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도서정가제 4년, 일면 혹은 단상

비록 더 이상 시인 문체부 장관에게 기대하는 바는 없으나

by 가가책방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서 10위.

이제 과거 정가제 시행 당시 강화되는 정가제의 목표와 효과를 돌아보는 일도 지겹다.

흐름, 변화를 지켜보고 현재 추이를 살피기도 지친다.


악화일로.

문체부가 무슨 지원 정책을 발표하든,

도서 정가제를 얼마나, 어느 방향에서 강화 하든,

정가제 효과가 어떻고 변화가 어떻다고 제시하든,

귀에 들리지도 않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내가 보는 현실은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리스트만 봐도 충분히 참혹하니까.


어떤 책이 많이 팔리고,

꾸준히 사랑받으며 읽히는 걸 뭐라고 할 수는 없다는 말은 어느 정도 수긍한다.


그야 나는 그런 책을 안 사고, 안 읽고, 폄하하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할 수 있으니까.

자기 표현의 자유 안에서 거부하고, 긍정하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니까.


물론, 리스트를 보는 기분은 묘하다.

한 개인의 심리 상담 기록이 수십만 명, 어쩌면 수백만 명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주는 놀라움.

'우울'을 주제로 했으니 그 우울에 공감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아 슬픔.

그 밖에 얼마쯤의 의아함.


미스터리 소설은 잘 모르겠고, 유발 하라리는 몹시 핫한 인물이니까 하고 넘어간다.


곰돌이 푸, 이번에 영화도 개봉하던데, 이 책은 기본적으로 몹시 얇다. 얇아서 편안할 수 있는데 정말 얇다. 여기까지고.


나는 나로, 100쇄.

와우.

언어의, 100만부 돌파 양장본,

허허 그저 헛웃음.


나미야,

불멸의 나미야,

시간을 거스르는 나미야,

언제까지 베스트셀러일지 이제는 진심으로 궁금하고.


뼈 있는 아무 말,

아무 말에 붙일 말은 없다.


이상 리스트에서 눈에 띄는 도서 정가제의 정책적 모순은 다양성의 소멸이다.


도서 정가제 강화 1년 때 적은 글에 정가제의 지향점이 '양질의 콘텐츠', '신간 판매 촉진', '동네 서점 살리기' 등이었으나 모두 실패했다고 적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다.


첫째, 양질의 콘텐츠를 판단하는 기준에 따라 다르겠으나 깊이와 다양성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층위의 독자를 만족시킬 다양한 도서. 물론, 순위 밖에 저기 500위나 1000위쯤까지 들여다보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1위와 100위의 판매량 차이조차 비교 자체가 무의미한 수준이다. 이를테면 10000대 100이 비교 가능한 수치라 할 수 있는가?

유사한 기능의 콘텐츠, 주제의 도서가 쏟아지는데 양질의 콘텐츠를 공급하겠다는 정가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판단할 근거를 어디서 찾을 수 있나?



둘째, 신간의 판매 촉진은 효과가 있었나? 통상 출간 6개월이 넘으면 대부분의 신간은 오프라인 서점 매대에서 사라져 책등만 남거나 창고에 쌓여 있기 마련이다.

많이 봐줘서 출간 18개월까지를 신간이라고 해보자.

1위부터 10위까지, 신간에 해당하는 도서는 6권이다. 비율적으로는 신간이 우위라고 하겠다. 하지만 100쇄를 넘긴 5위, 7위와 9위는 100만부를 넘겼다. 어느 쪽이 더 많이 팔았을까? 신간일까? 구간일까?

신간 판매 촉진도 실패다.


셋째, 동네 서점은 살아났나? 문체부에서는 자꾸만 동네 서점이 많아졌다, 이색 서점이 느는 추세다, 많은 사람이 찾는다며 정책 효과를 자랑한다. 하지만 실제로도 그럴까? 동네 서점들 중에도 특색 있는 서점, 분명히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일반 동네 서점이 비율적으로 압도하고 있을 거다. 일반 동네 서점은 지금도 참고서와 문구를 팔아서 유지하는 정도다. 많은 서점이 단행본 판매에 큰 희망을 걸고 있지 않은 실정. 그리고 서점이 자체적으로 변화를 꾀하는 현실(큐레이션, 특색, 인테리어)은 정책의 효과가 아니라 소비자, 독자들의 취향을 사로잡고자 하는 자발적 의지의 결과다. 그들의 자발적 노력에 문체부가 한 발 걸치고서는 "이것 봐, 효과 만점이야."하는 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이제는 너무 당연해서 인식 못했을 수도 있지만 온라인 서점은 너무 당연하게 10%의 할인을 제공한다. 현금과 다름 없는 포인트도 최대 5%까지 적립해줄 수 있다. 진짜 결정적 반칙은 무료 배송인데, 이 배송이 얼마나 빠른가 하면 직접 오프라인 서점에 가서 사는 것보다 빠르다. 아침 혹은 점심 때까지 주문하면 일요일 주문이 아닌 한 대부분 그날 받을 수 있다. 책도 때묻지 않고, 구겨진 데 없는 걸 받는다. 혹여 때가 묻거나 구겨졌어도 반품을 요청하거나 교환이 가능하다. 물론, 판매자 잘못이기에 추가 배송비를 물을 염려도 없다. 서울은 그나마 대형 서점이 곳곳에 있으니 퇴근 길에 들르기라도 한다지만 조금만 수도권을 벗어나도 서점 찾기가 몹시 힘들어진다. 서점이 있어도 책이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 그럼 소비자는 무엇, 어디를 선택할까?

정가를 다 주고 사야하고, 책이 있을지 없을지 전화로 묻거나 불확실한 상태로 멀리까지 굳이 가야하며, 적립금도 없고, 누군가 펼쳐 보면서 땀이든 손때든 묻혔을지 모르며, 무겁게 들고 와야하는 오프라인 서점을 택할까 아니면 그 반대인 온라인 서점을 택할까?


애초에 경쟁이 불가능한 구도를 만들어 놓은 게 정가제를 시행하는 문체부다. 나 역시 돈 주고 책을 사 읽는 독자로서 할인 되고, 배송 빠르고, 손 쉬우면서, 적립금까지 주는 온라인 서점이 좋고 편하다. 이게 솔직한 생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종종 오프라인, 작은 서점에서 책을 산다. 서점이 계속 거기 있었으면 하는 바람 말고는 없다. 그냥 일종의 기부라고 생각하는 때가 대부분이라는 이야기다. 오프라인 서점에만 있는 책도 있다. 그러나 그런 도서는 소수.


지난 5월 한 번 더 강화된 도서 정가제는 전자책의 장기 대여를 3개월로 대폭 축소시켰다. 시장 교란?뭐 그런 이유였나? 그러나 이걸 아는지 모르겠다. 전자책과 종이책은 수요가 좀 다르다. 어쩌면 전혀 다르다. 정책을 입안하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도대체 책을 사서 읽는 사람들인지 궁금해지는 이유 중 하나다. 책을 사서 읽으면서, 일 년에 120만원쯤은 쓰는 사람들이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도서비 다 지원 받고, 어디서 보내주는 책들 받아 읽으면서 정책을 만들면 현실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으니까.


불공정한 경쟁 구조를 만들어 놓고,

독자들의 근본적인 인식 확장을 이끌어 내려는 노력에 게으르면서,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저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궁리나 하면서 이게 정책 효과, 저거야 말로 변화라며 억지로 가져다 맞추려는 건 그만 두자.


솔직히 유명 시인인 도종환 장관이 시집 사서 읽겠나? 사랑하는 후배를 위해 사서 읽을 수도 있겠지. 그러나 나랏일 바쁘고, 책을 출간한 지인이라면 한 권씩 선물할텐데 그걸 읽기도 빠듯한 시간일터.

시중에 출간되는 신간들을 들여다보고 사서 읽어볼 기회가 얼마나 될까?


결국 탁상공론이다. 정체 모를 서점연함, 독자대표들이 정가제 찬성했다고 하는데, 내가 아는 사람 중에 현 정가제에 만족한다는 사람을 지난 4년 간 본 적이 없다. 한 해에 100만원은 기본적으로 도서 구매에 지출하는 10명 이상이 다 한 목소리를 낸다.


정책 취지까지 반대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공통적이다. 취지는 정말 바람직하다. 작가도, 출판사도, 서점도 살아야 한다.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그 책임을 모두 독자에게 전가하는 현재 모습으로는 곤란하다는 거다.


책 값, 좀 비싸도 괜찮다.

할인, 없으면 아쉽지만 없다고 읽고 싶은

책 안 사는 거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호구가 되고 싶어 하는 독자는 한 명도 없다. 할인이며 무료 배송이 혜택인 듯 보이지만 결국 할인과 무료 배송을 고려해서 책정한 책 값 상승은 독자에게 돌아온다.


출판사는 매일 망하겠다고 하고 온라인 서점은 매출이 줄었다고 아우성이며 오프라인 서점은 소리 없이 사라져 간다.

가볍게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도 현 정가제에

대해 이 정도는 말할 수 있을만큼 불만이 많다. 좀 제대로 하자. 부끄럽지도 않은가? 시인이 문화체육부 장관임에도 블랙리스트 작성 관련자 처벌, 개선, 재발방지약속 같은 게 있었나?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게 맞나?

좀, 다음에는 다른 말을 좀 할 수 있게 해주기를 바란다. 무능력한 거면 다른 사람한테 맡기고, 하기 싫은 거면 차라리 솔직해졌으면.

올해에는 숨바꼭질 같은 근거 맞추기 놀이, 언론 플레이가 없었으면 좋겠다. 독자들, 그렇게 엉성하지 않다. 다 체감하고 있고 참아주고 있는 거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참을 거라는 얘기가 아니라는 걸 기억하길.


짧게, 간단히 적는다는 게 또 길어졌다. 할 말이 많지만 한 줄로 줄인다.


부디, 핵심, 본질에 집중해줬으면.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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