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의 남자아이들과 스페인! 세번째
드디어 출발합니다. 그동안 몇번이나 준비물 리스트를 점검했는지 모릅니다. 아이들의 입맛에 대비해 한국에서 햇반과 김치도 준비했습니다. 선생님 포함 입이 14명이기에 양도 상당히 많습니다. 이민용 캐리어는 이미 터지기 일보 직전입니다. 그곳에서 진행할 놀이와 미술수업 준비물까지 넣자 성인 2명이 끌어도 힘든 무게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설렙니다. 한 선생님은 이번에 첫 해외여행이라고 합니다. 첫 해외여행을 일본이나 동남아 처럼 가까운 지역이 아니라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것입니다. 첫 스타트가 화려합니다.
인천공항에 갈 때면 항상 여행 준비의 피곤함을 이기는 설렘이 있습니다. 누구는 여행에서 가장 큰 재미는 비행기 타기 전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공항이 주는 이미지는 여행의 첫 관문, 다양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어머니의 뱃속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이미 아이들과 부모님은 약속시간보다 일찍 공항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다니고 어머님은 몇번이나 그런 아이를 붙잡고 주의사항을 말합니다. 아버님들은 선생님에게 잘 부탁한다며 악수를 청합니다. 악수하는 순간 동시에 아이를 바라봅니다. 신나게 뛰어다니는 아이를 바라보며 남자로서의 동질감을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아버님의 "잘 부탁합니다"가 왠지 더 비장하게 느껴집니다.
이제 부모님과 작별입니다.
출발 기념으로 단체사진을 촬영합니다. 아이들과 선생님이 환하게 웃습니다. 학원 카메라로 찍고 있지만 부모님들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촬영합니다. 누가 보면 팬클럽이 아이돌 그룹을 찍고 있는 듯합니다. 부모님 표정은 마치 몇개월간 헤어질 듯 합니다. 눈가가 붉게 물든 분도 계십니다. 아이들은 아랑곳 않고 신나게 선생님 캐리어를 빼앗아 달아납니다. 그렇게 헤어진 후 입국심사대로 들어갔습니다.
13시간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서 바르셀로나 엘프라트 공항까지의 여정입니다. 직항이 편하긴 하지만 한 비행기 안에 10시간 있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대학생 때 부터 여행을 좋아하다 보니 비행기를 제법 많이 탔습니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의 13시간 여정은 뉴욕을 갈 때를 빼곤 굉장히 오랜만입니다. 성인들도 쉽지 않은 비행이지만 과연 아이들은 어떨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공항도 계속 오다보니 이전에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보입니다. 공항에서 돌아가는 수많은 기계들의 용도가 점차 이해하게 됩니다. 비행기는 뒤로 갈 수 없기 때문에 후진만 전문으로 하는 차량이 필요합니다. 연료는 양 날개에 통통하게(?) 주입해야 합니다. 비싼 항공사 일수록 앞자리 알파벳이 부여되어 고객이 공항을 돌아다니는 일이 적어지거나 비지니스 고객은 조금 더 일찍 기내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비행기 안에서 면세품을 파는 것도 당연하다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지금 날고 있는 영공은 우리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 물건을 판매하면 그 세금은 어디에 내야 하는가? 그런 걸 따지기 귀찮으니 면세로 해버린 건 아닐까?’ 라는 상상도 해봅니다.
비행기가 출발합니다. 승무원은 모두 자리에 착석하고 안전벨트를 착용합니다.
잠시 뒤 비행기가 맹렬한 속도로 가속한다는 신호입니다. 아이들은 아직 창문 밖을 보며 떠들거나 벌써부터 모니터를 보며 서비스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잠시 뒤 가속을 시작합니다.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