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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penciler Sep 26. 2020

높은 연봉으로 이직할 때 주의할 점​

돈만 보고 갔다가 얼마 못 버티고 나왔던 이야기

4. 이직할 때, 그리고 이직 후 주의할 점​

높은 연봉을 받고 이직에 성공하면 그만큼 회사에서 기대하는 바는 클 수밖에 없습니다. 무언의 압박을 주기도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스스로 많은 책임감이 느껴서 부담을 갖기도 하고요.
 
저도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업무에 임했다가, 제 풀에 먼저 지쳐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연봉을 낮추더라도 다른 곳에 가야겠다 싶어서 면접을 보러 다니기도 했고요. 그리고 결국 4달 만에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 과정에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스스로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회사의 압박이나 스스로의 의욕을 떠나, 두 배의 연봉을 받는다고 모두 두 배의 일을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여러분이 절반의 연봉을 받는 분들보다 두 배의 역량을 가진 것도 아니고요. 단지 그만큼 여러분이 채용 시장에서 희소한 사람이고, 지금 회사가 여러분을 그만큼 원했기에 매칭이 되어 함께 일하게 된 겁니다.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뛰어난 역량을 보여 주는 건 누구나 시간이 필요한 일입니다.

게다가 여러분이 회사나 본인 스스로가 기대한 만큼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여러분의 월급은 그만큼의 성과를 내야 받는 게 아니라, 그 만한 가치를 가진 당신이 그 회사에 있어주는 가격이고 비용입니다. 좋은 인재를 비싸게 채용해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건 회사의 잘못입니다. (그렇다고 대충 일 하라는 건 아니에요!) 그러니까 이직 후 과도한 압박감과 스트레스로 자신을 너무 몰아세우고, 저처럼 빠르게 번 아웃되지 않길 바랍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과 업무 파악에 적어도 세 달은 걸리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보통 수습기간을 3개월로 두는 것이고요. 그리고 완전히 업무를 파악하고 운영하는 건 한 사이클(1년) 정도 되어야 합니다. 이렇듯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업무 속도 저하와 저 성과에 스스로 지치지 않도록 본인의 멘털 관리가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회사에서 잘해주지 않습니다. ‘비상식적’이고 ‘말도 안 되는 조건’으로 여러분을 채용했기에, ‘비상식적’이고 ‘말도 안 되는 성과’를 바라는 곳도 많고요. 물론 우리는 그런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할 수 있기에, 그 시간까지는 스스로를 꼭 잘 챙길 수 있길 바랍니다. 다행히 높아진 월급이 멘털을 잡아주는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필요하다면 멘털 관리에 돈을 아끼지 마세요. 업무가 익어가면 그때 좀 더 합리적으로 관리해도 괜찮습니다. 일단은 본인을 챙기세요. 우리는 그만큼 능력 있는 사람이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혹시라도, 정말 정말 새로운 회사가 잘 맞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면 이전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많은 제안을 받아보면서 다음 스텝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지금 받는 연봉 수준을 유지해 주는 곳이 있다면 좋겠죠? 그리고 다시 이직을 하지 않더라도, 내가 갈 수 있는 다른 곳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마음에 큰 위안을 얻을 수 있으니까, 알아보는 일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어느 곳에서든 좋은 조건과 즐거운 일을 꼭 쟁취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
 
5. 에필로그 : 돈 보다 더 큰 행복을 얻다.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갑자기 두 배 넘게 연봉이 오르면서 억대 연봉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엄청난 소득의 변화에서 가장 좋은 건, 돈 보다도 그 과정에서 자존감과 자신감이 커졌다는 겁니다. '나는 이렇게 좋은 조건으로 일할 수 있는,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자존감과 자신감, 그리고 '가족에게는 더 든든한 남편과 아빠가 되었다는 안도감과 자부심'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더 당당하게, 주도적으로 만들어 주었고 저 자신에게 더 큰 행복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여기에 '설령 지금의 회사가 아니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꽤 좋은 보상 수준의 회사로 옮길 수 있다'는 위안과 안도감도 얻었습니다.

단순히 돈을 더 버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돈과 시간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도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일당이 40만 원이 되고, 시급이 5만 원이 되고 나니, 그보다 낮은 비용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은 자연스럽게 아웃소싱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시간은 또다시 자기 계발이나 외주 업무,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졌고, 이런 경험들로 점점 더 효율적인 인생이 펼쳐지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돈보다 일에 대한 만족도, 그리고 앞으로의 커리어를 생각하며 일할 수 있게 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더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 간다고 느껴집니다.

이렇게 ‘내’가 바뀌니, 주변도 바뀝기 시작했습니다. 여유가 생기니 가족들에게 더 너그러워졌고, 친구들을 잘 챙겨서 좋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직장 동료들의 생일에도 부담 없이 기프티콘을 쏴 줄 수 있고, 이런 작은 성의는 원활한 업무관계로 더 크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월급이 올랐다고 이렇게 삶이 달라진 게 창피하고 민망하기도 합니다. 내가 이렇게 쉽고 안 비싼 사람이었구나 싶어서 웃음도 나옵니다. 하지만 명확한 건, 3백만 원의 월급을 받던 2년 전에 비해 제가 훨씬 더 행복해졌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과정에서 또 한번의 이직이 있었습니다. 새로 가게 된 곳은 예전부터 일 해보고 싶던 곳이기도 했고, 앞에서 이야기 했던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이라 커리어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연봉 상승 요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미 높은 세금을 내는 소득구간이라 의미있는 연봉 상승이 어렵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 쪽에서 선뜻 더 높은 조건과 스톡옵션까지 제시하며 저를 스카웃 해 주었습니다. 아직은 이 방향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족한 글임에도 끝까지 읽어 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겪은 이 행복의 길에 당신도 함께 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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