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지금?
우리 집은 남자아이 둘을 키우는 집치고는 깨끗한 편에 속한다. 단 하루도 빨래함에 빨래가 쌓인 날도 없고, 설거지가 밀린 적도 없다. 매일 청소기를 하루에 두 번씩 돌리고, 식기도 그때그때 치워서 친정엄마가 "애들 키울 땐 힘든데 저녁 때 모아서 설거지해. 그러다 너 병 나."라고 할 정도였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도 늘 깨끗하게 청소를 했다. 화장실 청소를 포함한 집안 곳곳 청소는 모두 내몫이었다. 제주도에 살 때, 친한 친구가 놀러온 적이 있다. 친구는 집 상태를 보더니 "야. 애 둘 보기도 힘든데 왜 이렇게 깨끗하게 하고 살아. 청소하지 마. 그럴 시간에 밀린 잠 자. 청소는 남편 퇴근하고 와서 하라고 해."라고 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그곳에서 만들어오는 것들이 많이 늘어났다. 그림 작품, 공예 작품, 화분 등등 다양한 작품들을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만들어 온 걸 보면 엄마로서 대견하기도 하고 너무 소중해 쉽사리 버릴 수가 없었다. 나름대로 파일에도 넣어 보관도 하고, 상자에 넣어 보관도 했는데 남편은 그걸 보고 버려야 할 것 취급을 했다.
"아이, 뭐가 이렇게 많아? 이러다 이 방 창고 되겠어!"
그럴 때마다 아이들 작품이니 그냥 두라고, 보관했다가 나중에 정리할 때 되면 아이들이랑 같이 정리하겠다고 했다. 어릴 때 갖고 놀던 공룡이나 자동차 장난감들도 아이들은 지금도 좋아하는데 자기 친구가 아이를 데리고 놀러오거나 하면 "야. 이거 우리 애들 안 갖고 놀아. 너 다 가져가."라고 하며 아이들과 상의도 없이 말을 해서 아이들이 운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큰아이가 두세 살 무렵, 장난감을 여러 개 꺼내서 혼합해서 노는 걸 좋아했다. 여러 가지를 꺼내 놀면 나는 너무 기특해서 "아이고, 우리 아들. 두 개를 콜라보해서 놀 줄도 아네. 대단해요."라며 칭찬을 했는데 남편은 "하나 갖고 놀았으면 하나 다 치우고 다음 장난감 꺼내는 거야!"라며 아이에게 면박을 줬다. 그거 때문에 여러 번 싸우기도 했다. 육아 서적에 따르면 다양한 장난감을 다양한 형태로 혼합해 가지고 노는 것이 아이들의 두뇌 발달에도 좋다고 하는데, 남편은 막무가내였다. 그냥 자기 생각이 다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문제는 내가 아파서 병원을 가거나 잠깐 마트를 가거나 할 때 일이 벌어졌다. 남편은 나만 없으면 아이들에게 그렇게 타박을 한다고 했다.
"너희들 이거 다 정리해야 해. 장난감도 그래. 안 쓰는 거 다 갖다 버려야 돼. 여기서 얼른 골라. 버릴 거 다 내다 버리게. 빨리 정리해야 집이 깨끗해지는 거야!"
이런 식으로 아이들을 몰아붙여서 집에 들어오면 아이들이 눈가가 빨개져 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얼마 전, 또 일이 터졌다. 전날, 아이들과 키즈카페에 갔다가 작은 아이가 깊은 곳에 빠져서 안아서 꺼내주다가 발목 인대가 늘어났다. 다음 날이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통증이 심해져 나 혼자 병원에 가게 됐다. 얼른 치료를 하고 집으로 왔는데 역시나! 아이들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거실 한구석에 있던 꼬마 책상 위의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엄마. 왜 이제 왔어?"
큰아이는 울 것처럼 나에게 다가왔다.
"아빠가 이거 다 버리래."
남편은 소파에 앉아서 아이들에게 빨리 다 갖다 정리하라며 훈계를 하고 있었다. 장난감이 너무 많다며. 흡사 군대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명령을 하는 자세였다. 나는 병원에서 온 나를 보고도 괜찮냐는 말 한마디 없이 아이들을 부려가며 입으로 청소하고 있는 남편에게 화가 났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보면 몰라? 청소하잖아. 와이프가 너무 안 치우니까 내가 하는 거잖아."
"이게 청소야? 애들 잘 갖고 노는 거 왜 죄다 버리려고 하는데?"
"이거 안 갖고 놀아. 너 이리로 와 봐. 이거 갖고 놀아! 안 갖고 놀아!"
이러면서 작은아이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작은아이는 주눅이 들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안 갖고 놀아."라고 울먹였다. 그 장난감은 아이가 유치원에서 만들어온 종이 자동차로, 엄청 좋아하는 장난감 중 하나였다. 남편이 그걸 버리려 하기에 나는 남편 손에서 그 장난감을 빼앗아 있던 자리에 도로 가져다 놓았다.
"이거 얘가 제일 좋아하는 거야. 왜 화를 내서 애를 주눅들게 만들어? 그렇게 화를 내니 애가 대답도 솔직하게 못 하잖아!"
"이러다 창고 된다고."
"꼭 이런 상황에서 청소한다고 나서야겠어? 내가 발목 다친 거 뻔히 알면서?"
"그러니까 내가 한다고."
"이게 본인이 하는 거야?"
"내가 할 건데 왜 그러는데!"
그러니까 왜 그게 지금이냐고! 평소에 하지도 않던 청소를 왜 내가 아플 때 하겠다고 그러는 건데!"
남편은 내가 손수 만든 플레이하우스를 보며 "저것도 치워야 돼." 하며 투덜거렸다. 화가 나서 플레이하우스를 내 손으로 해체했다.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만든 거라며, 그 안에서 노는 걸 엄청 좋아했었기에 끝까지 치우지 않았던 건데, 남편은 늘 그걸 치우라고 난리였다. 나는 홧김에 그걸 정리했고, 아이들은 울먹였다.
"됐지? 이제 이거 갖고 트집잡지 마!"
남편은 내가 예민한 거라고, 이상한 사람 취급을 했다. 나는 화가 나서 그날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갔다. 그럼, 내가 돌아왔을 때 청소라도 해 놓고 있던가. 밤에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집은 내가 나갔을 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괜히, 나랑 아이들 속 뒤집어 놓으려고 청소하는 '척' 한 것만 같아 더 화가 났다.
예전에도 그랬다. 일 년에 두세 번도 안 하는 청소를 해 가면서 구시렁구시렁, 입으로 청소를 했다. 매일 청소를 하는 사람과 일 년에 두세 번 하는 사람과 퀄리티가 당연히 차이가 있는 게 아닌가? 그런데도 "봤지? 이렇게 구석구석 꼼꼼하게 해야 하는 거야."라며 의기양양해하는 모습을 보며 한숨이 나왔었다. 내가 어른과 사는 건지 세살배기 아이와 사는 건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제발, 청소를 할 거면, 조용히, 혼자 있을 때 하십쇼.
입으로 하지 말고, 제대로.
<문제> 장난감 정리할 때 부모로서 주의할 점은?
1. 장난감을 버릴 경우, 아이들에게 버려도 되는지 묻고 버린다.
2.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기분 좋게 정리한다.
3. 내 맘대로 판단해서 지저분해 보이면 죄다 갖다 버린다.
4. 장난감 특징에 따라 구분해서 정리한다.
<오답> 3
---> 아이들이 장난감을 좋아하는 시기는 한때라는 걸, 기억하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