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원 이야기
산후우울증 (postpartum depression)
산모의 약 10%~20% 정도에서 발병되며 대개 산후 4주를 전후로 발병하지만 드물게는 출산 후 수 일 이내 혹은 수개월 후에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개 발병 3~6개월 후면 증상들이 호전되나 치료받지 않을 경우 증상이 악화되어 1년 넘게 지속되기도 합니다. 방치할 경우 산모 자신은 물론, 유아의 발달과 가족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남편과 함께 있던 병원에서 퇴원하고, 아이와 혼자서 조리원에 입소한 날이었다. 아이와 짐을 먼저 조리원으로 옮겨두고, 평소 앓고 있던 갑상선 피검사를 위해 남편과 종합병원으로 이동했다. 피검사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2시간 동안, 점심을 먹기로 했다. 복대로 조여 멘 아랫배가 여전히 불편했지만, 일주일간 고생했던 나에게 맛있는 음식으로 보상을 해주고 싶어, 병원 근처 브런치 레스토랑을 찾았다. 주말에만 가봤던 식당이라, 주차장을 한참을 헤매다가 결국 남편과 말싸움을 하게 됐는데, 그 말싸움이 내 안에 불씨가 되어버렸다.
일주일 동안 남편이 병원에 함께 있으면서 했던, 수많은 서운했던 행동들이 떠올랐다. 금식하고 있는 내 옆에서 족발과 맥주를 사다 먹고, 화상 수업을 듣는다며 티브이도 보지 못하게 하고, 새벽에 일어나 유축하고 있는 내 옆에서 코를 골면서 자고, 하루 2번뿐인 신생아 면회 시간도 온전히 함께 하지 않았던 것 등등... 무엇보다 나한테 '고생했어'란 따뜻한 말 한마디 안해준 남편이 너무 미웠다. 결국 2시간 동안 실컷 싸우다가 밥도 못 먹고, 다시 병원. 검사 결과를 듣는 의사 앞에서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수치가 이상이 없어서, 약을 좀 줄일 거라는 말이었는데, 갑자기 펑펑 우는 나를 보고 당황한 의사는 "혹시 아기한테 문제가 있어요?" 라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고, 병원을 나와서도 그치지 않았던 눈물은 그 날 자정까지 계속됐다.
내 상태가 안 좋아 보여서였는지, 그 날은 새벽 수유 콜도 없었다. 아침을 먹으면서 조리원에 있는 산모들과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유난스럽다고 생각했는데, 병원에서 이미 일주일 내내 울고 왔다는 산모부터 (이 병원은 남편도 출입 금지여서, 온전히 혼자 있었다고 했다), 나처럼 조리원에 들어오자마자 하루 종일 울기만 한 산모, 조리원에 온 지 일주일 지났는데, 아직도 종종 우울하다는 산모도 있었다. 서로의 우울감을 공유하면서, 우리는 조금씩 기운을 되찾았다. 방에 돌아와서 산후 우울증에 대해 검색해봤는데, 산후우울증은 우리가 겪는 이 감정보다 조금 더 한 단계 심각한 단계이며, 지금의 우리는 '산후 우울감'을 겪고 있었다.
출산 후 85%에 달하는 여성들이 일시적으로 우울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대부분은 일상적 생활에 장애를 초래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를 산후 우울감이라고 합니다. 대개 분만 후 2~4일 내로 시작되며 3~5일째에 가장 심하고 2주 이내에 호전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자연소실되지만 산후우울증으로 이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로 우울, 짜증, 눈물, 불안 및 기분변화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10~20%의 산모들은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우울증이나 정신병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몸과 마음이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조리원이라는 단절된 공간에 있다 보니, 외부에 있는 친정엄마와 남편과 통화를 하면 더 우울해지는 기분도 들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부럽고 미웠다. 불명확한 상태에 처하면 우리는 더 불안해진다. 내가 겪고 있는 이 감정이 무엇이고, 어느 정도가 지나면 호전될 감정이라고 알게 되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물론, 아침식사 시간에 조리원 산모들과 함께 공감하고 공유했던 이야기들이 가장 큰 힘이 되었다.
내가 약해졌는 때에는, 최대한 현재 내 상태에 대해 객관적으로 파악할 것.
그리고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과 서로의 상태를 공유하고 공감할 것.
가급적이면 나를 자극하는 외부 환경과 사람들과는 거리를 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