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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키 Aug 10. 2023

비 오는 밤에 들은 노래

Unforgettable, 산책, Both Sides Now

부처님 오신날부터 온종일 비가 곱게 내렸다. 출산을 앞둔 일요일 새벽, 잠이 오지 않아 빗소리를 듣다가 노래 3곡을 들었다. 


나탈리 콜의 'Unforgettable' 

재즈 가수 냇 킹 콜이 불러 여전히 사랑받는 노래 'Unforgettable(잊을 수 없는)'. 냇 킹 콜의 딸인 나탈리 콜은 아버지가 생전에 부른 이 노래에 자신의 목소리를 더했다. 이 노래를 부르던 시점에 나탈리 콜의 나이는, 스크린에 비친 젊은 아버지보다 몇 살 더 많았다. 젊은 시절 아버지와 나이가 든 딸과의 듀엣이 뭉클하다. 내가 10대였을 때 처음 들었던 노래다. 부드럽고 따뜻한 노랫말과 느낌이 좋아 지금도 가끔 듣는다. 


Unforgettable in every way 
잊을 수 없어요. 모든 면에서 
And forever more, that’s how you’ll stay 
영원히 당신은 그렇게 머무르겠죠.
That’s why, darling, it’s incredible 
달링, 너무 좋아서 믿을 수 없어요. 
That someone so unforgettable 
그토록 잊히지 않는 누군가에게
Thinks that I am unforgettable too
나 역시도 잊히지 않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소히의 '산책' 

가수 소히가 노랫말을 쓰고, 불독맨션의 이한철이 작곡한 노래. 이한철, 백예린이 부른 버전도 참 좋다. 노랫말 가운데 이런 부분이 있다. '따뜻한 손 그리고 그 감촉, 내가 쏙 들어앉아 있던 그 눈동자, 그 마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사랑을 주던 그가 보고 싶어 지네.' 내가 쏙 들어앉아 있던 그 눈동자... 그 부분이 참 좋아서 나는 조용히 입으로도 따라 되뇌어 본다. 


한적한 밤 산책하다 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얼굴 
반짝이는 별을 모아 그리는 그런 사람 
좁다란 길 향기를 채우는 가로등 빛 물든 진달래 꽃 
이 향기를 그와 함께 맡으면 참 좋겠네 
보고 싶어라 그리운 그 얼굴 
물로 그린 그림처럼 사라지네 
보고 싶어라 오늘도 그 사람을 떠올리려 산책을 하네


조니 미첼의 'Both Sides Now' 

영화 <코다>에서 주인공 루비가 가족을 위해 부른 노래. 루비는 코다(CODA, 청각 장애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인데, 노래를 좋아하고 재능도 있다. 하지만 부모님은 루비가 노래로 대학에 가기보다는, 가족 곁에서 의사소통을 도와주며 어업에 함께 종사해 주기를 바란다. 영화 막바지에 루비가 이 노래를 부를 때 펑펑 울었다. 울도록 설계된 영화였기에 울기 싫었지만 결국은 눈물 콧물 쏟았다. 캐나다의 싱어송라이터 조니 미첼의 1969년 노래. 노랫말처럼, 나 역시 삶의 양쪽을 모두 봤다고 자신하다가도, 사실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I’ve looked at love from both sides now
난 이제 사랑의 양쪽을 봐요
From give and take, and still somehow
주고받는 건, 어쨌거나 여전히
It’s love’s illusions I recall
내가 기억하는 건 사랑의 환상
I really don’t know love at all
난 사랑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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