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명운 Aug 02. 2018

8. 이모부

  근처에서 놀다 목이 말라 잠시 집에 들른 은우는 골목길부터 풍겨 오던 고소한 냄새가 집에서 나는 것인 줄은 대문을 열기 전까지 알지 못했다. 

  - 이~ 은우 왔어? 이거 한번 먹어 볼래?

  앞치마를 두른 혁이 엄마가 이제 막 프라이팬에서 집어 든 동그랑땡을 은우와 광일이의 입에 하나씩 넣어 주었다.

  - 어때? 맛있니?..

  은우는 뜨거운 동그랑땡을 입 안에서 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혁이 엄마는 아침부터 분주했다. 풍로 하나로는 모자라서, 은우 엄마가 출근하기 전 마당에 내놓고 간 풍로까지 써 가며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었다. 비록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혁이 엄마 혼자였지만 분위기만큼은 잔칫집 못지않았다. 

  하나로는 아쉬웠던지, 은우와 광일이가 프라이팬에서 노릇하게 익고 있는 동그랑땡을 보며 발을 떼지 못하자, 혁이 엄마는 은우의 등을 다정하게 쓸어 주며 말했다. 

  - 이따, 이모부 오시면 또 같이 먹자. 그때 많이 먹어.

  그제서야 은우가 물로 아쉬운 맛을 씻어 내고 다시 밖으로 나가려는데,

  - 꺄아악!~

  갑작스런 비명과 함께 혁이 엄마가 바닥을 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광일이와 함께 혁이 엄마 곁으로 다가간 은우는 마당 바닥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빨간 생명체 몇 마리가 꼬물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 엄머! 어트케.. 어머, 어트케..

    은우야, 이것 좀 어트케 해 봐.

  가까이서 꼬물거리는 생명체의 생김새를 자세히 살펴보던 은우와 광일이는 그 징그러움과 알 수 없는 정체에 대한 두려움으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뒤로 물러섰다.

  - 이모, 이게 뭐에요?

  - 쥐, 쥐 새끼야. 천장에서 떨어졌나 봐.

  - 이게, 쥐 새끼에요?

  은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고 괴생명체를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빨간 몸통에 툭 튀어나온 주둥이까지 아무리 봐도 돼지 새끼 같았지, 쥐 새끼로는 보이지 않았다. 

  - 이모, 이거 정말 쥐 새끼 맞아요? 돼지 같이 생겼는데?..

  - 쥐 새끼 맞아. 아유! 은우야, 어트케 좀 해 봐.

  혁이 엄마는 은우가 돼지 새끼라고 믿고 있는 생명체가 꽤나 징그럽고 무서웠던지 연신 발을 동동 구르며 비명을 질러 댔다. 은우와 광일이가 선뜻 나서지 못하고 쭈뼛거리고 있으니, 혁이 엄마는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와서는 

  - 은우야, 500원 줄 테니까 저것 좀 빨리 치워 봐!

  은우와 광일이는 500원이란 큰돈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여전히 다가가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돼지 새끼라면 아무렇지 않게 치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쥐 새끼라니.. 게다가 쥐 새끼라고는 볼 수 없는 생김새 또한 뭔가 께름칙한 구석이 있었다. 은우가 500원이라는 돈에 용기를 내어 혁이 엄마에게서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받아 들고 그것들을 쓸어 담으려는데, 때마침 꼬물거리던 괴생명체 한 마리가 은우 쪽으로 기어오는 것이었다. 은우는 흠칫 놀라 뒤로 물러서며 가지고 있던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광일이에게 넘기려 했지만, 광일이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뒷걸음질쳤다. 500원이라는 큰돈이 눈앞에서 날아갈 판인데도 은우와 광일이는 자신들 앞으로 기어오는 괴생명체에게 접근하지 못하고 머뭇거릴 뿐이었다.

  - 문이 열렸네? 혁아!

  - 엄머! 혁이 아빠! 이것 좀 어트케 해 봐요.

  열려 있는 대문 안으로 들어온 택시 운전사 복장의 아저씨에게 도망치듯 안긴 혁이 엄마를 보고, 은우는 낯선 아저씨가 이모부라는 걸 알았다. 

  - 뭔데 그리 놀라서 호들갑이야?

  - 쥐, 쥐 새끼!

  혁이 아빠는 바닥에서 꼬물거리고 있는 괴생명체를 보고 껄껄 웃더니   

  - 누가 은우니?

  - .. 저요.

  은우를 번쩍 안아 올리고는

  - 잘생겼네. 앞으로 잘 지내보자.

  은우가 ‘네’라는 대답을 하기도 전에 혁이 아빠는 수염 자국이 까칠까칠한 턱으로 은우의 얼굴을 비비고 내려주며

  - 얘는 누구니?

  - 제 친구, 광일이요.

  - 아이, 혁이 아빠! 이거부터 어트케 좀 치워 봐요.

  혁이 엄마의 다그침에 혁이 아빠는 꼬물거리는 쥐 새끼들을 빗자루로 쓸어 담아 대문 밖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렸고, 소란스러웠던 상황은 허무하리만치 쉽게 정리됐다. 빗자루질 한 번으로 끝날 상황을 처리하지 못해서 눈앞의 500원을 날린 은우와 광일이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고, 그제서야 패닉 상태에서 벗어난 혁이 엄마는

  - 근데, 혁이 아빠 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 오후 늦게쯤 온다고 안 했어요?

  혁이 아빠는 허허 웃으며

  - 일찍도 물어본다. 아침부터 아들내미 보고 싶다고 일찍 나가게 해 달랬더니 보내 주데. 

    혁이는?

  - 자요.

  혁이를 보기 위해 방으로 들어가는 이모부의 뒷모습을 보며 은우는 아직도 따가운 볼을 어루만졌다. 

  - 어이구, 내 새끼.

  - 아이, 자는 걸 왜 깨워요?

  고소한 부침개 냄새가 다시금 은우의 후각을 자극했고, 은우는 이모부가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사람 좋은 얼굴을 가진 다정한 사람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전 07화 7. 감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