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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의 이야기 #3

Saturday Night's Mistery Club

by NoZam

- 모나 엄마, 꿈을 꾸다.


제가 계속 간호를 해서 그런지 모나 엄마는 조금씩 낫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며칠을 그렇게 둘이 붙어있으니 많은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죠. 알고 보니 모나 엄마는 어려서부터 그림을 잘 그렸대요.

제가 노트와 펜을 꺼내 주니까 그걸로 제 초상화를 그리더라고요. 다 그려진 그림을 보고 정말 놀랐어요.

당연히 지금까지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고, 그림을 공부하지 못하고 살아왔을 텐데 모나 엄마가 그린 초상화는 정말 멋졌어요.


이 그림 어때요? 이게 바로 모나 엄마가 그려준 거예요. 그림을 배우지 못한 사람이 볼펜으로 그렸다는 게 믿지시나요?

제가 모나 엄마에게 그랬어요. 몸 다 낫고 나면 나랑 같이 한국 가자고..., 내가 무슨 수를 쓰든 한국에 데려갈 테니까 한국 가서 그림 공부하라고...


모나 엄마는 웃으며 이렇게 말을 했어요.

"언니, 말은 정말 고마운데요. 제가 어떻게 여기서 나가요?"


제가 그랬죠. 마음 아픈 이야기지만 어차피 모나도 죽었고 너도 저렇게 맨날 술 마시고 두들겨 패는 남편과 살면 결국 맞아서 죽을 거라고..., 게다가 관리인도 널 못 살게 굴 텐데 어떻게 여기서 계속 살겠느냐고 말이죠.

그랬더니 모나 엄마가 그랬어요. 여기서 나갈 방법은 없다고... 설령 여기서 용케 나간다고 해도 외국으로 나가지는 못할 거라고 말이에요.

"모나 엄마, 그건 내가 좀 알아볼게. 아마 분명히 방법이 있을 거야. 내가 돈을 쓰든 어쩌든 방법을 찾아볼 테니까 모나 엄마는 걱정하지 마."


난 인도에서 교수로 있는 친구에게 연락을 했어요.

상류층에서 사는 그녀는 분명 뭔가 방법을 찾아줄 것 같았죠.

그런데 그녀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했어요. 절대 안 된다는 겁니다.

친구의 부탁이니 무슨 수든 찾아달라고 했는데도 꿈쩍도 안 하더군요.

도대체 이유가 뭐냐고, 왜 그렇게 알아보지도 않고 그러느냐고 따졌죠.

그녀는 이렇게 말을 하더군요.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생각해봐. 네가 그 여자를 데리고 출국을 하면 그건 그 여자가 망명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것도 사회 신분에 따른 문제, 여성인권에 대한 문제처럼 민감한 문제들만 잔뜩 안고 나가는 건데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어?"


몰래 밀항을 하는 방법은 없느냐고 했죠. 가능하긴 하겠지만 자신도 그런 루트는 알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알아보면 방법을 찾을 수는 있겠지만 자신이 그런 문제에 관여해서 문제를 만들고 싶지는 않은 눈치였어요.

결국 친구를 설득하는 데 실패하고 돌아갔는데...


모나 엄마는 제 말을 듣고 많은 고민을 했었나 봐요. 절 보고 대뜸 이렇게 묻더군요.

"언니, 방법은... 없죠? 내가 여길 떠나는 건 안 되는 거죠?"


뭐랄까...? 묻는 내용은 그렇지 않은데 그녀의 표정은 묘하게 기대감이 묻어났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계속 알아보고 있어. 쉽게 찾아지지는 않겠지만 기다려봐. 분명히 방법이 있을 거야."

그런 제 말에 모나 엄마는 고개를 숙이며 말하더군요.

"언니, 너무 그렇게 애쓰지 마세요. 어차피 저야 평생 여기서 살다가 죽을 운명인걸, 뭐... 언니가 날 그렇게 신경 써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행복해요."

그녀의 무릎 위로 눈물이 똑 떨어졌어요.


포기하고 싶었던 저는 그 눈물을 보는 순간 다시 결심을 굳혔습니다. 모나 엄마를 이곳에서 빼낼 방법이 분명히 있을 거다. 모나 엄마를 이곳에서 빼내지 못하면 모나 엄마는 죽는다. 어떻게든 그녀를 빼내야 한다고 말이죠.

모나 엄마를 간호하는 짬짬이 저는 계속 알아보고 있었어요.


그런 제 모습에 모나 엄마는 희망을 갖는 것 같아 보였죠. 언젠가 처음으로 그녀는 탈출에 성공한 이후의 자신의 모습에 대해 이런 말을 하더군요.

"만일에, 정말 만일에 내가 언니하고 같이 갈 수 있다면 말이에요. 난 정말 그림을 배우고 싶어. 그래서 우리 모나를 그리고 싶어요. 행복하게 웃는 그런 모나..., 시간이 지나서 내가 모나 얼굴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도 난 모나를 그리고 싶어요. 예쁜 색으로 아름다운 모나를 그려야죠."


그렇게 비참하게 죽어간 모나... 모나네 집에는 사진 한 장 없었죠. 결국 모나 엄마는 그리운 딸의 모습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거예요.

그렇게 모나를 그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모나 엄마는 살아갈 희망을 찾고 있었죠.


문제는 그녀가 몰래 인도를 빠져나갈 방법을 찾는 것이었어요.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아무리 수소문을 해봐도 길을 찾을 수 없었어요.

게다가 모나 엄마는 쉽게 몸이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점점 쇠약해져 갔어요.

전 조급해지기 시작했어요. 이대로 시간만 보내다간 결국 그녀는 탈출을 하기는 커녕 죽을 것 같았거든요.

하루라도 빨리 방법을 찾아서 그녀를 데리고 나가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어요.


그나마 나은 건 모나 엄마가 머무는 움막이 마을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성역 같은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누구도 이 곳에 들어오고 싶어 하지 않는 데다가 이 곳에 머무는 사람은 곧 죽는다는 생각 때문인지 들여다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었죠.


루이 엄마가 짬짬이 모나 엄마를 간호해주고 먹을거리를 가져다주었죠.

저는 틈만 나면 밖으로 나가서 암시장이나 그런 데를 돌아다니면서 모나 엄마를 빼돌릴 수 있을만한 사람을 수소문하고 있었는데..., 영 진전이 없었어요.


더 큰 문제는 외국 사람이 밀항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한다고 들쑤시고 다닌다는 소문이 돌았는지 점점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어려워지고 있었죠.


"사실은 모나 엄마를 어떻게 하든 한국으로 데려갈 방법을 찾고 있는데 그게 쉽지 않네. 혹시 루이 엄마는 주위에 알아볼 방법이 없을까?"

루이 엄마는 이야기를 듣더니 깜짝 놀라더군요. 그러다니 고개를 끄덕이며 제 말을 수긍하는 눈치를 보였어요. 잠시 지나서 곰곰이 생각하는 얼굴로 대답했어요.

"글쎄요. 가끔 어린아이들이 자기들끼리 눈이 맞거나 해서 도망치는 경우도 있기는 한데 그건 그냥 몰래 야반도주를 하는 거고..., 더구나 모나 엄마는 저렇게 아픈데 그게 될지 모르겠네요. 더구나 외국에 나가는 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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