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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의 50일 그리고 모유수유

모유 직수 시작

by 정유진

2018년 5월 5일.

오늘은 원래대로라면 우리 서준이가 태어나기로 했던 예정일이다. 예정보다 빨리 나와서 몸도 맘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 건강하고 예쁘게 자라줘서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새벽에 안 자고 버티어서 나는 잠이 부족했지만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사진도 엄청 많이 찍고 있다. 퇴원할 때는 모자가 너무 컸었는데 이젠 잘 맞는 걸 보니 서준이가 많이 큰 게 실감이 났다. 먼 훗날 서준이가 내가 쓴 일기를 볼 수 있는 날이 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나는 매일 밤 아이를 안고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이 아이가 앞으로도 무탈하게, 건강하게 잘 자라게 해 달라고.


2018년 5월 9일.

서준이가 태어난지 52일째. 50일을 기념하고 싶어서 사진을 많이 찍어 봤다. 사진관에 성장 앨범을 계약하긴 했지만 이른둥이인 터라 목을 잘 못 가눌까 봐 사진 작가님이 염려해서 50일 사진을 조금 늦게 찍기로 했다. 평범하게 태어난 아이들은 일상처럼 누리는 일들을 우리 서준이는 누리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그래서 나는 서준이의 '진짜 50일'을 기억해 두고 싶어서 카메라에 담고 또 담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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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주 중요한 날! 오늘은 모유수유 자세를 배우기 위해 아이통곡 선생님을 찾아갔다. 이제는 서준이도 어느 정도 빠는 힘이 생겨서 직수가 가능한 시기가 되었다. 이제 서준이가 직수를 하게 되면 번거롭게 유축을 할 필요도 없어지고, 서준이도 나와 좀 더 교감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가 되었다.


모유수유 전문가라는 선생님은 아주 자연스럽게 우리를 맞이하셨다. 모유를 먹기 전 아이의 몸무게를 재더니 바로 내게 수유 자세를 알려주겠다고 하셨다. 선생님 앞에서 직수 연습을 하는 게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서준이를 위해 잘 배워야 했다. 예상은 하고 갔지만 처음 보는 타인 앞에서 옷을 올리고 수유를 한다는 게 여간 부끄러운 게 아니었다. 출산 전엔 대중 목욕탕에도 안 갈 정도로 타인 앞에서 벗은 몸을 드러내는 걸 극도로 꺼려했던 나인데 출산을 하고, 엄마가 되고 나니 부끄러움도 조금은 내려놓게 되었다.


아이는 신기하게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수유에 잘 적응을 했다.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너무 귀엽게 모유를 잘 빨아 먹었다. 직수하는 날을 그토록 기다려왔는데 오늘 정말 제대로 자세를 배워서 뿌듯하고, 또 뿌듯했다. 행여나 빠는 힘이 약해서 잘 못 먹을까 봐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서준이가 너무너무 잘 먹어줘서 엄마로서 참 행복했다.


<삐뽀삐뽀 119 소아과>의 저자인 하정훈 원장님의 책을 보면 모유는 아기에게 '최고의 음식'이라고 한다. 얼마 전, 도서관 북토크 때 하정훈 원장님을 뵙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때 모유에 대한 궁금증을 여쭙진 못했지만 책에는 분명 그렇게 나와 있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혹여나 분유를 먹여 키우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그건 절대 아니다. 모유든, 분유든 어떻게든 아이를 잘 키우려고 하는 마음은 엄마라면 다 같을 테니까 말이다.


*나는 첫 아이 서준이를 약 18개월 가량 모유 수유를 했는데, 우리네 엄마들 시대였다면 그게 당연한 거였겠지만 요즘 주변 친구나 친척들 중에 나보다 오래 한 사람은 아직 본 적이 없다. 모정이 넘치는 부분도 물론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이른둥이로 태어나게 한 것에 대한 미안함에 더 오래 먹이고 싶었던 것 같다. 둘째도 오래 먹이고 싶었는데 수유 기간 중 내가 꼬리뼈를 다치는 어마어마한 사고가 발생하면서 독한 약을 먹어야했기에 14개월 즈음해서 수유를 중단해야 했다. 약 5년 전 다친 꼬리뼈는 지금도 비가 오거나 하면 욱신욱신 아파온다.



*모유는 아기에게 최고의 음식이며 엄마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모유를 먹여 키운 아이는 머리도 좋아지고 건강하게 자라며 질병에도 잘 걸리지 않습니다. 모유 먹이는 엄마도 덕을 보는데, 출산 후 출혈도 적어지고 회복도 빨라지고 빨리 날씬해집니다. 난소암과 폐경기 전 유방암이 적게 걸리고 나이 들어서 골다공증도 적게 걸립니다.


*모유는 적어도 돌까지는 먹여야 하고, 돌이 지나서도 엄마와 아기가 원하면 얼마든지 먹여도 좋습니다. 모유의 장점은 두 돌이 지나서도 지속되며 세 돌이 지나서도 모유를 계속 먹이는 것이 좋습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6개월 동안은 모유만을 먹이고 적어도 24개월까지는 모유를 계속 먹이라고 권장합니다. 모유가 아기에게 최고의 음식임은 틀림없지만, 만 6개월이 되면 철분과 아연 등 아기의 성장과 발달에 필수적인 영양분의 공급을 위해서 고기 같은 음식을 포함한 이유식을 시작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하정훈, <삐뽀삐뽀 119 소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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