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리다 파밀리아에 가다

열 명의 남아 아이들과 스페인! 일곱번째

by 고용석


오늘은 가우디의 위대한 건축물이라고 불리는 사그리다 파밀리아를 갑니다. 직역해서 성가족 대성당이라고도 합니다. 숙소는 마타라로라고 하는 바르셀로나 시내 중심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앞에 지중해 바닷가가 있고 4층짜리 건물을 통짜로 임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교통수단은 렌페라고 불리는 지상 열차로 이동합니다. 우리로 치면 무궁화보다 좀 더 빠른 열차입니다. 바르셀로나 시내까지 가는데 옆으로 바닷가와 해변가, 그리고 때마침 주말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여유롭게 선탠 하는 사람, 카약을 즐기는 사람들, 발리볼을 하거나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기도 합니다. 어떤 분은 아예 의자까지 가지고 와서 유유히 바닷가를 바라봅니다. 이런 풍경은 문득 우리와는 대조적으로 보입니다. 서울에서 매일 출퇴근하고 야근하기도 하고 필요하면 주말출근도 하는 우리에게는 참 평화롭고 사치스러운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여기 사람들의 삶은 문득 궁금해집니다.


사그리다 파밀리아는 자신의 이름을 딴 역에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대이동(?)을 해서 그런지 역무원도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비 케어풀 스틸링! 유 유즈 태권도!”라고 하면서 신신당부를 합니다. 특히 엄해 보이는 역무원이 갑자기 “유 코리안? 태권도!” 하면서 아이들 앞에서 품새 연습을 하자 아이들은 순간 빵 터져 웃습니다. 그라시아스 인사와 함께 이제 나갑니다. 바르셀로나=사그리다 파밀리야라고 할 만큼 대표적인 건축물이라 살짝 기대 반 실망할 준비(?) 반 하며 나갔습니다. 그동안 많은 여행에서 기대만큼 만족을 준 것보다 “흠...”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기대를 안 한 영화일수록 더 재미있다는 제 나름대로의 인생 신조이기 때문입니다. 천천히 앞장서서 지하철 출구로 나갔습니다.

지하철 출구를 나가면서 새파란 하늘이 있었습니다. 상당히 쾌적하고 맑은 날입니다. 출구 밖에는 하늘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질 않습니다. ‘분명 제대로 왔는데...’라고 하면서 주위를 둘러본 순간 저도 모르게 헉하는 소리를 냈습니다. 뒤에서도 아이들의 “우와!” “쩐다” 라고 하며 감탄사가 들립니다. 의도적인 연출 일지는 모르지만 뒤를 돌아봐야 거대한 대성당을 보이게 한 것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스릴러 영화처럼 뒤돌아 봤을 때 범인이 서 있는 듯한 놀래킴이었습니다. 거대하고 기묘한 형태의 건물이 서 있었습니다. 배경음악을 넣는다면 굉장히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줄 때의 효과음이 머릿속에서 재생되었습니다.



기괴해 보이기도 하고 생물체 같은 거대한 건물이었습니다. 옥수수를 본 때 만든 거대한 둥글고 뾰족한 건물과 온갖 조각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주변 건물들은 마치 겸손의 의미로 높이 제한을 둔 것 같앗습니다. 보는 사람마다 탄성을 지르고 사진을 찍게 합니다. 소매치기가 여기서 활약할 수 있는 건(전 세계 소매치기 1위) 아이러니하게도 사그리다 파밀리아의 위대함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대성당의 위엄이 사람들이 마비되어 누가 가져가도 모르는 것이죠. 놀라며 사진 찍는 관광객과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다니는 그곳 시민들은 구분하기 쉬웠습니다. 자신이 자라면서 매일, 주말마다 본 사람들은 당연한 듯 지나갑니다.


성당의 입구에는 예수님의 생애, 복음서의 이야기가 조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대량 생산된 것이 아니라 손으로 일일이 조각해서 만든 것 때문인지 더 장엄해 보입니다. 잠시 동안 성당을 외부에서 둘러봤습니다. 예전부터 다큐멘터리나 여행 프로그램에서 워낙 많이 봐서 큰 감흥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나중에 개인적으로 와서 하루 종일 앉아서 보고 싶었습니다. 그만큼 볼거리가 많았습니다.


매끈한 외관이 아닌 모든 것이 사람 손으로 쌓고 조각된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조금 멀리서 성당을 관찰하면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전면 쪽, 가우디가 만들던 쪽은 손 때가 묻은 것처럼 짙은 갈색입니다. 반면 뒤쪽은 그의 제자와 현대의 건축기술로 만들어 조금 더 깨끗하고 매끈합니다. 그러다 보니 마치 오래된 건축물에 새로운 건물을 붙여놓은 것 같습니다. 어머니 등에 업힌 아기처럼 뒤쪽은 건물은 깔끔하고 청색 스테인 글라스로 이제 막 지어진 건물 같습니다.

역시 2차원 사진이나 영상에는 볼 수 없었던 볼륨도 볼 수 있었습니다. 성당에서 마치 생명체의 손이 튀어나온 것처럼 관광객들을 향해 기울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압도되고 사진을 쉴 새 없이 찍는 것 같습니다.

이제 안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다음 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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