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예정일 사흘 전. 몸에는 별다른 조짐이 없다. 내 인생에 이렇게 평화로운 몇 달이 있었나? 임신 전에 나는 해야 할 일이 많았다. 누가 의무를 주지 않아도 스스로 의무를 만들어가며, 나를 정신적으로 피곤하게 볶는 편이었다. 예를 들면 '더 잘해야 해, 더 많이 읽어야 해, 책을 내야 해, 인정받아야 해, 좋은 회사로 옮겨야 해...' 하지만 안달복달한들 더 잘 되진 않았다.
요즘은 생활이 아주 단순해졌다. 읽고, 쓰고, 걸어 다니고, 먹고, 음악 듣고, 누워있는다. "진짜 이렇게 평화로운 적이 내 인생에 없었다니까." 그러자 남편이 대답했다. "태풍의 눈이 얼마나 고요한지 알지? 이제 귀여운 태풍이 온다."
많이 아플까? 그래도 하루이틀 아프면 되니까.
아기가 태어나면 정말 내 시간이 사라질까? 그래도 남편이 육아휴직을 내는 기간에는 버텨볼 만하겠지.
육휴가 끝나면? 그 뒤는 아직 상상하고 싶지 않아.
배에서 꼼지락거리는 아이와 곧 있으면 분리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대신에 이젠 얼굴을 보고 눈을 맞추고 옷을 갈아입히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누군가와 이렇게 열 달 동안 진득하게 붙어있어 본 적이 있었나? 나도 엄마 배 속에 열 달 있던 게 마지막일 것이다.
"나 어떤 엄마 될 것 같아?"
남편에게 물었더니 "모르겠어."라는 말이 돌아왔다. 남편은 내게 잘해주듯이, 정말 다정한 아빠가 될 것 같다. 나는 아이를 아주 사랑할 것은 분명하고, 가끔은 아주 무서울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엄마가 될지 나도 모르겠다.
언젠가 나는 엄마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편안하고 기쁘게 살면 좋은 거야. 그게 돈 많은 것보다 좋다니까. 아주 어릴 적에는 돈이 뭔지도 잘 몰라. 오히려 엄마 아빠가 슬픔과 괴로움을 꾹꾹 참으면서, 자식만 바라보면 더 부담스럽다고."
엄마가 그랬다. "네가 자식 낳아봐. 그게 마음대로 되나."
나는 어떤 엄마가 될까. 내가 엄마에게 말했던 대로, 나 자신으로서도 충분히 편안하고 기쁜 엄마이자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이제 실전의 시간, 내가 아이에게 평가받을 시간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