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사회복지사로의 길,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10)
그렇게 2010년 5월, 무더운 여름날 논산훈련소에 입소하여 한 달 간 훈련을 받았다. 특히 내 몸무게를 고려하여 건강소대로 배정받았지. 모든게 낯설고 무서웠지만 이왕 온 거 제대로 살도 빼고 건강도 되찾고 싶었다. 그렇게 악착같이 이 악물며 훈련을 받았고 식단조절의 힘인지 15kg 감량이라는 큰 기쁨을 맛봤다. 그것 뿐이던가? 분대장 훈련병으로서 맡은 바 소임을 잘하여 연대장 표창까지 받게 되었다.
입소할 때는 꽉 끼던 바지가 퇴소 후 입었을 때 헐렁해져있었다. 흘러내리는 바짓단을 천천히 올리며 감량의 기쁨을 맛보던 것도 잠시, 본격적인 사회복무요원으로서의 일상이 시작되었다. 내가 선택한 <정립회관>이라는 곳은 아차산 중턱에 위치해있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거리라 매번 도보로 왔다갔다 했는데, 언덕이 무척 높아 겨울만 되면 내려가기 겁날 정도였다. 셔틀버스가 아니면 이동약자들은 쉽게 오기 힘든 곳이기도 했고.
처음은 <시설관리팀>으로 배정을 받았다. 아무래도 내 큰 키와 덩치를 보고 힘 좀 꽤나 쓰겠다 싶어 배정한 듯 싶었다. 그러나 나하곤 전혀 맞지 않았다. 당시 기관은 확장공사를 염두에 두고 구건물을 조금씩 허물던 중이었다. 당연히 <시설관리팀> 또한 덩달아 바쁘던 시기였다. 직원 및 선임들 따라 보조하는 역할이 내 임무였었다. 그래봤자 공구 챙기고 주차 통제하고 짐 옮기고 하는 잡다한 일이 전부였지만.
그래도 열심히 했다. 현역에 비하면 정말 편한거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또 평일에는 퇴근, 주말에는 아예 내 시간이 보장되는만큼 딴 소리 안 듣고 싶은 게 컸었다. 그럼에도 적응은 쉽지 않았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오랫동안 <정립회관>을 지키며 발전에 기여한 베테랑 직원들이 그들이다. 내가 힘들어보였는지 가끔 경비실 놀러가거나 야외에서 보조하고 있으면 응원과 간식거리를 종종 챙겨주시곤 하셨다. 또 물건을 들땐 어떻게 들어야하는지 자세나 요령 등을 알려주어 크게 다치지 않고 복무할 수 있었다.
그분들 아니었음 복무지를 변경하거나 딴 길로 샜을 것이다. 그 정도로 시설관리일은 나와 너무나도 안 맞았다. 내 전공을 살리어 프로그램 보조나 돌봄 지원 등을 생각하고 왔건만, 전혀 아니니 말이다. (어딜가나 마찬가지겠지만)그렇게 3개월 가량 되었을 때, 난 몇 몇 직원들에게는 환영받지 못한 존재로 낙인찍혀있었다. 일을 잘하는 것도 아니었고, 큰 덩치는 곧바로 둔함으로 이어져 빠릿하지 못하다는 게 이유였다.
계속 겉돌기만 하던 나에게 우연히 한 기회가 찾아왔다. 시설 내 부속기관인 "장애인주간보호센터"에 사회복무요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당자로부터 전달받은 것이다. 내 전공과 그간의 정황을 고려하여 하반기부터는 주간보호센터로 이동되었다. 잘해서 옮겨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낫겠다는 기대감과 잘 할 수 있겠다는 안도감이 함께 내 안으로 전해져왔다. 그러나 여기서도 적응은 만만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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