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꽃을 피워내려면 내면의 토양부터 다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면의 토양을 갈아 엎어야 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비료를 필요로 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이미 충분히 기름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내게 생각하기에) 갈아 엎을 정도는 아니지만 마음속에 불순물들이 꽤 많다. 예를 들면 미래에 대한 걱정, 불안함, 질투, 자신감 결여, 미움 등의 감정들이 뒤섞여 나를 갉아먹곤 한다. 이런 불순물들을 깨끗이 정리하고 마치 새로 태어난 듯 활기차게 사는 것은 하루 아침에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 것같다. 그것들은 오래된 습관처럼 생각이 안 났다가도 불쑥 튀어나곤 한다.
한 번에 마음속 불순물들을 제거하려고 스스로에게 강요하기보다는 천천히 사라지도록 디톡스(해독) 치료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번 자가 치료를 경험한 튼튼한 마음속의 뿌리는 면역력이 생겨서 다시 그런 마음이 든다고 해도 잘 흘려보낼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는 요인들을 해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면은 외부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아 형성되므로, 혼란스러운 내면을 가진 사람은 외면 또한 어지럽고 혼란스러울 가능성이 크다.
내가 그랬다. 무언가 불안할수록 이것저것 벌여 놓기 일쑤였고, 연인에게는 항상 더 많은 것을 요구했고, 더 많은 친구들을 사귀길 원했고, 더 많은 옷이 저 여자보다 나를 더 예쁘게 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불어난 나의 욕심들은 사용하진 않고 돈만 내버린 물품들로 방안을 가득 채웠다. 항상 더 많은 돈을 들여 채우고 채웠지만 신기하게도 그럴수록 부족함을 느꼈다. 마치 레고 블록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데 아무것도 쌓아 올리지 못해 금방 울음을 터트릴 아이 같은 상태였다.
내면을 혼란스럽게 했던 복잡한 외부환경을 과감하게 정리하기로 결심했다. 두 단계가 필요했다. 처음은 '안 쓰고 아껴둔 것들을 버리거나 기부하기' 두 번째는 '기준을 정해서 최대한 심플하게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기'. 대표적 타깃으로는 내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 옷들, 화장품들, 책들이었다. 옷의 경우에는 돈은 없는 데 멋은 많이 부리고 싶었던 대학생 시절부터 쟁여놓았던 '싸고 질 좋지 않은 옷가지'들이 한아름이었다. 화장품의 경우에는 1+1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구입했거나, 홈쇼핑에서 세트로 사서 원치 않았지만 덤으로 딸려온 것들이었다. 아- 책은 참으로 난감한데. 한 번 읽고 두 번은 읽지 않을 것 같은 것들과 영어에 투자한 다양한 종류의 문제지가 책장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런 물품 속에 파묻혀 살면 대게 아침이 굉장히 혼란스럽다. 왜냐하면 옷을 고르는데 너무 많은 선택 조건이 있어(심지어 고른 옷도 질이 좋지 않아 만족스럽지 못하다) 약속 시간에 고작! 옷 때문에 지각을 범하기도 한다. 또 남아있는 화장품은 그 계절에 맞지 않아도 꾸역꾸역 써야 했으며 그럼 피부가 고통스러워하는 건 당연하다. 책장은 여러 가지 지식으로 가득 채워져 있어 내 전문분야에 대한 연구가 소홀해진다. 마지막으로 관계에 대해서는 더 많은 친구들을 사귀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어도 나는 원체 그 모든 사람을 관리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고, 많은 친구들을 얇게 사귀는 것보다는 적은 친구들이라도 깊은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되는 것이 값지다고 생각했다(여기에 비유해서 미안하지만 질 좋은 옷을 한벌 가지고 오래 입는 것과 비슷하다).
아- 여러분을 더 이상 머리 아프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이 모든 것을 정리했다. 옷은 과감하게 재활용통에 넣었고, 오래된 화장품은 버렸고, 책은 중고서점에 싼값이 팔았다. 핸드폰 번호를 바꾸는 겸 절대 연락하지 않는 모든 이들의 번호를 삭제했다(나에게 호감이 있었던 수많은(확실히 거짓말) 남자들은 그렇게 처리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 '심플하게 살기 위한 기준'을 정했다. 앞으로 질이 좋지 않은데 값이 싸다고 혹하거나, 필요하지도 않는데 1+1 행사에 눈을 돌리거나 하지 않을 것. 값이 나가더라도 오래 쓸 수 있는 질 좋은 상품을 구입할 것. 옷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유행을 따르는 옷보다는 어느 때나 세련되어 보일 수 있는 베이직한 컬러의 아이템들을 구비할 것. (주의 사항 : 한꺼번에 모든 것을 버리면 나중에 그것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아주 곤란하게 되죠. 그럴 경우를 대비해 처음 정리한 이후부터는 한 옷을 구입하면 필요 없는 두 옷을 버리는 것으로 차례차례 정리하는 것도 좋겠어요.)
토요일 오전은 청소하는 시간으로 정하고 일주일 동안 그새 늘어난 것이 있으면 정리해 옷장에도, 화장대에도, 책장에도 여백을 두었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바뀌었냐면, 아침에 알람 없이도 일찍 일어나게 되었고 옷을 고르는 시간도 아주 짧아졌고 아침을 먹고 출근해도 늦지 않게 되었다! (심지어 화장까지 잘 먹었다.) 이제야 내가 원하는 책을 사서 볼 여백이 생겨서 출근길과 잠들기 전 시간이 즐거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해 다짐을 할 때처럼 주말마다 말끔한 용기를 쌓아 올릴 수 있게 됐다. 차근 차근 이렇게 모든 걸 정리하고 깊게 쌓아나가면 무엇이든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그런 용기.
심플하게 사는 멋을 즐기려면 내게 아직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부 환경을 관리함으로써 내면의 주체자가 된 것 같은 마음이 든다. 그래서 불순물의 감정들이 몰려와도 '자 그럼 너는 버리고, 너는 우선 여기 있고, 너는 나중에 보자'라고 여유 있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은.
Writer. 강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