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의 발견견
아이들이랑 함께 놀기 위해 몇 가지 보드 게임을 샀다.
추억의 다이아몬드 게임
전설의 부루마블
바둑과 장기, 한글 맞추기 게임 등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위주로 나름 고심하며 신중을 기했다.
보드 게임 주위에 둘러앉아
가족들이 서로 정답게 웃음을 나누며 게임을 즐기는
내가 상상하는 이상적인 모습 따윈 없었다.
게임판을 뒤엎고, 제멋대로 돌아다니고 규칙은 아무도 안 지키고
함께 집중하는 시간은 십오 분을 넘기기 힘들다.
대신 기대하지 않았던 두 가지 소득을 얻었다.
결론이야 어쨌든 아이들은 엄마 퇴근 시간만 기다리며,
집에 들어오자마자 게임을 하자고 매달린다.
엉망진창인 게임인데도 아이들은 엄마, 아빠랑 뭔가를 한다는 게 즐거운가 보다.
핸드폰에 매달리는 시간이 확실히 줄었다.
또 한 가지는,
게임은 굳이 설명서대로 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겁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게 해 줬다.
처음 보드 게임을 사 온 날,
다이아몬드 게임을 개봉한 아이들
설명서가 있어도 글을 모르는 아이들에겐 무용지물
내가 밥을 먹고 있는 동안 아이들 둘이서 다이아몬드 게임을 가지고 한 놀이
하나씩 원형 판을 나눠가지고 말을 촘촘히 꼽고서는 서로에게 쏘며 깔깔대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원형판에 말들을 다 담고 뚜껑까지 덮은 뒤에 큰 아이와 작은 아이는 택배놀이를 했다.
작은 아이가 고객이고 큰 아이가 택배원
그런데 뚜껑이 제대로 안 닫혔는데 마음이 급했던 큰아이가
택배를 들고 뛰어가다가 원형판이 떨어져 말들이 다 튀어나오는 사태가 벌어졌다.
순간 당황하며 얼굴이 벌게진 큰아이는
작은 아이가 있는 방문 앞에서 다급한 목소리로 노크를 하며
"저기요, 죄송합니다. 제가 오는 길에 큰 실수를 했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금방 오겠습니다."
하면서 말들을 주우러 다시 뛰어가는데
무심코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다가 난 웃겨 쓰러져 뒤로 넘어갈 뻔했다.
한참을 둘이서 그러고 택배놀이를 하고 놀았다. 엄청 신나게,
판교 현대백화점 7층 정원에는 회전목마가 있다.
오픈했을 당시에는 겨울이었고,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사진만 찍을 수 있게 만들어 놓은 포토존인 줄 알았는데
봄이 되자 회전목마가 진짜 움직인다.
아이들은 움직이는 회전목마를 보고 태워달라고 난리가 아니다.
아이들만 태우려 했더니 또 같이 타자고 성화다.
유치한데, 엄청 유치한데 하며 영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말위에 올라탔다.
환한 조명이 켜지고,
음악 소리에 맞춰 아래위로 움직이며
앞으로 달려가는 듯한 말 위에 올라앉아 있자니 묘하게 설렜다.
내가 마지막으로 탔던 회전목마가 몇 살 때였더라, 하는 생각과 함께
타기 전 민망하고 내키지 않았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었고, 엄청 빨리 끝나는구나,
아쉬웠다.
아이들보다 내가 더 그랬던 것 같다.
요즘,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서 부쩍 드는 생각
아이들을 통해서 내가 다시 크는 느낌이다.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순간들이 불쑥불쑥 찾아온다.
사는 게 뭐 별거 있나.
너도 나도 이렇게 놀면서 크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