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우, 좌뇌와 소뇌 두 군데에 뇌경색이 왔다. 마비 수준은 아니지만 오른쪽 팔과 다리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자유로운 보행이 어려웠다. 처음 며칠 동안은 침대에만 있거나 휠체어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나중에는 폴대를 잡고 절뚝거리며 걸을 수는 있었지만 몸의 균형은 여전히 불완전했다. 그리고 균형과 협응을 담당하는 소뇌에 경색이 왔기 때문에 어지럼증과 경도의 측정 장애도 후유증으로 남았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확실히 예전 같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만큼이나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
처음에는 손을 들어 무언가를 집는 것부터가 고난도의 미션이었다. 손을 뻗어서 물컵을 집는 일,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 올리는 일, 핸드폰의 타자를 치는 일처럼 예전에는 의식하지 않고 수행했던 일상 속의 동작들이 엄청난 집중력과 근육의 통제를 요하는 동작들이 되어 버렸다.
물체를 집으려고 손을 쭉 뻗으면 내가 생각했던 곳에 내 손이 있지 않아 당혹스러웠다. 이를테면 양치를 하려고 칫솔에 손을 뻗으면 내 손은 칫솔에서 조금 빗나간 곳에 멈춰 있었다. 다시 거리를 조정해서 옆으로 손을 움직여야 비로소 칫솔을 잡을 수 있었다. 핸드폰에서 카톡을 보낼 때는 정확한 버튼을 누르기 위해서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다. 그래도 엉뚱한 버튼을 눌러 오타가 나기 일쑤였다.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은 더 어려운 미션이었다. 내가 어떤 글자를 써야 할지는 알겠는데 아무리 힘을 주어도 획을 끝까지 매끄럽게 마무리하기가 쉽지 않았다. 글씨들이 제멋대로 춤을 추는 것 같았다.
다행스럽게도 퇴원할 때쯤에는 많은 것이 개선되었다. 속도와 정확성이 조금 떨어질 뿐 일상생활에서 하는 동작들을 수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감사해야 할지 서글퍼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본래 생각도 행동도 좀 느긋한 편이라 뇌졸중이 남겨 놓은 소소한 후유증이 그리 티 나지 않았다. 그런데 퇴원할 무렵에도 여전히 휘갈겨져 있는 글씨는 나를 속상하게 했다. 이상하게 절뚝거리며 걷는 것보다도 글씨가 예전처럼 써지지 않는 게 더 마음에 걸렸다. 원래도 글씨를 특별히 잘 쓰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퇴원 후에는 집에서 유튜브를 보면서 요가를 하고 양가 어머님들이 해 주신 건강한 음식을 먹으며 천천히 일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남에게는 평범한 일상 속의 모든 활동이 나에게는 하나하나가 재활의 과정이었다. 처음에는 칼을 들었다가 내 손가락이라도 자를 까봐(?) 요리도 하지 못했고 아이들이 뜯어달라는 과자 봉지 하나도 뜯을 힘이 없었다. 물건을 번번이 떨어뜨렸고 샤워할 때도 넘어질까 봐 앉아서 씻었다.
그렇지만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의 일상적인 일들은 차차 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짧은 일기를 쓰기도 하고 책 필사를 하기도 했다. 글씨도 점점 나아져서 평범한 악필 정도의 수준이 되었다.
모든 환자들이 공감하겠지만, 내가 처한 질환에 대해 인터넷을 찾아보는 것은 회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불필요한 걱정과 염려를 높일 뿐이다. 수년 전에 나처럼 아픈 시기를 보낸 한 친구는 뇌졸중이란 질환을 이해하고 싶다면 인터넷 검색보다는 차라리 책을 한 권 빌려다 보는 편이 낫다고 했다.
그래서 동네 도서관에서 '뇌졸중'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들을 찾아서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에게 가장 큰 위안을 준 책은 뇌졸중이라는 질환을 설명하는 전문 서적이 아니라 뇌졸중이라는 경험을 직접 한 뇌과학자의 에세이였다.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의 저자 질 볼트 테일러는 37세에 좌뇌의 대부분이 손상되는 뇌출혈을 겪고 8년에 걸쳐 회복한 과정과 깨달음을 책에 담았다. 그녀는 우뇌만으로 세상을 보며 오히려 열반과 같은 마음의 평화 상태에 다다르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그 경험이 가져다준 새로운 시각과 그녀의 뇌과학자로서의 식견을 바탕으로 우뇌와 좌뇌의 상반되는 성격이나 감정을 다스리는 통찰을 전한다.
결국 내게 필요했던 것은 뇌졸중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뇌졸중을 받아들이는 태도였던 것 같다. 그녀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에게도 뇌졸중은 삶의 전환점이자 어떤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무엇일지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여러분의 몸은 50조 개의 분자적 지성으로 이루어진 생명체이다. 세상에서 어떤 존재로 살고 싶은지 순간순간 선택하는 것은 바로 여러분 자신이다. 자신 만의 힘을 기르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자. 활기차고 아름답게!
질 볼트 테일러,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