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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Jan 28. 2024

마흔이 이렇게 별볼일 없을 줄은 몰랐어

어제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친구가 눈물을 왈칵 터트렸다.

우리는 고등학교 친구이고 벌써 20년을 알고 지낸 사이인데 친구의 처음 보는 눈물은 당황스러웠다.


“내 인생이 이게 뭔가 싶어. 그냥 나는 이렇게 밖에 못사는 건가, 이모양 이꼴로 살라고 원래부터 정해져있는 거였나 싶다.”


별 탈 없이 평탄하게 살아온 친구였다. 그런데 그 평탄함이 나이 마흔이 되니 저주같이 느껴진걸까. 친구는 마흔이 되도록 뭐 하나 이뤄놓은 것 없는 자신이 너무 비참하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나 역시 최근 길을 걷다가 문득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 인생이 이렇게 별볼일 없을 줄은 몰랐네.‘


원대한 꿈과 목표는 없었지만 희미하게나마 상상했던 내 마흔의 모습은 결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sns속 사람들은 쉽게 성공하고 이른 나이에 그럴듯한 모습을 갖추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십대의 혼란스러움과 삼십대의 버거움을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고 있다. 마흔이 넘도록!


우리, 왜 이렇게 됐지? 친구와 나는 과거의 후회되는 지점들을 하나씩 꺼내놓기 시작했다.

- 서른살 워킹홀리데이 막차를 탔어야 했어

- 그때 작은 사업을 시작해봤어야 했어

- 그 일을 계속 밀고 나갔어야했어


우리는 젊은 시절 조금 더 용기내보지 않았음을 후회했다. 우리는 어렸고 해보지 않은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컸다. 또한 꾸준히 계속 하지 못했음을 후회했다.

그런데 정말 무서운 건 따로 있었다.


“그런데 우리 서른살에도 똑같은 이야기 했던 거 알아?”


이십대가 별볼일 없이 막을 내리고 서른이 시작될 때 우리는 지금과 비슷한 이야길 나눈 적 있었다. 스무살의 내가 생각했던 내 나이 서른은 좀 더 멋있고 성숙한 어른이었지만 나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똑같이 갈팡질팡했고 경제적으로도 크게 나아진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때의 우린 이렇게 서럽지 않았다. 오히려 깔깔거리며 웃었다. 큰 소리로 우리의 이십대가 끝났음을 한탄했지만 속으로는 아직 우리의 젊은 시간이 많이 남았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마흔은 인생의 한 부분이 막을 내린 기분이다. ‘시작’보다는 ‘결과’가 더 어울리는 나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10년 전에서 한발자국도 나아진 것이 없음에 좌절했다. 동시에 내 나이 오십에도 이렇게 한탄하고 있을까봐 두려웠다.


“에이, 마흔은 애기죠.”


예전에 김숙과 송은이가 팟케스트에서 했던 말로 기억한다. 김숙은 마흔 즈음부터 전성기가 시작됐다고 고백했다. 이런 케이스는 찾아보면 수두룩하다.

요리연구가 빅마마 이혜정은 마흔세살에 외국으로나가 요리를 제대로 시작했다.

박찬욱 감독은 긴 시간 이름없는 감독이었고 비로소 마흔살에 올드보이를 만들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김미경 강사도 마흔즈음에 김미경쇼 진행을 시작했다.

배우 윤여정은 어떤가. 일흔이 넘어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나만 빼고 모두가 일찍 성공을 거두고 잘 나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마흔 즈음부터 두각을 나타내고 시작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sns에서 많이 보았던 30대에 100억 자산가는 정말 드문 케이스라는 말이다.

나는 친구의 손을 잡고 말했다.


“지금부터 하면 되지. 별볼일 없는 지금이지만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야. 2,30대때 겁나서 용기내지 못했던 것들 지금부터 해보자."


언제까지 두려워만 할 수는 없으니까.

그땐 지금처럼 간절하지도 않았으니까.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보면 된다고 나 스스로에게도 말해주었다.

별 볼일 없는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용기내서 시작하는 것. 

그것만이 마음에 들지 않는 지금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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