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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윤채(가제)]

12화 "윤채의 식사 이야기"

알립니다.

본 글은 저와 개인적으로 '51주 챌린지'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올린 이야기를 당사자의 동의 하에 공유합니다. 실제 발달장애 당사자가 자신의 관점으로
사회이슈와 일상을 여과없이 드러낸 이야기인 만큼 편견없이 봐주시길 권합니다.

요즘 송홧가루가 날리고 있지요. 송홧가루도 우리 궁중음식의 식재료로 활용되었다고 하는데요. 특히 술과 면에 섞어 먹는 송화다식이 매우 유명합니다. 오늘의 주제는 저의 식사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제가 본격적으로 건강한 식사를 생각하게 된 시기는 2023년 4월의 일이었습니다. 롯데하이마트 복직(2022년 12월 중순)이후 처음 받은 건강검진이었을 때였죠.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복직한 지 130일 정도 지났을 때 한국의학연구소(KMI)대구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3주일 후에 나온 건강검진 결과를 보고 놀랐습니다. 처음으로 체중이 90kg을 넘긴(당시 측정한 체중이 92.4kg) 겁니다. 2년 전만 하더라도 건강검진에서 체중이 89kg 수준으로 나온 적은 있었으나 이 정도까지 나왔다는 것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와중(2023년 5월)에 공황장애와 우울증도 다시 찾아왔습니다. 여담이지만 그 무렵부터 퇴사를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어렵게 복직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좀 더 직장을 다닐까?”라는 생각도 어느 정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건강·마음 상태를 개선하면서도 나쁜 식습관을 줄이기 위한 변화도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2023년 8월의 마지막 주말에 5년 넘게 다닌 직장을 퇴사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10월 15일 자로 퇴사했습니다.



5년 넘게 다닌 직장에 있었을 때 식사 부분에서 네 가지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첫째로 출근하는 날에는 저녁을 늦게 먹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반적인 퇴근 시간이 오후 8시 45분 이후인 경우가 많았거든요. 2018년 2월(인턴 시작)부터 2018년 8월(정규직 극초기)까지 오후 9시 15~30분 퇴근이었고요. 그리고 9월부터(2022년 7월 초순부터 12월 중순까지의 기간은 휴직) 2023년 10월 퇴사 때까지는 오후 8시 45분~오후 9시 5분 퇴근이 많았습니다. 오후 9시 이후에 식사하니 체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빨리 저녁을 먹어도 오후 9시 30분, 보통은 오후 10시를 넘어서(간혹 오후 11시 이후) 먹었습니다.


둘째로 퇴근 후에 비교적 균형 잡힌 한정식이나 반찬을 먹고 싶어도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 시간이면 문을 닫는 반찬가게나 한식집이 많습니다. 게다가 퇴근 후에 먹을 수 있는 메뉴는 고기·김밥 및 분식·국밥·술과 곁들일 수 있는 안주(예를 들면 지짐·전)로 한정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한식을 먹고 싶을 때 쉬는 날에 먹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셋째로 식대가 생각보다 많이 들었습니다. 작년에 직장생활을 할 때 출근하는 날의 하루 평균 식대가 2만 원 이상 드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직장 안에 비교적 저렴하게 식사할 수 있는 구내식당이 없으니, 식대가 더 많이 들더라고요. 


보통 점심 비용으로 8천 원~1만 4천 원(배달비 미포함)이 들었습니다. 저녁 식사 비용으로 5천 원~2만 원(테이크아웃) 정도가 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식대를 아끼기 위해 행사하는 메뉴(예를 들면 KFC 치킨 나이트 1+1)를 먹는 일도 많았지요.


넷째로 빨리 먹을 수 있는 테이크아웃 위주의 식사가 많았습니다. 여유 있는 식사도 필요하지만, 특히 주말에 출근했을 때는 정반대의 상황이 많았습니다. 한때는 퇴근 후 귀가해서 요리해서 먹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이 늦게 마치기도 했고요. 2022년 12월 하순부터 혼자 살면서 약 1년 정도는 직접 만들어서 먹는 일이 드물었습니다.


집에 귀가하면 오후 9시 이후의 늦은 시간이어서 요리해서 먹는 것이 귀찮았던 것이죠. 그래서 주로 먹었던 게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 위주인 써브웨이 샌드위치, 햄버거(KFC나 버거킹), 피자, 치킨이 많았습니다. 영양상으로 불균형이 있었으나 먹는 시간과 정리하는 시간이 줄어드니까 훨씬 편했습니다.



퇴사 이후 식사하는 부분에서 여러 좋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먼저 작년 12월 중순 이후 포장 주문하거나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일이 50% 정도 줄어서 식대 지출을 일부 아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만들어서 먹는 일과 장 보러 다니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게다가 식대도 줄어들어서 돈을 아낄 수 있게 되었죠. 다만, 퇴사 후 2개월 동안은 포장 주문이나 배달시키는 일이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퇴사 후 작년 11월 중순까지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강사’ 필기·실기 준비로 인하여 음식 준비 및 식사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였지요.


그다음으로 작년 11월 17일에 있었던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강사’ 실기 평가 제출 후 시간에 구애받는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래서 한식을 접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특히 곤지곤지(본점은 대구광역시 달성군 가창면 소재)·미친뷔페식백반(대구광역시 달서구 소재)·경부고속도로 칠곡휴게소 자율식당 등에서 식사할 때 기분이 좋았습니다. 맛있기도 하고 때로는 집밥 같이 먹을 수 있어서 마음이 좋아지는 느낌이랄까요?


특히 이번 3월부터 대학원 석사과정을 시작하면서 학교 웅지관(학생회관) 안에 있는 한식뷔페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네 차례나 이용했습니다. 한식뷔페의 음식 가격이 5,500원으로 가격 대비 만족도가 괜찮았기 때문입니다. 학교 안에 있는 버거킹(프리미엄 와퍼 라지세트)이나 써브웨이(15cm 샌드위치 세트)를 먹을 때의 45~60% 정도 가격입니다. 게다가 식사도 비교적 균형 있게(채소·고기·탄수화물 등) 먹을 수 있다는 점은 좋았어요. 음식의 질도 괜찮은 편이라 종종 이용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후 9시 이전에 저녁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예전에 일 관계로 오후 9시가 넘어 저녁을 먹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오후 6시부터 9시 사이에 먹는 편이네요. 저녁 식사를 전보다 일찍 먹으니 확실히 몸이 더 가벼워진 느낌이 듭니다.




작년에 처음 경험한 몸무게에 충격을 받은 후 좋은 식사의 중요성을 느꼈습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 사회이기에 좋은 식사(맛·균형 있는 영양소·즐거움은 필수)와 일찍 저녁을 먹는 부분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건강을 위해 한 번 시도해보셨으면 합니다. 여러분도 영양학적으로 균형 있고 맛까지 함께 챙길 수 있는 식사를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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