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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키 Jan 20. 2022

수어로 대화하던 커플을 보며 깨달은 점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를 보고 느낀 점


몇 년 전에 지하철에서 수어로 대화하는 두 사람을 본 적이 있어요. 젊은 연인으로 보였던 두 사람의 다채로운 표정이 떠올라요.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는 내내 활짝 웃었고, 찡그렸고, 눈썹을 아래로 늘어뜨려 슬픔을 표현했어요. 그들을 보다가 문득 차창에 비친 저를 봤어요. 아무런 표정이 없었죠. 제 옆의 사람들도 다들 마찬가지였어요. 표정 없이 휴대전화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어요.


집콕 생활이 길어지고 비대면이 생활화된 요즘. 저는 다시 소통에 관해 생각해 봐요. 당장 유튜브를 틀어만 봐도 소통에 관한 지침과 조언들이 참 많이 돌아다녀요. 이를테면  '말 잘하는 법'이라든지 '직장 생활에서 이렇게 저렇게 대처하는 법'이라든지... 저도 그런 영상들을 클릭해보곤 해요. 영상에선 스타트업 N년차 전문가, 심리상담가, 정신과 교수, 변호사, 의사 등등의 다양한 사람들이 조언하더라고요. "쌔하면 손절하세요." "웃으면서 차분하게 말하세요." "일은 일의 영역으로 두고, 좋아하는 것은 집에서 하세요." 등등. 하지만 그런 것은 일시적인 기교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궁금해져요.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진정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무엇이지? 우리는 어떻게 하면 덜 외로워질 수 있을까?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의 한 장면, 장소는 히로시마.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는 말이 통하지 않을 때에도 가능한 소통을 이야기해요. 주인공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 분)는 배우이자 감독이에요. 사랑하는 아내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겪어요. 그 후로 그는 안톤 체호프의 『바냐 삼촌』을 각색한 연극을 연출하러, 도쿄에서 히로시마로 떠나요. 영화는 카후쿠와 운전사인 미사키(미우라 토코 분), 그리고 카후쿠의 아내가 죽기 직전에 불륜을 맺었던 상대인 젊은 배우 타카츠키(오카다 마사키 분)와의 관계를 내내 따라가요. 


연극 감독으로서 가후쿠의 연출 방식은 독특해요. 그의 연극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등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죠. 영화를 보면서 저는 몇 년 전에 지하철에서 봤던, 수어로 말하던 커플이 떠올랐어요. 우리는 입으로 주고받는 말을 소통의 필수 요소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말을 빼고도, 많은 것들로 서로 대화를 나눠요. 눈빛, 표정, 손짓, 체온... 이 영화는 살면서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던 타인의 마음에 들어가 보는 이야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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