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리다 파밀리아에 가다(2)

열 명의 남자아이들과 스페인! 여덟 번째

by 고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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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스테인드 글라스로 공간을 채우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자 거대한 공간이 있었습니다. 외관이 워낙 거대한 탓에 생각 이상으로 높은 천장과 수많은 기둥이 있었습니다. 거대한 기둥의 숲 사이에서 사람은 마치 이제 막 피어난 새싹들 같았습니다. 한눈에 올려다보기도 힘든 높은기둥과 천장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숨이 벅찼습니다. 무엇보다 스테인드글라스로 들어오는 다양한 색의 빛들이 성당 내부를 채색했습니다. 단순히 예쁜 조명이 아닌 따스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음악까지 공간을 채우자 성당에서 텅 빈 공간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알록달록한 색상의 빛깔, 오르간의 소리, 사람들이 모든 것이 거대한 성당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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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사람이 보였습니다. 이윽고 거대한 기둥 뒤로 사라졌습니다. 뒤로 물러나 전체를 보니 외계 행성에 온 것 같았습니다. 돌로 된 곡선의 기둥은 마치 생명체의 갈비뼈 같았습니다. 우리는 어느 순간 거대한 생명체 안에 들어온 것이 아닐까 착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안에서 멍하니 바라보고, 사진 찍고, 기도하는 등 신비한 곳을 탐험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이 성당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수많은 사람 덕분이었습니다. 사진 찍고, 멍하게 바라보고, 감탄하고, 기도하는 등 수많은 사람이 성당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결국 시선은 사람을 향해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 이번엔 ‘파사드’라 불리는 종탑으로 올라갔습니다. 올라가 보니 바르셀로나 시내가 한 번에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고층빌딩이 거의 없어 바르셀로나의 모든 집을 한 번에 볼 수 있습니다. 몇몇 아이들은 무섭다고 하소연하면서 빨리 내려가자고 합니다. 대성당의 거대한 그림자가 바르셀로나의 한 구역을 덮어버렸습니다. 세 개의 대표적인 뿔과 함께 거대한 왕관처럼 보입니다. 이 현상을 의식해서 만든 것일까요? 대성당은 사람들에게 삶과 죽음마저 관리하는 왕의 이미지로 보이고 싶어 했을지도 모릅니다.

20191004_142334.jpg 세 종탑의 그림자는 마치 왕관처럼 보입니다.


꼭대기에서 사람들이 아주 작아 마치 개미처럼 보였습니다. 대성당의 기묘한 외관은 마치 개미들이 작은 조각들을 이어 붙여 만든 집과도 같습니다. 문득 ‘결국은 모든 것은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대한 대성당도 사람에게 엄청난 위엄과 감동을 줍니다. 하나님의 입장에서 보면 그저 작은 집에 불과할 것입니다. 입구에 있는 예수님에 대한 조각도 사람들이 기념하고 기억하기 위해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도 이 땅에 오신 이유는 다름 아닌 사람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찾으시는 건 왕 같은 높은 사람이 아닌 잃어버린 어린양, 가장 작고 연약한 사람입니다. 이 대성당도 존재하는 이유는 왕같이 군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을 찾는 가장 작고 연약한 한 사람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모든 시선은 사람을 향해야 한다

사그리다 파밀리아는 나에게 건축의 위대함보다 더 중요한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건축의 위대함에 압도되지 말고 그것을 바라보고 누리는 사람들이 더 중요합니다. 이렇게 해서 시선은 성당이 아닌 아이들에게, 사람들을 바라봐야 합니다. 이렇게 사그리다 파밀리아 방문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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