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라의 오감을 깨우는 여행 Episode.28
요즘 밀레니얼 세대는 혼행 (혼자여행)부터 한달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해외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한달살기가 유행처럼 확산이 되어 홀연히 해외로 훌쩍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가장 인기있는 목적지는 태국. 맛있는 음식이 있을뿐만 아니라 물가도 낮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분방한 삶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치앙마이는 여름 휴가 시즌에 더 많이 찾는데, 방콕에 비해 상대적으로 북부에 있기 때문에 시원하고, 도시적이기 보다는 자연 고유의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젤라의 푸드트립 스물여덟번째 목적지는 치앙마이다.
카오 소이는 쌀국수 대신에 쌀과 계란을 섞어 만든 바미 국수로 만드는 태국 북부 요리다. 녹진한 돼지고기 육수를 베이스로 코코넛 밀크와 황금색 카레를 넣어 더 부드럽고,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면이 두꺼운편이여서 이 요리를 먹어본 한국인들은 ‘태국식 카레 우동’이라고도 표현한다. 그 위에 닭고기를 올리면 카오 소이 까이, 소고기를 올리면 카오 소이 누아, 돼지고기를 올리면 카오 소이 무라고 읽는다. 내가 찾은 곳은 카오 소이 메사이라는 곳으로 도심에서 가까운 편이고, 로컬 식당치고 상당히 깔끔한 편이었다. 2016 Food Fight 챔피언상을 받기도 하고, 원나잇푸드트립 프로그램에 소개가 되어 일찍이 찾아가지 않으면 자리를 잡기 어렵다. 메뉴판은 영어로 적혀있고, 명확한 사진이 함께 있어 주문하는데도 수월하다. 평균가격은 한 그릇당 35바트. 한화로 따지면 1,300원 수준이다.
닭고기가 올라간 카오 소이 까이를 주문하니 커다란 닭다리 하나가 올려져있었다. 육수에서만 카레맛이 나는게 아니라 닭다리를 조리할때도 카레를 넣어 색도 노오랗고, 카레맛이 진득하니 베여있어 빈틈없는 맛을 느낄 수 있다. 사이드디쉬로 시레기 같은 나물과 동남아에서 볼 수 있는 작은 양파 샬롯이 나오는데 국수 위에 올려 먹으면 더 아삭하고 깔끔하게 먹을 수 있다.
치앙마이에 온 이유이기도 하다. 동그란 쟁반 위에 여러가지 반찬 종지에 화려하게 담겨있는 요리들. 그리고 하얀 쌀밥. 사진만으로도 우리들이 즐겨먹는 백반과 비슷한 느낌이라 푸디로서 죽기 전에 꼭 한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치앙마이를 찾았다. 칸똑 또는 깐똑이라고 부르는 이 요리는 태국 북부의 전통적인 식문화를 말하기도 하는데, 도심에서는 전통공연을 보면서 식사를 하는 칸똑쇼도 인기다. 칸 (Khan)은 짧은 다리가 여러 개 있는 작고 둥근 나무 테이블을 말하는데 다양한 고기와 채소요리, 2~3가지 소스, 하얀 찰밥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칸똑을 먹기 위해 찾은 곳은 베란다 하이리조트 1층 야외에 자리잡고 있는 라비앙 차 레스토랑 (Rabiang Cha Restaurant) 으로 가격은 600바트로 약 18,000원정도였다. 호텔치고는 나쁘지 않은 가격. 각종 채소와 태국식 된장, 똠냠꿍을 중심으로 태국식 돼지고기, 닭고기, 순대, 족발, 제철과일과 찹쌀밥이 나왔다. 우리나라 백반처럼 반찬을 밥 위에 올려 먹었는데, 태국요리 특유의 짭쪼름함과 감칠맛이 인상적인 식사였다. 태국 로컬 맥주 싱하나 창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반캉왓. 시내보다는 공항 쪽에 가까운 곳으로 파주 해이리 마을 같은 명소다. 반캉왓에 도착하면 굉장히 허름한 나무 대문이 덩그러니 있다. 잘못왔나? 생각이 들 정도로 허름하지만, 대문을 지나가면 에스프레소바, 북까페, 1인 미용실, 세라믹 제작소와 한인이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 등이 있다. 마치 놀이동산의 이정표처럼 샵 표지판이 세워져있는데, 독특한 것은 여러가지 샵은 있었지만 메뉴나 업종이 절대 겹치지 않았다는 것. 예를 들어 디저트 까페에 가도 커피를 팔지 않는다. 바로 옆에 에스프레소 바가 있기 때문.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니 반캉왓은 태국의 예술인들과 소상공인이 서로 상생하자는 뜻에서 결성한 마을이기 때문에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서로 상부상조하고 있었다. 방콕과 같은 대도시에서 활동하다가 높은 임대료 때문에 예술 활동에 집중할 수 없어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곳이다. 큰 인테리어 없이 작은 샵들이 듬성듬성 있기 때문에 숲 속을 걷는 느낌으로 치앙마이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새소리만 고요하게 들리기 때문에 멍때리며 시간 보내기 딱 좋은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태국으로 여행오는 이유 중의 하나는 커피때문이다. 특히 치앙마이는 해발 300미터 고산지에 살고 있는 고산족들이 커피를 재배하며 살고 있어서 커피 원산지로 유명하다. 아주 오래전에는 태국 북부지역이 대마밭이었는데 란나 왕국의 여왕이 대마밭을 밀고 커피밭으로 바꾸자고 추진해 그때부터 커피를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세계에 있는 커피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까페 리스트레토를 찾았다. 리스트레토는 태국 라떼 아트 1인자이자 바리스타 챔피언들이 경합을 벌이는 세계 라떼아트 챔피언 TOP 6로 선정된 바리스타가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검은색 칠판에 하얀 분필로 그려넣은 메뉴판을 보고 주문을 하면, 나무 트레이 위에 커피 한잔이 올려져서 나온다.
나무 트레이에는 블렌딩한 원두의 종류와 블렌딩을 한 이유는 물론 바디감, 산미, 짠맛, 달달한 맛, 쓴 맛이 표시되어있는 Flavor Guide도 세심하게 새겨져 있다. 그 중에서 바디감이 강한 Gigar8to 를 주문했는데 하트모양으로 피어오르는 우유거품을 중심으로 입 안을 가득 채우는 풍만한 커피향과 밀도 높은 우유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밖으로 나가면 큰 나무 밑에 에스프레소와 물 한잔이 놓여져있다. 좋은 원두를 선물해준 신에게 바치는 선물이라고 한다. 바리스타의 정성과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명소가 되지 않았을까?
글 | 사진 푸드디렉터 김유경 (안젤라) (foodie.angela@gmail.com)
푸드디렉터 김유경 (필명 안젤라) 은 디지털 조선일보 음식기자 출신으로 MBC 찾아라 맛있는 TV, KBS 밥상의 전설, KBS 라디오전국일주와 같은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왔고, 테이스티코리아 유투브채널을 통해 한국의 맛을 전세계에 알리고 있다. 최근에는 안젤라의 푸드트립 채널을 통해 세계 음식과 술, 그리고 여행지를 국내에 알리고 있으며, 네이버 포스트와 네이버 TV (http://tv.naver.com/angelafood) 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요리는 오감을 깨우는 여행이라는 철학으로 오늘도 맛있는 기행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