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커 줘서 고마워!
2018. 6. 26.
드디어 서준이가 태어난 지 100일 되는 날!
그간 서준이는 모유를 잘 먹고 무럭무럭 커서 남들이 미숙아라고 하면 믿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엄마, 아빠는 외손주의 백일을 축하하기 위해 인천에서 전날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오셨다. 얼마 전 다녀갔던 엄마는 언제 이렇게 컸느냐고, 우량아 같다고 좋아하셨다. 엄마는 나 준다고 예쁜 원피스와 잠옷도 사서 가져오셨다. 산타클로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 엄마.
백일상은 대여를 해도 되지만 나는 직접 차려주고 싶어서 이것저것 틈틈이 만들고 준비했다. 서준이가 워낙 잠이 없어서 과연 다 만들 수 있을까 걱정됐지만 서준이의 협조하에 다행히 완성할 수 있었다. 서준이의 백일 상에 놓을 기저귀 케이크와 서준이 머리에 씌울 왕관도 만들었다. 백일 전에 때마침 사진관에서 만든 손발 조형물과 액자도 나와서 백일상에 올릴 수 있었다.
첫 아이, 게다가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라 나는 뭐라도 더 해 주고 싶은 마음이 늘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서 이왕이면 수박도 조각칼로 조각을 해 예쁘게 올려놓고 싶었다. 전문가들이 하는 걸, 나는 인터넷 영상을 대충 보고 쓱쓱 만들어보았다.
"그러다 손 다칠라. 그냥 하지 말고 그대로 올려."
엄마 아빠는 행여 내 손이 다칠까 봐 하지 말라고 만류했지만 나는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것저것 만드는 걸 좋아해서 아이 속싸개도, 이불도, 보트 침대도 다 만들어 봤기에 도전을 했지만 '조각'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그래도 얼추 전문가들이 한 것 같은 느낌이 나게 조각에 성공했다.
내 나름대로는 성공이었다. 영원한 내 편인 우리 엄마는 "역시. 뭘 해도 솜씨가 있어, 우리 딸은."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뒤이어 "그래도 너무 네 몸 피곤하게 하지 말고 살어. 나중에 너 아프면 어떡하려고 그래."라는 말을 나직이 속삭였다.
서준이의 백일.
서준이는 엄마, 아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할머니의 축하 속에서 백일 잔치를 했다. 아직은 너무 작고 여린 내 아이는 연신 내 얼굴만 바라보며 '이게 무슨 일이지?'하는 표정이었다. 다들 자신을 축하하러 온 걸 안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었을까? 나는 바랐다. 내 아이가 앞으로도 무탈하게, 건강하게, 이 세상을 아낌없이 만끽하며 살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