴 수가 없었다. 제발 오늘도 잘 버텨 주기를 바라며 아기를 놓고 돌아섰다. 눈물이 자꾸만 흘러 참을 수가 없었다. 인천에 있는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다. 엄마 품에 안겨 펑펑 울고 싶었다.


다음 날.

다행히도 우리 서준이는 아무 일 없이 견뎌 주었다. 교수님은 일반 병실로 옮겨 내가 서준이와 같이 있으면서 무호흡의 이유를 찾아 보자고 했다. 그런데 남편은 병원에 있어도 해결책이 없는 것 같다며, 그냥 집으로 데리고 가자고 했다. 남편은 서준이가 무호흡이 오는 순간을 눈으로 본 적이 없기에 너무 쉽게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솔직히 서운한 맘이 앞섰다. 서준이를 나 혼자서 보다가 또 다시 그런 일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이 돼 나는 교수님 말을 따르고 싶었다.


잠깐 동안 고민을 하기로 하고 커피를 마시며 생각에 잠겼다. 남편은 내 의견을 따르겠다고는 했지만 퇴원을 원하고 있었다. 나는 입원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가 아무래도 집에 가서 안정감 있게 있는 게 서준이에게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퇴원을 결정했다. 그리고 그날,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밀착해서 서준이를 돌봤다. 나의 마음을 알았을까? 서준이는 퇴원한 날, 아무런 문제 없이 하루를 보냈다.


5월 3일.

응급실에 다녀온 이후 몸 상태 체크를 위해 제주대학교 병원 소아과로 진료를 보러 가야 했다. 그런데 퇴원 이후 무호흡 증상이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아서 굳이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아이와 함께 집에 있기로 결정했다.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서 아이에게 너무 고마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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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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