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기대를 많이 했던 탓일까. 1년 전 낭만을 찾으러 Paris로 떠난 나의 언니는 생각했던 것만큼 크게 다가오지 않는 감동에- 터덜터덜 힘없이 숙소로 돌아오고 있었다. 많이 어두워져 길거리의 상인들도 사람들도 없는 조용한 센느강. 그 끝에서 노을빛으로 물든 하늘과 강물을 무대 삼아 바이올린을 켜고 있는 한 여자를 발견한다. 그 아름다운 울림과 여자의 행복한 표정에 매료되어 언니는 한참- 아주 한참. 자리를 뜨지 못했다고 했다. 지금도 인생 최고로 낭만적이었던 순간으로 그때를 회상한다.
센느강의 빛, 바람, 물결과 여자의 마음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어 큰 감동을 일으킨 것이다. 우아한 음악이란 비로소 이렇게 자연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하나의 예술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헵번이 창가에 기대어 기타를 다리 위에 얹고 노래하는 'Moon River'는 기교 없이 마음속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멜로디를 바람 속에 녹여냈기에- 우아하고 우아할 수밖에 없다.
"Music is a combination of sounds with a view to beauty of form and expression of emotion." 음악은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소리와 결합한 아름다운 예술이다. 영상적으로도, 음악적으로 신비했던 영화 <HANNA>에서 인적 없는 숲에서 살다가 처음 음악을 접한 소녀 한나가 했던 독백이다.
이렇게 보면 장르를 구분하지 않아도 감정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우아함이 농도가 정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늘 사람들에게 경외감을 주는- 대자연에 더 닮아있는 음악. 다양한 악기의 협주로 자연의 빛과 물과 땅을 만들어내는 '클래식'과 '재즈'는 단연 우아함의 최고선을 지켜왔다. 그렇기에 우아한 여자란 자고로 이런 장르의 음악을 이해하고 감동할 것이라는 내 생각은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
나는 늘 글을 쓸 때 테마에 맞는 뉴에이지 음악을 듣는다. 그럼 '그냥 글'이었던 것이 '꽤 괜찮은, 농익은 글'로 탄생한다. 여러 개의 악기가 어우러진 멜로디에 감정이 실려 어느새 예술을 하는 것같은 기분이 든다. 음악은 이렇게 신비한 마술을 부린다. 하지만 나에게 아직 클래식이나 재즈는 버거운 영역인 것 같다.
재즈 마니아인 친구의 도움으로 재즈계의 거장들을 추천받아 속성으로 종일 들어보았으나 '여전히 매운 장아찌를 먹지 못하는 어른 아이'처럼 아- 지금도 너무 어렵다라는 생각만 들 뿐이다. 친구는 이런 나를 보고 단지 장르에 대한 취향에 문제라고 했지만, 그들의 우아함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는 내가 못내 아쉽다.
"어릴 때는 입 근처에도 닿기 싫었던 매운 장아찌가 어느 순간부터 좋아졌어요. 놀랍게도 지금은 매운 장아찌라면 환장해요!"라고 말하는 때가 내게도 곧 당도하기를(왜 하필 매운 장아찌여야 했을까?). 그래서 오드리 헵번처럼, 자연의 재료들로 만들어진 악기들을 벗 삼아 내 감정을 '자연'스럽게 풀어내 볼 수 있는 순간이 오길. 바라본다.
이 글을 쓰며 계속 듣고 있는 재즈 한 곡을 소개해본다. Time To Say Goodbye(Con Te Partiro) - Rachel Z Trio(레이첼 지 트리오)
다재 다능한 재즈 피아니스트 Rachel Z가 행복한 선율을 선물한다.
> https://www.youtube.com/watch?v=P71YLmuWWeE
Writer. 강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