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이 된 지금도 나비잠을 자는 아이
2018년 7월 4일.
오래전 써 놓은 일기장을 들춰보다가 "잠자는 숲속의 왕자님"이라는 제목을 발견했다. 2018년 7월 4일 일기인데 과거의 나는 이렇게 써 놓았다.
우리 서준이는 자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몰라. 팔을 위로 올리고 나비잠을 자다가 살짝 깨려고 하면 눈을 비비고 머리도 긁는단다. 자고 일어나서도 울지도 않고, 얼마나 착한지 몰라.
여덟 살이 된 지금도 서준이는 나비잠을 자곤 한다. 또래보다 많이 큰 편이라 엄청 컸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예전 아기 때 얼굴을 잊고 있었는데, 잘 때 보면 너무 신기하게도 아기 때 얼굴 그대로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잘 때는 더더더 사랑스러운 것 같다. 어렸을 때도, 지금도 잠이 없어서 늘 나를 피곤하게 만들긴 하지만 잘 때 보면 천사가 따로 없어서 미워할 수가 없다.
아기였던 시절, 아주 너그럽고 관대한 표정으로 자는 아이를 보고 친오빠가 "궁예야? 나는 관대하다."라고 해서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난다. 여덟 살이 된 지금, 아기 때의 일기를 다시 들춰보면서 나는 그때의 추억에 젖는다.
다행히 '그때, 더 많이 안아줄 걸.'이라는 후회는 없다. 눈 뜨고부터 잠이 들 때까지 정말 원없이 안고, 또 안았기에 그런 후회는 없지만 둘째가 태어나고부터는 나의 시선이 첫째보다는 둘째 쪽으로 많이 향했었기에 그 점이 큰아이한테 미안하다. 그래도 참 잘 컸다. 우리 서준이. 세 살인지 네 살 때 내게 이런 말을 했었다.
"엄마 고마워."
"뭐가?"
"동생 낳아 줘서 고마워."
눈물이 많은 나는, 아이를 안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 안아 달라고 동시에 손을 내밀면 둘째 손을 먼저 잡아 주고, 배고프다고 울면 둘째 먼저 가져다 주고, "서준이가 형이잖아. 그럼 이해해 줘야지."라는 말을 많이도 했었다. 이렇게 늘 자신보다 동생을 더 챙겼는데도 불구하고 내게 고마워하는 그 마음이 너무 예뻐서 눈물이 났다.
지금도 두 아이는 심심할 새 없이 최고의 형제이자 최고의 친구로 지내고 있다. 나는 여덟 살, 여섯 살이 된 두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아기 시절 모습이 계속 오버랩되어 언제 이렇게 컸나 하는 생각과 함께 두 아이들의 10년, 20년 뒤의 모습도 상상하게 된다.
"서준이, 서완이 엄마 나이 들면 업어 줄 거야?"라고 물으면
첫째는 "당연하지. 엄마 내가 업어 줄 거야."라고,
둘째는 "잘 몰라. 난 아직 힘이 안 세단 말이야."라고 말한다.
그리고 감성적인 첫째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한다.
"엄마. 늙지 마. 그냥 이 모습 그대로였으면 좋겠어. 내가 커도."
서준이의 마음이, 내 마음과 너무 같아서 눈물이 났다. 나도 엄마, 아빠가 언제까지고 젊기를 바랐었던 적이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