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이지만 막살았던 건 아닌데요
첫 직장을 퇴사하고 백수가 되었다.
퇴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에는 저절로 7시면 눈이 떠졌다. 심장이 벌렁거렸다. 그러다 이내 깨닫는다.
'아, 나는 이제 출근할 필요가 없지'
벌렁거리던 심장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콜센터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잊지 못할 충격을 안겨준 직장이었다.
엄마는 첫 2주간은 그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3주차에 나를 보며 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고, 4주차에는 직장은 알아보고 있냐며 닦달했다.
아직 한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엄마는 언제까지 놀 것이냐며 잔소리를 시작했다.
5주차에 접어들어서는 더욱 심각해졌다. 눈을 뜨기가 무섭게 직장은 알아보고 있냐며 다그쳤다. 엄마에게 나는 돈 버는 기계인가, 하는 불만과 섭섭함이 올라왔다.
짜증 난 마음으로 알바 구인 사이트에 접속했다.
수많은 일자리가 있었다. 이 수많은 직장 중에 내가 갈 곳 어디 하나 없을까.
안일한 마음으로 나에게 맞는 조건들을 선택하고 조회 버튼을 눌렀다.
어라....?
10페이지를 훌쩍 넘어가던 페이지가 학력 '고졸'을 선택하자마자 그 많던 페이지가 훅 줄어들었다. 3페이지로 단축된 그 안에서도 2페이지가 넘어가는 항목들은 대부분 콜센터와 학습지 등 동일한 업체에서 등록한 내용들이었다.
이게 맞는 건가? 괜히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고졸이라고 공부하지 않고 놀기만 한 게 아닌데.
대학 진학한 아이들 모두가 다 나보다 열심히 살았나? 그건 절대 아니었다.
각자의 상황이 있었고, 서로 다른 분야에서 열심을 다했을 뿐이지 내가 대학에 진학한 아이들에 비해 노력을 덜한 것은 없었다. 난 그저 내 상황에 열심을 다했을 뿐인데. 현실은 차갑기만 했다.
세상은 말한다. 세상이 바뀌었다.
고졸이라고 무시받는 세상이 아니다. 취업 먼저 하고 원한다면 충분히 추후에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고등학교에 다닐 적에는 그 말이 사실인 줄 알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고졸이라고 무시하고 욕하는 게 이상한 거 아니냐.
하지만 진짜 현실은 고작 알바 구하는 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 않은가.
딱히 어려운 직무처럼 느껴지지 않는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최소 지원자격 요건이 초대졸이었다. 4년제 대졸자를 원하는 회사가 넘쳐났고 충분히 내가 할 수 있을만한 직무 같아 보임에도 학력의 문턱에 걸려 넘어졌다.
고졸이어도 차별이 없다? 세상이 바뀌었다? 아니. 그건 내가 취업을 목적으로 한 학교에 다녔기 때문이었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 고졸출신이라고 하면 '아, 그렇구나'하고 별생각 없이 받아들인다. 나의 학력이 대화하는데 딱히 문제 되는 것이 아니기에. 정작 나를 채용해 줄 회사들은 여전히 대졸자를 우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기업에서는 의무적으로 고졸 채용을 해야 하는 정책상 뽑아야 하기에 채용을 하고 있지만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는, 좋은 공기업에 들어갈 수 있는 고졸자들은 몇이나 될까?
나름 열심을 다하면서 살았는데
아직까지도 냉정한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마냥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