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장애인 하이패스를 사용하면서 불편했던 점과 개선방안들"
알립니다.
본 글은 저와 개인적으로 '51주 챌린지'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올린 이야기를 당사자의 동의 하에 공유합니다. 실제 발달장애 당사자가 자신의 관점으로
사회이슈와 일상을 여과없이 드러낸 이야기인 만큼 편견없이 봐주시길 권합니다.
어느덧 10회를 맞았습니다. 오늘은 제가 장애인 하이패스를 사용하면서 불편했던 점과 제가 생각하는 개선 방안들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제가 장애인 하이패스를 설치한 계기는 많은 차량이 하이패스 차로로 요금소를 무정차 통과하는 것이 부럽기도 했고요. 통합복지카드(장애인복지카드)와 현금을 꺼내는 부분(특히 동전을 꺼낼 때)도 불편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장애인 하이패스를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2021년 설 연휴 때 경주 외할머니댁을 방문한 후 대구로 올라오는 길이었습니다. 경주 나들목 전광판에 장애인 하이패스 단말기 무상 보급이 보여 바로 경주IC 사무실에 방문했지요.
사무실에서 관련 안내를 받은 후 엠피온 브랜드의 단말기로 신청했습니다. 통합복지카드를 사용하고 있어서 비교적 빠르게(거의 4주 정도 걸림) 장애인 하이패스 단말기를 받았습니다. 단말기를 받은 후 집 인근의 주민센터와 고속도로 나들목 영업소를 방문하여 지문 등록과 단말기 등록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등록을 마친 후 제 차에 단말기를 설치했습니다.
장애인 하이패스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1. 장애판정을 받은 사람이 장애 진단서, 진료기록, 검사결과지 등의 심사서류를 주민센터에 제출
2. 국민연금공단에서 2인 이상의 관련 과목 전문의와 심사 전문인력이 검토하여 장애 등록심사를 거침
3. 등록장애인이 되면 관할 주민센터에서 통합복지카드를 발급신청
(신청할 때 신분증, 장애등급 결정서, 통장 사본 준비 필수)
4. 통합복지카드 발급이 완료되면 “본인이 하이패스를 이용할 것인가?”를 선택
5. 하이패스를 이용한다면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카드 발급 신청서를 관할 주민센터에 제출
6. 차량번호, 차주명, 연락처 등의 정보를 입력하고 온/오프라인으로 하이패스 단말기를 구매
7. 장애인 하이패스 단말기를 받음
8. 단말기를 가지고 가까운 주민센터나 한국도로공사 지역본부에 방문하여 감면 인식기에 지문정보를 입력
(이때 주소지 관할 주민센터에 방문하여 지문등록을 할 때는 복지 카드, 차량 등록증, 감면 인식기를 모두
제출하고 할인카드를 받을 시에는 같이 제출 필요)순으로 진행합니다.
그리고 이해 3월에 장애인 하이패스 단말기(엠피온 브랜드의 케이블 일체형)를 장착한 후 9개월 정도 대체로 편리하게 사용했습니다. 무정차로 고속도로와 일반 유료도로 요금소를 지나갈 수 있었고요. 할인이나 면제도 자동으로 되니 편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장애인 하이패스를 사용하면서 불편한 부분이 더 많았습니다. 네 가지의 불편함이 있었는데요. 대체로 지문인식·수리 및 서비스의 불편함도 있었으며 하이패스 차로를 들어가면 모든 유료도로에서 면제 및 감면이 되지 않는 점이었습니다.
첫째로, 본인을 인증할 때 사용하는 지문인식 유효시간이 짧다고 느꼈습니다. 한 번 지문인식(본인인증)을 하면 음성 안내로 4시간이 유효하다고 나오는데요. 국내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서울~부산 구간을 직접 운전하면 평일 기준으로 4~7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지요. 명절 때는 최대 12시간까지 걸리기도 합니다.
둘째로, 시동을 걸면 재인증해야 해서 불편합니다. 잠시 정차하거나 주유소나 충전소를 갈 때 시동을 끄는 경우가 많은데요. 처음 시동을 걸면 “인증은 4시간 유효합니다”라는 안내 음성이 나와서 “시동을 끄더라도 인증이 유지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시동을 다시 걸면 또 해야 하더군요.
저도 이 부분으로 불편함을 겪은 적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제가 지문이 닳다 보니 지문인식을 하는 데에 여러 어려움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시동을 건 후 지문인식기에 본인인증을 위해 지문을 인식하는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고요.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은 후 다시 시동을 걸고 출발했지만, 다시 지문인식을 하지 않은 채로 하이패스 차로를 통과하여 통행료를 내거나 더 낼 때도 있습니다.
셋째로, 케이블 일체형 하이패스 단말기를 수리할 때 불편합니다. 게다가 상황에 따라 수리하는 것보다 새로 사는 것이 나을 때도 있습니다.
2022년 1~2월과 2023년 8~9월에 잘 사용하던 장애인 하이패스 단말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던 일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시동을 켠 후 바로 “엠피온 하이패스입니다”라고 음성 안내가 나와야 하는데, 시동을 건 후 3분 이상 지나서 안내가 나오는 일도 있었고요. 나중에는 통합복지카드를 넣는 단말기도 뜨거워져서 아예 먹통이 되어 사용하지 못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그래서 잠시 불편하게 지내다가 결국 하이패스 단말기 서비스를 받기 위해 알아봤지요. 처음에는 제조사로 직접 보내는 방법도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득보다는 실이라고 판단하여 포기했습니다. 왜냐하면, 단말기 제조사(엠피온)로 택배를 보내서 수리하더라도 2주 이상 걸려서 별로 이득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장애인 하이패스 단말기 수리가 가능한 사설 업체를 알아봤습니다. 대구 동구 지역의 카 오디오 집의 네이버 블로그를 살펴보다가 장애인 하이패스를 수리한 내용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전화 예약 후 방문했지요. 직접 제조사로 보내는 것보다 매우 빠르게 수리가 가능한 부분은 좋았습니다. 그런데 한 번 수리하는 비용(철거 및 재시공)이 6만 원이 나오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새로 사는 비용과 맞먹어서 고객 서비스를 배려하지 않는 한국도로공사와 하이패스 제조사의 태도에서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넷째로, 룸미러(주로 ECM 룸미러)에 내장된 하이패스는 대부분 고속도로에서 자동으로 요금할인이 됩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민자 유료도로(지방도로, 일반도로) 구간은 하이패스 차로로 진입해도 자동으로 요금 할인이나 면제처리가 되지 않습니다. 참고로, 저는 주로 범안(범물~안심)로 요금소, 앞산터널 요금소를 지나갈 일이 많은 편인데요. 면제 차로로 진입하여 직접 복지 카드를 보여 줘야 하니 불편했습니다.
앞으로 장애인 하이패스는 이렇게 개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모든 유료도로의 하이패스 차선에 진입하면 자동으로 통행료가 할인되거나 면제(통합복지 카드를 꽂는 방식)할 수 있는 인식시스템이 있으면 합니다. 기존의 지문인식 방식은 4시간마다 혹은 차량 재시동 시마다 재인증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고요. 지문 등록과 인증 절차가 복잡한 문제가 있어 지문이 닳거나 지문이 없는 사람·유아 등이 이용하기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국토교통부에서 지난 2022년 11월부터 장애인 하이패스 이용률과 편의를 높이기 위해 ‘휴대폰 위치정보 자동 확인’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휴대전화 위치조회”를 사전에 등록한 후 일반 하이패스 단말기에 통합복지카드를 넣으면 할인이 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한 것입니다. 장애인 하이패스 이용법이 일부 개선된 것은 반가운 일인데요. 아직도 모든 지자체와 민자 유료도로에서 지원하지 않는 부분은 아쉽습니다.
앞으로 장애인과 국가유공자의 이동 편의성을 위해 휴대폰 위치정보 제공에 동의하면 전국 고속도로·지자체 및 민자 유료도로의 통행료 50% 할인이나 면제처리가 자동으로 되는 인식시스템이 의무화되면 좋겠습니다.
그다음으로는 장애인 하이패스 제조사와 자동차 제조사가 협력하여 고객의 불편을 줄였으면 합니다. 통합복지카드를 넣어도 할인 및 면제기능이 자동으로 인식되는 수 있는 룸미러형 하이패스와 본인인증 장치(정맥인식·안면인식 등)가 개발되었으면 합니다. 이를 통하여 자원 낭비도 줄이고, 장애인과 국가유공자의 이동 편의성과 정비성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기업(자동차 제조사 및 하이패스 제조사 등)의 사회적인 책임과 ESG에도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 봅니다.
이외에도 장애인 하이패스 단말기를 더욱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2021년에 장애인 하이패스의 지문인식기 분리형이 나왔는데, 지문인식기 일체형보다 정비성이 일부 개선되었습니다.
제조사에서는 본사 내에 있는 서비스센터뿐만 아니라 권역별 서비스센터를 설치했으면 하고요. 고속도로에서 큰 나들목 영업소에서도 하이패스 단말기를 더욱 빠르고 편리하게 수리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외에도 하이패스 제품의 내구성도 개선하여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용하다 보면 기계에 과열이 되는 경우나 잔고장이 일어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장애인과 국가유공자의 하이패스 이용 편의에 바라는 점이 있습니다. 먼저 하이패스 단말기의 정비성·내구성·사후서비스가 개선되어 전국 각지에서 편리하고 빠른 서비스가 가능했으면 합니다. 서비스 접근성이 편하면서 빠르고 정확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그 단말기를 더욱 믿고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지요.
그다음으로 모든 유료도로에서 하이패스 차로를 통과하면 자동으로 할인 또는 면제되는 시스템이 구축되었으면 합니다. 면제 차로에서 멈춰서 통합복지카드와 장애인 자동차 표지를 확인할 때 불편하셨던 경험이 다들 있으시죠? 앞으로 하이패스 차로 진입 시 자동으로 통행료 할인 또는 면제되어 이동이 편해졌으면 합니다. 이외에도 전국의 모든 하이패스 차로에 진입하면 자동으로 할인 및 면제기능이 장착된 룸미러형 장애인 하이패스(안면인식형, 정맥인식형)도 개발 보급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 장애인과 국가유공자 당사자와 가족의 의견을 반영하여 유료도로(한국도로공사나 민자고속도로 및 각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일반 민자도로)의 이동 편의를 개선한다면 지금보다 편하게 고속도로와 유료도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