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비행기 안에서 그림을 그리다(2)

열 명의 남자아이들과 스페인! 여섯 번째

by 고용석

마지막 펀치로 물감을 꺼내면 다시 아이들의 눈빛이 쏟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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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도구는 뭔가 특별해 보입니다. 어릴 적 미술학원을 다녔다면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겁니다. 선생님 개인 필통을 보면 뭔가 고급스럽고 신비한 연필과 지우개들, 낯선 미술도구들을 봤습니다. 그때만큼이나 뭔가 특별해 보이는 순간이 바로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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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약간의 퍼포먼스가 더해지면 금상첨화입니다.

일회용 물컵에 마시다 남은 커피나 맥주, 음료수에 붓을 담가 사용하는 것이죠.

(물론 일회용 컵을 사용했고 나중에 화장실에 버렸습니다.^^)


어 선생님 지금 뭐하세요?


분위기는 달아오르고 아이들은 너도나도 보기 시작합니다. 이 때는 그리고 커피에 담근 붓으로 한번 칠해봅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물감들을 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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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별거 아닌 몇 번의 채색으로 하나의 그림이 완성됩니다. 특히 수채화는 적은 양의 물감과 물만으로 그 넓은 면적을 칠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그러데이션, 웻인웻 효과 등을 주면 시각적으로도 '간지'가 납니다.


이때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한마디 합니다.

너도 해볼래?

선생님의 개인 도구를 사용할 때만큼 소중하게 학원 도구들을 다뤄준다면 얼마나 고마울까 생각이 들 정도로 아이들은 소중하게 사용합니다. 조심히 물감을 섞고 종이에 칠하면서 선생님은 간단한 팁들을 알려줍니다.


"우와!"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렇게 해서 3~40분은 기내는 미술학원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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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게임에 빠져있거나 영화에 집중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선생님이 무언가를 시작하자 아이들에게도 영향이 미친다는 것입니다.


선생님이 먼저 지루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미술이라는 게 생활 곳곳에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때 아이들은 용기를 내어 공책을 꺼내고 종이를 요구합니다. 선생님의 지시가 없어도 아이들은 스스로 표현하고 배우고 싶어 합니다. 비행기라는 공간이 주는 지루함을 자발적 교육의 공간으로 바꿨습니다.


어쩌면 교육이라는 건 이런 것 같습니다.

내가 먼저 삶 속에서 무언가 유용하게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그것을 배우려고 하는 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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