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Night's Mistery Club
- 모나의 죽음
전에 갔을 때도 모나 아빠는 절 무척 무서워했어요. 비록 자기들과 같이 생활하며 90일을 보내긴 했지만, 관리인도 쩔쩔매는 걸 보았으니 절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거든요. 신분계급에 익숙한 그들에게 저는 자신들보다 신분이 높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했던 것 같아요.
어쨌든 모나 아빠는 큰소리로 화를 내는 저에게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까 모나 아빠는 속상해서 그런 거더라고요.
몇 달 전에 모나가 죽었다는 거예요. 그것도 밤중에 누군가에게 납치되어서 사라졌는데 한 달 정도 지나서 형체도 제대로 알아볼 수 없는 시체로 발견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시내에 사는 신분 높은 집안의 자식들에게 강간당하고 죽음을 당한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범인은 잡지 못하고 말았다는 거예요.
그렇게 이삼일이 지나고 나니 모나 엄마가 돌아왔어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하는데, 얼굴은 여전히 상처투성이고, 어떻게 맞은 건지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오른발을 질질 끌더군요.
모나 엄마는 절 보고 펑펑 울었어요. 언니, 언니 하면서 제게 안겨서 엉엉 울었죠.
전 모나 엄마를 끌어안고 같이 울었어요.
모나 엄마는 다시 못 볼 줄 알았는데 다시 만났다고, 정말 보고 싶었다고 하며 쉽게 눈물을 그치지 못했어요.
저도 마찬가지 심정이었어요. 더구나 이렇게 다시 만났는데 모나 엄마는 만신창이가 되어있었으니 더 말해 뭘 하겠어요?
모나 엄마는 다 낫지도 않은 몸으로 다음날부터 차밭으로 나가야 했죠.
저는 걱정이 되었어요. 그렇게 아픈 몸으로 일을 했다가는 아무래도 죽을 것 같았어요.
모나 엄마는 처음 일을 나간 날,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얼굴과 몸의 상처는 뜨거운 태양 열기 때문인지 덧나서 곪기 시작했어요.
전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을 하고는 관리인을 찾아갔죠.
저대로 두면 죽을 것 같으니까 다시 병원에 입원시켜야 한다고 했더니 관리인이 펄쩍 뛰는 겁니다.
병원비도 없고, 모나 엄마가 일을 하지 않으면 손해도 너무 크다는 거죠.
그러면서 제가 아무리 높은 분의 소개로 와서 머무는 거라고 해도 차밭에서 일어나는 일까지 관여하는 건 절대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하더군요.
그렇게 며칠이 지났는데...
모나 엄마 상태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었어요.
열이 나고, 상처는 계속 심해지고...
결국 차밭에서 일을 하다가 쓰러지고 말았죠. 그런데 제가 더 놀라고 화가 났던 건, 그런 모나 엄마를 나무 그늘에 뉘어 놓고는 잠시 후에 정신을 차리니까 다시 일을 시키는 거예요.
안 되겠다 싶어서 관리인에게 돈을 좀 집어주고 모나 엄마를 며칠만 일에서 빼 달라고 했어요.
사실 저도 현지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되도록 관여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정말 어쩔 수가 없었어요. 저렇게 조금씩 죽어가는 걸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일주일간 집에서 쉬어도 좋다는 관리인의 허락을 받았어요. 그 일주일만이라도 병원에 입원시키고 싶었는데 그건 또 안된다는 거예요.
자기도 상관 눈치를 봐야 하니까 어쩔 수 없다며 집에서 쉬라고 하더라고요.
어쩌면 관리인이 허락을 했어도 병원에 갈 수 없었을지도 몰라요. 교통편이 너무 안 좋아서 병원까지 걸어가거나 누군가에게 업혀 가거나, 수레를 타고 가야 할 텐데 그렇게 가다가는 가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전 시내에 나가서 약을 사 왔죠.
그렇게 옆에 딱 붙어서 그녀를 간호하기 시작했어요.
우리 식으로 미음을 쑤어서 먹이고, 상처마다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았죠. 붕대를 다 감고 보니 이건 마치 미라 같아 보였어요.
온몸을 마치 붕대로 칭칭 동여맨 꼴이었으니까요.
그렇게 삼사일 정도가 지났는데 갑자기 관리인이 오더니 절 부르더군요. 관리실에 가보라고 하는 겁니다.
가서 보니 뭐가 문제가 있는지 대사관 직원이 와 있더라고요.
제 여권과 입국서류에 미비점이 있어서 당장 대사관엘 가야 한다고 하더군요.
모나 엄마가 그동안 많이 낫기는 했지만, 전 관리인에게 며칠 더 쉬어야 한다고 당부를 하고 대사관에 갔어요.
아쌈이 워낙 오지라 대사관에 가서 일 처리를 하고 다시 돌아가는 데에 거의 열흘 가까이 걸렸어요.
그 열흘이 얼마나 길던지... 전 너무 불안했어요. 모나 엄마 상태가 더 나빠지면 어쩌나...
다시 아쌈으로 돌아가서 제일 먼저 모나 엄마를 찾아봤어요. 그런데 집에도, 차밭에도 모나 엄마가 보이질 않았어요.
관리인에게 물었는데 어물거리며 말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겁니다.
그 날 밤에 모나 엄마 집엘 갔는데 여전히 모나 엄마가 보이질 않았어요.
모나 아빠에게 물었죠. 모나 아빠는 절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울기만 했어요.
"혹시 모나 엄마가 죽었어?"라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하면서도 여전히 슬프고 원망하는 눈빛으로 절 바라봤어요.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모나 엄마 어디 있느냐고 따져 물었더니 차밭 너머에 작은 움막이 있는데 모나 엄마가 거기 있다는 거였어요.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어도 대답을 안 하기에 하도 답답해서 뒷집에 갔어요. 거긴 루이네 집이거든요. 모나 엄마와 함께 제가 제일 친하게 지냈던...
루이 엄마를 붙잡고 물었습니다. 모나 엄마가 왜 멀리 움막에서 생활하느냐고...
루이 엄마 이야기를 듣던 저는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대사관에 간다고 나가고 나서 관리인이 그러더래요. 제가 문제가 있어서 대사관에 갔으니 다시 못 올 거라고... 이제 돌아간 거라고 말이죠.
대사관 직원까지 와서 절 데려갔으니 그대로 귀국하는 줄 알았었나 봐요.
그러더니 제가 떠나고 이삼일쯤 지나서...
다들 일을 나가고 난 후에 관리인이 모나 엄마네 집에 몰래 갔었나 봐요. 그리곤 모나 엄마를 강간을 한 거예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 아픈 여자를, 제대로 몸도 못 가눠서 다 죽어가는 여자한테 그 짓을 하다니...
그 날 얼마나 심하게 당했는지 일 끝나고 집에 돌아온 모나 아빠는 모나 엄마가 죽었는 줄 알았대요.
온몸이 피투성이에, 정신을 잃고...
전 루이 엄마를 앞장 세우고 움막엘 갔어요. 알고 보니 병원에 보낼 수는 없고 상태가 심각한 환자들을 격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움막이더라고요.
나름대로 상비약은 갖추고 있지만 아프다고 옆에서 도와줄 사람은 없는 그런 상황이었어요.
움막으로 가면서 루이 엄마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언니, 모나 엄마는 죽을지도 몰라요. 관리인은 자기가 저렇게 만들었으니 절대 병원에는 안 보낼 거고, 그렇다고 일을 시킬 수도 없으니까 일손에서도 빠지는 거잖아요. 그럼 수확량이 적어지니까 분명 문책받을 텐데 움막에 들여놓은 걸 보면 관리인도 모나 엄마가 죽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다행히 살면 다시 일을 시키면 되지만, 그냥 집에 두고 있기는 곤란하니까 여기 데려다 놓은 걸 거예요.
여긴 건강한 사람들도 힘들어서 병이 생기는 곳이에요. 그런 데다가 아파도 제대로 치료도 받을 수도 없잖아요. 그런데 모나 엄마는 저렇게 심하게 다쳤으니까 아마 낫기 어려울 것 같아요."
난 루이 엄마의 말을 듣고 절망했습니다.
이렇게까지 당하면서 살아야 하다니...
루이 엄마는 계속 말을 했어요.
"난 솔직히 말해서 모나 엄마가 빨리 죽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해서 남편이 있고 아이가 있는 여자가 저렇게 일도 못하고, 게다가 관리인에게 강간까지 당했잖아요. 모나 아빠도 관리인한테는 뭐라고 못하겠지만 모나 엄마 때리는 건 더 심해지겠죠."
같이 갔던 루이 엄마가 모나 엄마 상태를 보고 약도 발라주고 몇 마디 말도 함께 나누고 돌아갔어요.
모나 엄마는 저한테 왜 함께 돌아가지 않느냐고 하더라고요.
"너 아픈데 혼자 두고 어떻게 가? 어차피 나야 여기 사는 사람 아니니까 같이 있어도 돼. 내가 너 간호해줄게."
모나 엄마는 자기는 더 살지 못할 것 같으니까 그냥 가라고 하며 울기만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