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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한한량 Feb 07. 2024

그때그때 달라요

바뀌어도 괜찮을 때

읽어보니 내용이 전혀 다른 흐름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어제 기록했던 글들을 절반 가까이 작성을 했다가 저장을 해두었었다. 회사일 보고 다시 기록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당연히 저장된 줄 알았던 기록은 사라져 없는 글이 되었다.

대강의 기억을 의존해 다시 작성되었지만 어쩌다 보니 다른 내용으로 기록되어 있다.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던 거 같은데 다른 주제가 되어버렸다.

아무래도 별 중요하지 않았던 내용이었는가 보다.

의식은 다른길로 안내되었다.



처음 글로서 옮길 때와 다시 기록했을 때의 상황들이 달라졌는 가보다.

분명 시작된 글들은 거의 동일했을 터인데, 주제와 결론의 글 맺음은 바뀌어 있었다.

의식의 흐름대로 쓰고 나니 그때그때의 감정이 분명 달라졌음을 느낀다.

글을 쓸 당시의 시간, 장소, 소음, 나의 컨디션, 어제와 지금 사이에 있었던 어떤 일들이 글의 도입부에서 결론까지 다른 갈레로 나누어졌듯 하다. 분명 글의 주제 정도는 정하고 글쓰기에 임했을 텐데 내용이 달라져 가고 있음에 부끄럽지만 주제를 아예 바꾸어 버린 지경까지 와버렸다.

새로 작성된 글이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퍽이나 좋은 글이 있을 리가) 어제의 그 글들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억하지 못하니, 옮겨 담을 수가 없다. 남겨 있지 않으니 다른 글이 되어 버리더라.

딱히 대단한 주제는 아니었나보다.


공교롭게도 오늘 회사 업무로 출장 갔을 때 고객사와 미팅하는 자리에서도 상대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처음의 그것과 달라져 있음을 느낀다. 이틀 전 그들과 첫 대면을 할 때 함께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 같아 잔뜩 기대를 안고 미팅에 참석했던 거 같다. 부질없는 대화와 제안들이 난무할 것도 없이, 별 소득 없이 끝난 미팅은 마무리되고 헤어질 때 비즈니스의 경로가 바뀌어 있음을 자각하게 되었다.

당초 의도했던 오프닝은 사라지고, 내가 가지고 있는 어떤 아이템(정확하게는 나의 회사가)이 상대방에게 대상조차 올려놓을 수 없을 때의 상실감은 그 자리에 앉아 있을 필요가 없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상대방이 했던 말


"그래도 개발할 아이디어는 함게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아이디어가 해당 프로젝트엔 제안 대상이 아니더라도, 그대들의 다른 프로젝트를 위해 keeping 될 레시피가 될 수 있도 있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첫만남 이후 두번째 오늘은 나의 의도대로 약간의 기회로 돌아올 수 있을 가능성을 가져왔다.

처음의 실망감. 같은 미팅에서 그 실망감을 버리니 다른 의식 속에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게 되었다.
원래의 의식을 어쩔수 없이 버리니 다른 의식이 들어와 새로운 기회로 맞아주었다.

물론 열심히 공들여  PPT 자료 제안서를 작성하다 저장되지 않은 체 공중으로 없는 존재로 날려버리면, 누구나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긴 하다. 그간 투입한 시간과 집중을 위해 쏟은 에너지들이 너무나 아까운 탓에 속이 상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들 어쩌 하리.

사라져도 괜찮다. 바뀌어도 괜찮다.
새로운 의식 속에 새로운 기회가 탄생할지도 모를 일이니깐 말이다.

의식의 흐름대로 인생을 살아도 좋고, 의식의 흐름을 바꿔도 좋은 인생을 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결과는 다를지언정 나름의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그냥 넘긴다. 그런대로 이런 긍정적인 에너지가 어떤 좋은 방향으로 안내하는지  알게되었다.

사람은 바뀐다. 가족 구성원도 바뀌고, 만나는 사람도 바뀌고 하물며 신던 신발이나 좋아하던 음악 취향도 바뀐다.
(가족 구성원은 이제 바뀌면 안 된다. 변덕이 심해 취미가 자주 바뀌는 건 좀 설득력이 떨어지긴 한다)
그러니 놀랄 것도, 걱정할 것도 없다.


모두 다 그때그때 다른 것이다.


금요일이다.
일주일 동안 조금은 나은 방향으로 달라졌음을 기대하기 위해 술 한잔해야겠다.
내일은 토요일인데 늦잠을 자야하나, 평소대로 해야 하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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