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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윤채2(가제)]

36화 "최저임금에 대한 생각들"

알립니다.

본 글은 저와 개인적으로 '51주 챌린지'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올린 이야기를 당사자의 동의 하에 공유합니다. 실제 발달장애 당사자가 자신의 관점으로
사회이슈와 일상을 여과없이 드러낸 이야기인 만큼 편견없이 봐주시길 권합니다.

지난 8월 5일이었죠? 최저임금제가 시행된 지 37년 만에 1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이번에도 많은 노동자들은 위 제도권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겠지만, 고용주 입장에서 보자면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입니다. 분명한 사실은, 최저임금이 있기에 노동자의 삶 또한 든든하다는 겁니다. 


오늘의 주제는 제가 생각하는 최저임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최저임금제, 정확하게 알고 계시나요? 국가가 기업의 임금 결정 과정에 개입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결정하고 기업주에게 법적으로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을 뜻하는데요. 저임금노동자를 보호하는 사회 정책적 배려라 이해하시면 됩니다. 


우리나라 헌법 제32조 제1항 제2문을 살펴보면요. “국가는 사회적ㆍ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은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합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역할은 주로 근로자에 대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질적 향상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입니다. 설립목적도 이에 근거하고요.


그런데 여러분, 대한민국 전국민이 최저임금제 혜택을 받고 있을까요?정답은 "NO"입니다. 최저임금제 미적용 근로자와 사업장이 존재하거든요.

[최저임금제 미적용 근로자와 사업장은?]
① 1년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수습으로 일하고 있는 근로자. 수습을 시작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인 사람은 최저임금액의 10%를 감액(단, 단순 노무 업무로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하여 고시한 직종에 종사하는 근로자에게는 수습 여부, 계약기간과 관계없이 최저임금액의 100%를 지급)

② 프리랜서나 특수고용 근로자

③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과 가사사용인

④ 선원법의 적용을 받는 선원과 선원을 사용하는 선박 소유자

⑤ 정신 또는 신체장애로 근로 능력이 현저히 낮아 고용노동부 장관의 적용제외 인가를 받은 사람


참고로 장애인 근로자의 경우 최저임금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위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상당히 놀랐었는데요. 대한민국 헌법은 최저임금 취지를 ‘저임금노동자의 생활 안정’ 및 ‘차별 없는 적정 임금 보장’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 근로자도 당연 포함되는 줄 알았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동일 가치·동일 임금 원칙 준수'를 권고하고 있죠. 그러니 '장애인은 왜 해당이 안 될까?’라는 의문이 자연스레 들더군요. ‘선천성보다 후천성 장애가 비율상 많은데 이래도 되는 건가?’라고 느낄 정도로요.



너무 궁금한 나머지 최저임금법과 고용노동부 사이트를 바로 검색했습니다. '최저임금법 7조’“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 능력이 현저히 낮으면 사업주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적용을 제외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라는 조항을 발견했습니다.


한 쪽에서는 장애인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니 장애인 근로자의 생활 안정이나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전체 근로자의 월 최저임금의 5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는 통계도 그렇고요. 지난 9월 11일에 나온 서미화 의원실(비례대표)의 보도자료 「발달장애인 ‘숨통’ 조이는 ‘최저임금적용제외’ 조속히 폐지해야」를 보면, 전체 근로자 월 최저임금 대비 최저임금 적용제외 장애인 근로자 월 평균임금은 19.8% 수준이었습니다.



국내외에서 장애인의 기본권 보장과 차별 금지 차원에서 최저임금 적용 제외 제도 폐지 및 보장에 대한 요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장애인 비례대표 국회의원·노동계·장애인·인권 부문에서는 현행 최저임금법 7조(최저임금의 적용 제외)를 삭제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해서 장애인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이루자는 이야기도 많죠.


반면 최저임금 적용제외 제도를 당장 폐지하는 부분은 무리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일반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운 최중증 장애인의 고용은 직업재활시설의 일종인 보호작업장과 장애인 직업 적응 훈련시설에서 많이 하고 있죠. 보호작업장의 경우에는 운영비 부담이 가중되어 고용이나 운영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한국의 장애인 근로자 최저임금 적용제외 부분 또한 국제적으로도 논란이 있었습니다. 2024년 현재, OECD 회원 38개국 가운데 장애인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지 않는 나라는 모두 9개국이라고 합니다. 이중 별도 특례제도 등을 통해 임금의 하한선조차 정해놓지 않은 국가는 한국을 포함한 3개국(대한민국·뉴질랜드·캐나다 일부 주)이라고 하네요.


그것뿐인가요? 2014년 10월 3일에 ‘UN 장애인 권리협약’ 이행과 관련한 국가보고서 최종 견해에 이런 말이 쓰여있었는데요.


장애인 근로자의 임금을 보조해주는 임금체계 도입 권고가 그것입니다. 장애인 근로자들이 더 나은 경제적 안정성과 사회적 포용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해당 목표이나, 10년이 지났어도 바뀌지 않은 점은 아쉽습니다. 그외 2022년 9월에 열린 'UN 장애인 권리 위원회’ 제614차 회의에서는 우리나라 정부가 제출한 국가보고서에 적힌 최종견해를 채택하였는데요. 다만 노동시장에서 장애인 참여를 배제 또는 제한하는 차별적 법률에는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번 22대 국회에서도 장애인 최저임금 차별 적용 폐지와 관련된 이야기가 서서히 나오고 있는데요. 지난 7월 24일에 이수진 의원실(성남시 중원구)에서 최저임금 차별 적용을 폐지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본 개정안은 최저임금법의 적용 범위 및 적용제외 규정에서 가사근로자와 장애인 근로자를 배제하는 규정을 폐지하는 내용이 주인데요. 수습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감액 그리고 업종별 차등적용 근거 규정 등을 삭제하는 것도 포함되었습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자료를 보면요. 직업능력평가를 통해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되는 장애인 근로자 대부분은 직업재활시설 중 하나인 보호작업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은 일반 작업환경에서 일하기 어려운 장애인이 특별히 준비된 환경에서 직업훈련 혹은 직업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을 말하는데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중 유일하게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는 곳은 '근로 사업장’이며 다수의 ‘보호작업장’ 및 ‘직업 적응 훈련시설’들은 최저임금 미만으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참, 직업 적응 훈련시설에서 [보호작업장 -> 근로 사업장 -> 개방된 고용시장]으로 옮기도록 돕는 것이 직업재활시설의 목적입니다.


만일 보호작업장과 직업 적응 훈련시설 등에서 4대 보험과 휴가까지 보장한다면 어떨까요?휴가 정도는 보장할 수는 있겠으나 시설에서 4대 보험을 들어주고 싶어도 정책적으로 지원이 적어 못할 때도 있습니다. 반면 정부는 보호작업장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지원하는 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윤채가 생각하는 보호작업장과 직업 적응 훈련시설에서 4대 보험을 보장하기 쉽지 않은 이유는?]

① 국내의 장애인 보호작업장과 직업 적응 훈련시설은 소규모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음.

② 장애인 생산품 우선 구매를 공공기관이 많으나 비중은 3% 미만임. 

③ 매출액 비중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음. 4대 보험 적용 시 비용 부담이 더 늘어날 수 있음.


이와 관련하여 ‘최저임금 적용 제외인가 관련 작업능력평가’가 있는데요. 지난 2005년부터 국내에 도입되었고 사업체나 현장의 표준 근로자 및 장애인 근로자의 생산성을 직접 비교하는 방식입니다. 양적 비교가 불가능한 경우는 사업장의 근로실태 및 사업주, 동료 근로자, 보호자 등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를 기준 근로자와 대비해 ‘우수·보통·미흡·매우 미흡’으로 평가 결과를 제시할 수 있죠.

지난 2018년부터는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장애인의 작업능력 기준이 비장애인의 90%에서 70%로 완화되어 최저임금 적용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다만, 직업능력평가에 대한 기준이 생각보다 명확하지 않아 문제가 있더라고요. 제가 생각하는 ‘장애인 직업능력평가’의 문제점 세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겁니다. 같은 장애 유형이라도 개인마다 처한 상황이 다른만큼 생산성 및 의사소통 능력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이 처한 상황에 맞춰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로,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작업 능력은 단순히 생산량이나 업무 상황만으로는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건강 상태 및 심리상태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면 좋겠지만)의사 표현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경우, 보호자의 동의를 구한 후 평가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사소통 보완 대체 도구(AAC)를 사용한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나마 2020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근로 장애인 전환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점은 반가운 일입니다. 

‘근로 장애인 전환지원 사업’은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이 최저임금 이상을 받을 수 있는 사업장으로 옮기는 사업입니다. 최저임금 적용제외 장애인 근로자를 고용한 재활시설 운영법인에 고용촉진수당 및 취업성공수당 등의 장려금을 제공합니다. 일부 장애인 당사자가 보호작업장을 벗어나서 질이 나은 일자리(예를 들면 최저임금이 보장되는 일자리)로 이직하는 사례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최저임금제에 장애인도 포함되도록 사회 전반의 노력 및 관심이 많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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