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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 남미의 보르도 칠레 푸드트립

안젤라의 오감을 깨우는 여행 Episode.3

6,435km.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 칠레가 위에서 아래로 뻗은 길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300km임을 감안했을 때 우리나라보다 세로로 20배 이상 길다.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칠레는 광활한 사막부터 빙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연환경을 가졌다. 안데스 산맥과 해안가를 따라 길게 펼쳐져있어 신선한 해산물뿐만 아니라 과일과 채소의 종류도 다양해 먹거리가 풍부하다. 수도 산티아고는 산티아고 대성당, 대통령궁, 100년이 넘은 전통 레스토랑부터 부티크 호텔, 트렌디한 비스트로 & 바, 클럽, 하늘로 쭉 뻗은 고층빌딩 등 여느 대도시 못지 않은 면모를 보여주었다. 칠레에서 꼭 먹어야하는 대표 음식부터 와이너리 투어, 근교 여행지 등 먹고, 마시고, 체험하는 안젤라의 푸드트립, 세번째 목적지는 칠레 산티아고다.


이렇게 맛있었어? 눈과 입이 즐거운 칠레 요리

칠레는 스페인 이민자들과 남부 마푸체족의 영향을 받아 다양한 민족성이 요리에 담겨있다. 미식의 최전선인스페인의 섬세한 플레이팅부터 ‘땅의 사람들’ 이라는 뜻의 마푸체족의 야성미가 녹아있는 요리까지 다양한 식재료로 만든 맛있는 요리들을 칠레 어디를 가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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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수엘라 (Cazuela). 칠레와 페루 등 남미 지역에서 먹는 대표 음식이다. 닭고기와 소고기 뼈 등을 넣어 우려낸 국물에 당근, 감자, 옥수수 등을 큼직큼직하게 썰어넣어 푹 끓인 국물요리다. 조리법을 보면 우리나라 갈비탕이나 설렁탕과 비슷하지만 두 종류의 고기를 함께 넣어 끓인다는 점이 다르다. 국물은 깊고 시원해서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 잘 맞는다. 먹다 보면 “시원하다”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오고, 칠레 사람들도 과음을 하고 난 뒤에 해장으로 뜨끈한 까수엘라를 즐겨먹는다고 한다. 칠레 본토에서 먹으니 큼지막하게 들어있는 소정강이 (오소부코) 덕분에 씹는맛도 배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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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에 있는 요리는 ‘Sopaipillas con pebre’ 라고 하는데 영어로 특별히 번역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한다. Sopaipillas (소파이필라스) 라는 것 자체는 칠레의 길거리 음식으로 날씨가 추워지면 먹는다고 한다. 반죽 모양은 비슷하고 속은 만드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만두소가 집집마다 다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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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있는 노란 친구는 옥수수 퓨레 위에 구운 문어를 올렸다. 칠레말로는 Pulpo grillado con pastelera de choclo 라고 한다. 문어를 소금과 후추를 넣은 물에 삶고, 아주 섬세하게 구워서 문어 자체의 부드러움과 쫀득함을 놓치지 않았다. 우유와 옥수수, 바질을 넣은 부드러운 옥수수 퓨레와 함께 쫀득한 문어를 떠먹으니 세상 부러운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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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밑에 있는 해산물은 셰비체다. 사실 셰비체는 페루가 원조라고 하는데 원조에 대해서 따지고 싶지는 않다. 왜냐면 칠레에 있는 3일동안 다섯번이나 먹었기 때문. 칠레인들의 소울푸드인데 굳이 원조를 따질 필요가 있나? 셰비체는 칠레 어디를 가도 먹을 수 있는 요리로 칠레의 해산물이 신선하기 때문에 어디를가도 웬만하면 다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그 위에 칠레의 새콤한 레몬즙을 뿌리고, 향긋한 코리엔더를 같이 올려 먹으면 세상 행복하다.


‘남미의 보르도’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와이너리, 콘차이토로 와인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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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에 오면 와이너리 투어는 필수다. 칠레와인은 칠레 내수 소비량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높은 소비량을 자랑하고 있어 칠레하면 와인을 빼놓을 수 없다. 칠레 와인이 처음부터 유명한 것은 아니었다. 16세기 스페인 정복자와 선교사들이 포도나무를 들여오며 시작되었지만 ‘남미의 보르도’라는 별칭을 얻은건 8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다. 프랑스식 양조 기술과 포도 품종이 많이 수입되었고, 경제 성장에 따른 대규모 투자가 병행되면서 칠레산업은 크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따뜻하고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는 포도가 자라는데 적합했으며, 서쪽으로는 태평양, 동쪽으로는 안데스 산맥이 있었기 때문에 포도가 잘 자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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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에서 차로 1시간 15분 거리에 있는 콘차이토로 와이너리를 찾았다. 콘차이토로는 2초에 한병씩 팔리는 와인으로 알려진 디아블로 와인을 만드는 곳이다. 까시에로 델 디아블로(Casillero del Diablo)는 악마의 와인 창고라는 뜻으로 실제 오크통으로 가득한 와인 저장고에 들어가니 악마의 웃음소리와 함께 조명을 이용한 으스스한 스토리텔링이 약 5분동안 이어졌다. 이야기는 이렇다. 와인 저장고에서 자꾸 와인이 사라지자 콘차이토로의 창업자 멜초 산티아고 데 콘차 부부가 ‘여기에 악마가 산다’ 고 소문을 퍼트렸다. 소문이 나자 와인이 더 이상 사라지지 않았는데, 아마 악마가 자신의 존재가 노출되 와인을 더 이상 가져가지 않았다는 것. ‘악마도 몰래 훔쳐먹을 만큼 맛있는 와인’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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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테이스팅을 포함한 Traditional Tour는 콘차이토로 가든에서 시작해 19세기에 지어진 콘차이토로 가문의 저택을 보고 까베르네쇼비뇽을 포함해 칠레 토착 품종이 자라고 있는 와이너리로 이동한다. 영어를 하는 가이드와 함께 드넓은 포도원을 직접 거닐고 포도가 자라는 시기에 가면 직접 따서 맛도 볼 수도 있다. 프로그램이 알차고, 생각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어서 기회가 된다면 개인적으로도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예술인이 사는 칠레 제1의 항구도시, 발파라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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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파라이소는 칠레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는 곳이다. 왜냐하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기 때문. 그리고 우리나라의 부산처럼 제1의 항구도시이자 벽화마을이 존재한다. (아, 사실 벽화마을이라기 보단 벽화도시라고 할정도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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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에서 한시간반정도만 달려서 오면 되는 거리인데, 돌아보니 솔직히 말해서 한달정도 살고 싶은 곳이었다. 케이블카, 대학교 등 대표적인 관광지가 있는데 그것보다 골목 사이사이로 직접 걸어 올라갈 수 있는 곳들이 참 기억에 남는다. 심지어 스키장 슬로프 최상급 코스만큼 경사가 가파른 동네도 있었지만 모두 사람이 사는 동네였다. 만약에 본인이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고, 인스타그램에 남기는 것을 좋아한다면 칠레여행에서 발파라이소는 필수다. 어딜 가든 예술 작품이 나오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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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차를 타고 비냐델마르 해안가를 갈 수 있는데 부산 광안리라고 보면된다. 석양이 천천히 저무는 모습을 바라보며 밤을 지새우고, 파도소리를 들으며 아침에 눈을 뜰 수 있는 곳. 아, 카지노와 Hollywood Club도 꼭 가보시길. 칠리안 (Chiliean) 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노는지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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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또 올게. (비행기만 30시간?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 칠레 여행기 영상: https://tv.naver.com/v/3372999)


글 | 사진 안젤라 (foodie.angela@gmail.com)

푸드디렉터 김유경 (필명 안젤라) 은 디지털조선일보 음식기자 출신으로 MBC 찾아라 맛있는 TV, KBS 밥상의 전설, KBS 라디오전국일주와 같은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왔고, 테이스티코리아 유투브채널을 통해 한국의 맛을 전세계에 알리고 있다.

최근에는 안젤라의 푸드트립 채널을 통해 세계 음식과 술, 그리고 여행지를 국내에 알리고 있으며, 네이버 포스트와 네이버 TV (http://tv.naver.com/angelafood) 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요리는 오감을 깨우는 여행이라는 철학으로 오늘도 맛있는 기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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