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여자의 표정

by 강작

언제부턴가 나는 표정을 잃었다. 그러니까 대학을 졸업하기 1년 전쯤부터 이었던 것 같다. 어릴 적에는 배꼽 잡고 웃었던 때가 어렴풋이 기억나지만 최근엔 아니 꽤 오랫동안 그렇게 웃은 기억이 없다. 배꼽까지 잡진 않더라도 크게 미소 지어본 적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출근길에도, 모니터를 바라보며 일을 할 때도, 점심을 먹을 때도, 퇴근길에도 내 안면근육은 멈춰있는 듯했다. 따분한 외부환경 때문이라고 변명을 하고 싶지만, 외부환경은 마음먹는 것에 따라 '행복'이 될 수도 있고, '불행'이 될 수도 있기에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우아한 여자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도도한 표정? 까칠한 표정? 우아한 여성을 대표하는 인물로 평가받는 오드리 헵번은 유독 웃고 있는 사진이 많다. 그녀를 보고 있자면 내 입가에도 어느새 빙그레 미소가 지어진다.



"I love people who make me laugh. I honestly think it's the thing I like most, to laugh. It cures a multitude of ills. It's probably the most important thing in a person.

나를 웃게 하는 사람들을 사랑한다. 나는 정말로 웃는 것을 좋아하니까. 웃음은 수많은 병들을 치료한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웃음이다." -오드리 헵번



그녀는 실제로 웃는 것을 사랑했다. 삶의 여러 굴곡을 거쳤지만, 많은 이들은 여전히 그녀는 밝고 명랑하며 행복하고 우아한 여자로 기억한다. 그런 이미지를 이어 온대는 그녀의 웃음이 가장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어떻게 그녀는 늘 미소와 웃음을 함께할 수 있었을까? 우아한 여자에게는 태생적으로 웃음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일까? 노력으로 될까?



실제로 아름다운 미소를 가지기 위해 학원에 다니면서 '잘 웃는 법'을 배우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또 웃음치료사라는 것까지 생겨났으니 '웃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굉장히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냐면 많은 이들이 웃음을 통해서 행복이 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웃음은 내면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기운을 얼굴로 보여주는 향기와 같아서 타인과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전파력도 강하다.



하지만 7~8년을 대게 무표정으로 살아온 사람에게 하루 아침에 '웃음'짖는 삶을 살으라고 하는 것은 긴청바지만 고수하는 여자에게 화려한 꽃무늬 핫팬츠를 입고 쇼핑을 하라고 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집 밖으로 나온 몇 분도 안되어 서둘러 다시 청바지로 갈아입기 위해 갈 테니까. 표정은 내면의 감정에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내면의 감정은 외부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그렇게 치자면 우리가 웃지 않은 이유가 외부환경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중학교 때 우리가 배꼽 잡고 웃었던 일들은 정말 사소한 것들 때문이었다. 친구가 옷을 거꾸로 입고 왔다거나, 학원 선생님이 무언가를 잘못 말했다거나(아, 너무 오래되서 기억이 안 납니다만.) 그러한 사소한 일들은 지금 주변에도 자주 일어난다. 맛있는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본 중년의 아저씨가 입맛이 고급이 되어 더 이상 맛집을 찾기 어렵다고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어느새 세상 물정을 다 아는 어른이 되어 더 이상 그런 것에는 웃음이 안 나온다고 하는 것 같다.



"The most important thing is to enjoy your life - to be happy - it's all that matters.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이 인생을 즐기는 것, 행복한 것, 그것이 중요한 전부이다." -오드리 헵번


우아한 여자는 인생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내면을 지닌 것 같다. 인생을 즐기자는 마음, 행복하자는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살아나가는 내면. 그러니 어쩌면 우리가 이미 다 경험했다는 따분한 일상에서도 작은 변화와 행복을 발견하고 웃음 지을 수 있는 것이다. 먼저 이런 내면을 단단히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나는 내 인생을 즐기고, 행복을 향할 거라는 다짐. 그런 희망적인 마음이 내면에 자리 잡는다면 조금씩 미소 짓는 연습이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나이가 들고, 사망하기 전까지 웃음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었던 그녀. 그 모습이 아름다워 눈에는 눈물이 맺히지만, 왠지 입가엔 미소가 지어진다.


writer. 강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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