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매달 지원하는 도서 복지는 별생각 없이 덜렁 선택하고, 신청하는 대상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올해는 그래도 책이라도 읽어볼 요량으로 선택되었는데 참 탁월했다.
책표지나 제목만 보면 선 듯 손을 내밀지 않을 듯한(내게는) 겉모습을 포장하고 있다. 심지어 작가의 사진마저 고뇌에 가득 찬 듯한 이미지라 좀 더 어려워 보인다.
글의 전개나 접근 방식은 완전히 딴 판이다. 실제 성격이나 사람들 대하는 방식은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는 부분이니 결론을 내지 못하지만, 글을 읽으며 어림짐작으로 유추는 해봄 직하다.
마치 나 한 사람을 위해 강의를 하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글의 문장마다 읽는 대상에게 대화를 하는 것처럼 기록되어 있어 편하다. 가르치려 드는 게 아니라 환갑이 지나도록 경험한 인생(=삶)이라는 단어를 두고 본인의 의견을 서술한다. 명령따위는 존재하지 않아 반감은 없다.
오래간만에 어른을 만났다.
어른이 어른으로서 가치를 발휘할 때 아름다움이 있다. '박웅현'은 분명 그런 분이다.
이 책을 읽으며, 무릎을 탁 치며 되새김질하게 되는 문구가 있다.
우리 인생은 몇 번의 강의와 몇 권의 책으로 바뀔만큼 시시하지 않다
지극히 지당하신 말씀이시다. 운명의 책이 존재할지도 모르나, 애타게 찾을 바에는 진즉 하게 온전히 나로서의 고민에 더 깊게 빠져 보겠다. 아마도 그게 더 의미 있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도서는 인생의 참고서다. 도서는 일종의 가르침일 수도 어쩔때는 공감을 얻는 결과물이다.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기에 나로서 더욱 값지기를 바란다.
피천득
" 참된 지혜는 모든 것들을 다 해보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개별적인 것들의 본질을 이해하려고 끝까지 탐구하면서 생겨나는 것이다."
와.
정말 아름다운 가르침이 아닌가? 본질을 이해하려는 노력.
다독을 하기를 바라고 남들보다 앞서가고픈 마음에 너무 많은 것들을 섭취하려 하는건 아닌가 싶다. 멈춰 선다는 게 아니라 하나만 본다는 게 아니라, 이해하려는 노력. 노력에서 탐구로, 그리고 포기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나로서의 본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