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이 필요하니 해장국을 찾게 되는데 대한민국의 해장국이라는 메뉴는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어떤 종류의 해장국을 먹어야 할지 고민이다.
다행히 이 음식은 어딜 가나 쉽게 찾을 수 있어 딱히 발품을 팔아야 할 필요는 없다.
진한 고기 육수베이스에 매콤한 국물의 맛을 느낄 수 있는 해장국이 필요하다.
오늘의 선택은 우거지 뼈해장국이다.
감자탕을 시켜 끓이면서 먹고 싶건만, 1인분으로 먹어야 하니 어쩔 수 없다.
보통 반찬은 김치와 깍두기가 대부분인데, 내가 가는 곳은 고추에 양파까지 내어오니 씹는 맛이 좀 더 풍부하다.
가게들은 거의 인테리어가 똑같다.
전형적인 서민음식이라 아무리 맛있고, 유명한 맛집이라도 화려한 테이블도 깔끔한 인테리어나 고풍적인 액자 따위는 찾아볼 수 있는 가게 모습
분명 해장국으로 전날 남아있는 알코올의 기운을 지우기 위해 들어섰건만, 몇몇 테이블엔 해장국에 소주 조합으로 점심을 시작하는 사람도 보인다. 해장국 자체가 해장을 의미한다기보단 안주로 사랑받는 음식으로 인식된지는 이미 이 음식이 탄생했을 때부터 였을지도 모른다. 저쪽 테이블의 모습을 보면 대한민국 사람들 정말 음주에 진심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을 해장을 위한 해장국.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미리 세팅해둔 깍두기를 와그작 씹는다.
아직 알코올의 비릿한 냄새가 남아 있는 입속을 새콤짭짤한 깍두기가 어느 정도 정리해 준다.
배가 고프니, 생양파도 먹고 고추도 된장에 찍어 먹는다. 대단한 된장 덕분에 보잘것없는 고추가 제 기능보다 더한 능력을 보여준다.
미리 끓여놓은 뼈해장국은 뚝배기에 올려두고 팔팔 끓인 뒤 대파만 송송 썰어 얹으면 되기에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어떤 순서로 먹느야 하면.
일단 뚝배기 위로 솟아 있는 뼈들은 앞접시에 옮겨둔다. 먹기 불편해서도 있지만, 뚝배기 속 고기 살을 발라먹다 괜한 젓가락질에 국물이 옷에 튀는 걸 방지하기 위함도 있다.(요즘엔 1회용 앞치마가 있으니 그럴 일은 없긴 하겠다)
가장 먼저 입에 들어가는 건 국물이다.
해장하러 온 거니 뜨거운 국물이 가장 먼저 당긴다.
한 번으론 부족하니, 4~5번 쉬지 않고 들이킨다.
간간이 우거지도 슥 찢어서 흰쌀밥 위에 말아 밥이랑 같이 먹는다.
식감이 부족하다 싶으면, 그때 고기 살점을 뜯어 먹어준다.
밥이랑 같이 먹으면 포만감이 금방 찾아오기에 약간 뒷전으로 두고 우거지+국물+고기를 반복적으로 입에 넣는다.
예쁘게 먹을 필요 없기에 산적이라도 된 거 마냥 거칠게 먹는다.
어쩌다 김치를 또 어쩌다 깍두기를 함께 하는데 해장국을 먹을 때에는 생각보다 반찬으로 나오는 김치, 깍두기가 굉장히 중요하다. 해장국은 맛있는데 김치들이 맛이 없으면, 그 가게는 아웃이다. 다시는 찾지 않는다.
흰밥이 자기의 역할을 할 때가 왔는데 반쯤 남은 국물에 숟가락으로 한 번에 퍼서 슥 담근다.
딱히 막 말지 않고, 한 번에 야금야금 음미하며 먹어준다.
이상하게 밥을 먹기 시작하면, 포만감이 쫘악 올라온다.
차고 있는 기분이 올라온다.
기분이 상당히 좋은데, 적당한 땀까지 함께 하니 전날 마신 술들의 기준이 날아가는 듯하다.
매운 고추는 순간적으로 정신이 번쩍 뜨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보니 해장이 더 잘 되는 듯하다.
음식을 내어 나오는 속도가 빠르니, 정당히 가게 회전도 좋다.
손님은 어지간하면 끊기지 않는다.
딱히 컴플레인이랄 것도 없이 치고 빠지기를 반복한다.
해장국집 주변엔 가게 방문하고, 식후땡 애연가들도 즐비하다.
해장한 사람들 표정이 한결같이 이제 좀 살 거 같다는 모습니다.
담배를 태우는 모습이 참 맛 깔란다.
비 흡연가인 나도 담배가 맛있게 보일 정도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양치질 깨끗하게 하고, 마시는 커피는 해장의 정점이다.
오후에는 적어도 오전보다 컨디션이 많이 올라와 있겠지.
오늘의 일은 오후에 모두 완성된다.
해장국의 종류
해장국의 종류
1. 선지 해장국 : 굳은 소나 돼지 피로 만든 선지에 사골 육수와 함께 먹는 해장국이다. 선지만 넣어 내어오는 가게도 있으나, 대부분 이런저런 내장과 함께 같이 끓여 내어 나온다. 우거지나 콩나물이 토핑 되어 있어 해장이라는 것만 보면 대장이라 생각한다. 다만 선지라는 것 때문에 확실히 호불호가 나뉜다.
2. 뼈해장국 : 일단 등뼈가 메인이고, 생각보다 우거지의 포지션도 중요하다. 감자탕에서 감자만 빼면 뼈해장국이다. 고기를 발라먹어야 하는 기술이 있어야 하기에 젓가락질이 서툰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손으로 발아 먹어야 하다 집에서 해먹는 것보단 누린내를 확실하게 잡아줄 가게에서 먹기를 추천한다.(여기에 뼈만 빼면 우거지 해장국이 된다)
3. 북어/황태 해장국 : 매운맛이 기본인 다른 해장국과는 다르게 담백하고 개운한 맛을 내는 특징이 있다. 소화도 잘 되다 보니 속이 거북한 사람들이 먹기 딱이다.
콩나물 해장국 : 멸치 육수가 기본 베이스이며, 토핑 수준의 콩나물이 아니라 아예 콩나물이 뚝배기에 가득 쟁여 내어 나온다. 집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보통 가게 테이블에 날계란이 세팅되어 있는데 팔팔 끓여 나오는 콩나물 해장국에 바로 톡 하고 넣어준다. 수란으로 먹으면 딱 좋다. 어떤 곳은 고명으로 삶은 오징어를 잘게 썰어 넣어준다. 나처럼 대식가들에겐 먹어놓고 금방 배가 고파지는 단점이 있으나, 먹고 나면 상쾌한 느낌이 들어 자주 찾는 해장국 중에 하나다.
4. 술국 : 안주로의 성격이 강한 해장국인지라 양이 좀 더 많다. 그래서 술국을 파는 집에는 낮술 하는 사람을 많이 보게 된다.
5. 육개장 : 맛없기가 힘들 정도로 매우 흔한 음식이다. 요즘 유행하는 육개장에는 벌건 국물에 대파를 크게 썰어 내어 나온다. 대부분의 장례식장에 국물 하면, 육개장이 1순위로 제공한다.
6. 순댓국 : 순댓국집에 가면 순대만/내장만/섞어서 등 3가지로 메뉴가 통일된다. 순대 종류도 다양하게 들어 있는데 각 순대마다 맛이나 식감이 달라 먹는 재미가 있다. 내장 때문에 호불호가 살짝 있는 편이지만, 뼈해장국과 마찬가지로 매우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음식 중에 하나다.
7. 돼지국밥 : 돼지국밥 하면 부산이 아닌가. 부산대학교 앞에서 2000원주고 먹던 그 집이 아직 있으려나 모르겠다. 돼지국밥에 소주 1병이면 앞의 친구와 진솔하게 대화를 할 수 있어 좋았다. 물론 소주는 각 1병이다. 1만 원에 1~2시간은 떠들다가 집에 가곤 했던 추억이 있는 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