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의 남자아이들과 스페인! 다섯 번째
선생님, 저도 그림 그릴래요!
평소 그림 그리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저에게 그림을 그리게 종이를 달라고 합니다. 어찌 된 일일까요?
13시간의 기내는 30% 설렘 후에는 70%는 지루함으로 채워지는 것 같습니다. 계속되는 비행에 선생님, 아이들 모두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합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습니다. 집에서 부모님이 하루 1시간씩 제한할 때 게임은 희귀하고 재밌지만 쭉 게임하다 보면 결국 흥미를 잃게 됩니다.
이때 선생님이 먼저 그림을 그립니다. 그냥 끄적이기 시작하면 아이들의 질문 공세가 시작됩니다.
선생님 뭐해요?
선생님 뭐 그려요?
저도 볼래요!
그때 선생님은 바로 쉽게(?) 이야기해 주지 않습니다.
자뭇 진지하게 비싼 몰스킨 수채화 노트를 꺼냅니다. 그리고 그동안 정성껏 그린(+@ 자랑 목적) 그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깁니다. 아이들의 탄성이 시작됩니다. 서로 보고 싶어 합니다.
이때 선생님은 쿨하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방금 먹은 기내식을 그리기도 하고 평소 그리고 있는 것을 그립니다. 그러면 한두 명이 먼저 반응을 보입니다.
조용히 자기 가방에서 노트를 꺼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어떤 아이는 선생님에게 종이를 빌려달라고 합니다. 이 때도 그냥 주면 안 됩니다.
이거 정말 비싼 종이인데... 너니까 특별히 주는 거야
그럼 아이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빛납니다.
어떻게든 함부로 낙서하지 않겠다고 맹세합니다.
나중에 보면 평소에 그림보다 만들기를 좋아했던 아이들이 어느새 모니터 화면 속 캐릭터나 스마트폰 게임 속 캐릭터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너무나 집중해서 주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집니다. 보통 같으면 절대 그림 그리지 않는다는 아이도 이때만큼은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 그립니다. 평소 못 그리는 아이도 게임 캐릭터를 얼기설기 그립니다. 못 그린 것 같아도 그 안에 정성이 충분히 담겨 있기에 함부로 평가할 수 없는 대작들이 나옵니다.
이쯤 되면 기내는 미술학원이 됩니다.
마지막 펀치(?)로 선생님은 이제 물감을 꺼냅니다.
(다음 편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