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기본 소득에 대한 생각들"
알립니다.
본 글은 저와 개인적으로 '51주 챌린지'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올린 이야기를 당사자의 동의 하에 공유합니다. 실제 발달장애 당사자가 자신의 관점으로
사회이슈와 일상을 여과없이 드러낸 이야기인 만큼 편견없이 봐주시길 권합니다.
누군가에게는 기본 소득이 살아가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전 국민에게 주는 부분의 경우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 쉽지 않은 문제인 듯 합니다.
이번 시간은 기본 소득에 관한 생각들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 혹시 ‘기본 소득’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아시는지요?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장하자는 취지입니다. 개인에게 지급되며 다른 소득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 디딤돌 소득’과 ‘기본 소득’의 차이는 지급 대상이나 지급할 때의 조건 등이 있습니다. ‘서울 디딤돌 소득’은 기본 소득과 달리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고요. 중위소득과 재산이 자격 기준에 맞게 들어오더라도 대상에 선정되어야 받을 수 있습니다. 요약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2024년 기준 ‘서울 디딤돌 소득’을 받기 위한 조건은?]
① 가구의 재산이 3억 2,600만 원 이하
② 월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의 85% 이하
③ 사업공고일 기준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서울시인 자
참고로 지난 9월에 ‘서울 기본 소득’이 ‘서울 디딤돌 소득’으로 명칭이 바뀌었는데요. ‘중위소득 85% 이하’ 가구의 부족한 가계소득의 절반을 현금으로 채워줌으로써 어려운 상황을 딛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디딤돌이 되어준다는 의미입니다.
이와 별개로 제가 생각하는 기본 소득은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원천이 되고요. 인간다운 생활을 할 때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인 의식주뿐만 아니라 문화·이동권·교육 등 두루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때로는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하지만, 작은 행복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달에 기본 소득 10만 원을 받았을 때를 가정해보죠. 만약에 여러분이라면 어떤 용도로 사용하시겠어요?
① 생계를 위해 빌린 대출금을 갚을 때 보탬
② 미래를 위한 자기 계발비로 보태서 사용
③ 매달 일정 금액을 적금에 넣음
④ 기본적인 의식주를 위해 사용함
2024년 기준 국민 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주위에는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복지 사각지대나 생계형 범죄와 관련된 기사에서 안 좋은 선택을 하거나 범죄에 연루되어 처벌을 받았다는 것을 보면 안타까웠어요. 어려울 때일수록 힘이 되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가 기본 소득에 관심 가졌던 것은 2017년과 2023년 가을에 있었던 두 차례의 실직이었습니다. 전자의 경우, 가을에 경북 문경에서 장애인행정도우미 계약 만료 기간을 2개월 앞둔 상황이었습니다.
[문경의 ‘장애인행정도우미’ 생활을 정리한 이유는?]
① 퇴근 후에 문경에서 오프라인으로 제과제빵·ERP 등을 배우고 싶었으나 지역에서 운영하는 강의가 하나도 없어서 불편했음
② 학창 시절을 보낸 지역이 아니었고, 또래들이 별로 없어서 외로울 때가 많았음
③ 일에 대한 의욕이 나지 않았으며 마음은 울적해질 정도로 지쳐 있었음
④ 오랫동안 청주와 대구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다 보니 인구 10만 명 미만의 소도시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웠음. 그래서 인구가 어느 정도 있는 인구 25만 명 이상의 지역에서 직장을 가지고 싶은 마음이 커서 퇴사함
그런데 장애인행정도우미 계약 기간 만료 전 퇴사하여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습니다.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카드 값을 볼 때마다 조마조마할 때가 많았습니다.1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다른 지역에 있는 직장으로 면접을 보러 다녀왔었는데, 교통비가 어떤 경우에는 1주일에 5만 원 이상 든 적도 있었습니다. 한 달에 20만 원 정도 기본 소득을 받았더라면 면접 다닐 때의 교통비와 부대비용을 낼 때 보탬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2023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요. 지난 5월 하순부터 경제적인 스트레스를 받았었습니다. 장애인행정도우미를 그만뒀을 때보다 더 심하게 말이죠. 고정 지출로 나가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았던 겁니다.
2021년 여름부터 ‘생애최초주택자금’ 대출을 매달 갚아나가고 있었고, 7년이 넘은 자동차를 유지하고 있어서였죠. 특히 올해 하반기 들어서 자동차 부품 교체 및 소모품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나오더라고요. 타이어와 전륜 브레이크 디스크와 브레이크 패드 등을 교체했습니다.
기본 소득을 받는다면 경제적인 압박을 덜 받고, 마음이 든든해지니 경제적인 부분과 심리적으로도 도움은 되겠죠. 그런데 지금 당장 모두에게 나눠주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예산이 생각보다 많이 들고, 세금 개편뿐만 아니라 재원을 마련하는 문제도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죠.
2023년 12월 21일에 확정된 ‘2024년도 정부 예산안’은 656조 6,000억 원이었습니다. 만일 한 달에 50만 원씩 5,150만 명의 국민에게 기본 소득을 제공한다고 가정한다면 어느 정도의 재원이 필요할까요? 무려 최소 309조 원에 달합니다. 이는 2024년 국가 예산의 47.1% 수준이며 2024년도 보건복지부 확정 예산인 122조 3,779억 원보다 2.5배를 약간 웃도는 재원입니다.
예산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겠습니다. 시범적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국민이나 취약계층을 대상만으로 기본 소득제도를 운영한 다음, 제도에서 얻는 효과들과 개선할 부분을 분석하여 정책을 보완해나간다면 어떨지 생각해 봤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본 소득 권리장전(권리 선언문)을 한 번 만들어봤습니다.
[윤채가 생각하는 기본 소득 권리장전(권리 선언문)]
① 장기적으로는 의식주를 뛰어넘어 개인의 삶에서도 보탬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② 재정이 안정되고 조세 운영이 잘 된다면 모든 국민에게 혜택이 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③ 아프거나 일하지 못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자기 계발에 힘쓰거나 무언가를 시도하려는 의지를 보여서 값지게 사용하셨으면 합니다.
④ 돈 때문에 고통받는 일이 적어져서 장기적으로 국민의 삶이 나아졌으면 합니다.
기본 소득을 운영하게 된다면 누군가의 삶에 희망과 용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내는 세금이 잘 쓰였다.”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