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만난 재일교포 사업가의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한국에 사업을 확장하던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에 귀가 쫑긋 섰던 기억이 난다.
어느 날 그가 '기리꼬미(切り込み)'란 말을 꺼냈다. 일본 목공에서 쓰이는 용어로, 나무에 정교한 홈을 파는 기술이란다. 이는 단순히 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나무의 결을 고려해 정확한 각도와 깊이로 파내어 다른 부재와 완벽하게 결합되도록 하는 고도의 기술이다. 그는 이 기리꼬미가 자신의 인생과 꼭 닮았다고 했다.
우리말로 하면 '정교한 파고들기'와 비슷한데, 이 개념이 단순한 목공을 넘어 인생의 지혜를 담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 사업가의 삶은 정말 '정교한 파고들기' 그 자체였다. 재일교포로서 마주한 차별이란 단단한 나무에, 그는 끈기 있게 자신의 자리를 파 들어갔다. 마치 목수가 나무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작업하듯, 그는 사회와 시장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춰 자신의 길을 개척했다.
정확한 시장 분석으로 틈새를 찾아내고, 한일 양국을 잇는 다리를 놓았다.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조금씩 성공을 향해 나아갔다. 이는 마치 목수가 조금씩 정교하게 나무를 파 들어가는 모습과 닮았다.
'정교한 파고들기'처럼, 그는 기존 질서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 목공에서 정교한 홈이 다른 부재와 완벽하게 결합되듯, 그의 사업도 사회와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그의 성공은 하룻밤에 이뤄진 게 아니었다. 끈기, 정확성, 조화, 인내, 혁신 -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결과였다.
문득 깨달았다. 우리 인생이 다 그렇지 않을까? 거창한 계획보다는 매일 조금씩, '정교한 파고들기'를 하듯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가는 과정. 그게 바로 성공의 비결이 아닐까.
당신의 인생에도 분명 이런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눈에 띄는 성과가 없더라도 걱정하지 말자. 꾸준히 파 들어가다 보면, 어느새 단단한 나무 속에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테니까.
오늘도 어딘가에서 자신만의 '정교한 파고들기'를 하고 있을 당신,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