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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키 Aug 10. 2023

아기를 만난 지 이틀 째

연두 2일, 모유 수유 연습하고 너를 3분 동안 안아봤다

아기가 태어나고 이튿날. 


아침엔 남편과 병실에서 두 번째 미역국을 먹었다. 출산휴가를 낸 남편은 내게 정성을 다해준다. 나를 부축하며 "얼굴이 말끔하네~"라고 말하고, 내게 물을 떠다 주면서 행복하다고도 한다. 우린 서로에게 행복하다고, 운이 좋다고 계속 얘기한다. 어제 오후의 흥분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남편이 아기의 탯줄을 끊은 순간, 드라마에서 들었던 그대로의 "으아앙" 아기 울음소리, 수술대에 누워있는 내 옆얼굴로 뉘인 아기의 퉁퉁 불은 얼굴, 내 눈에서 흐른 눈물... 앞으로도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서 수 천 수 만 번 재생될 장면들이다. 


오늘은 아침과 저녁에 두 번 수유 지도를 받았다. 아기에게 처음 젖을 물려봤다. 출산 다음날이라 그런지 아직은 모유가 나오지 않았고 아기도 무는 법을 몰라 멀뚱멀뚱했다. 나도 아기도 연습이 필요하다. 그래도 아기를 3분 이상 처음 안아보기는 처음이었다. 기분이 참 좋았다.   


남편은 온종일 바빴다. 낮엔 주민센터에서 출생신고를 했고, 몇몇 복지 서비스도 신청했다. (부모수당, 아동수당, 한전에 전기세 감면 요청 등이다.) 내일은 아기와 함께 다 같이 산후조리원으로 옮겨야 한다. 남편은 저녁에 급히 당근마켓에서 휴대용 아기 바구니 카시트도 구해왔다.


남편이 나간 사이에 나는 깜빡 잠들었다. 생생한 꿈을 꿨다. 여러 사람이 공동 작가인 책을 내는 꿈이었다. 공동 작가의 명단에는 내가 안 좋아하는 어떤 사람도 있었다. '뭐야, 왜 이 사람이 있어?' 싶었다. 어쨌든 꿈속  책에는 내 글도 있어서 한 번 읽어봤다.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꽤 괜찮았다는 느낌이 남았다. 


낮잠을 자다가 또 다른 꿈도 꿨다. 2년 전 결혼한 친구 커플이 웨딩박람회에 가는데, 나도 따라가는 꿈이었다. 친구 커플은 웬 클래식 라디오 진행자의 무료 강연을 듣겠다고 했다. 그들은 내게도 같이 가겠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나는 "아냐, 괜찮아." 하고는 밖으로 나와 도시의 빌딩숲을 걸었다. 


언젠가 지금 이 순간도 꿈처럼 지나가려나?  

그래도 이렇게 기록해 두면 조금은 덜 꿈인 것 같고 더 현실 같다. 


언젠가 아기는 목을 가눌 것이다. 나와 눈을 맞추고 웃고, 내게 안기고, 말을 하는 어린이가 되겠지. 언젠가는 내게 말 못 하게 될 비밀이 생기고, 또 훗날에는 독립할 아이의 미래를 상상해 본다.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매 순간이 아까우면 어쩌지. 언젠가 나는 백발의 할머니가 되어 지금 이 시간을 꿈같았다고 기억하게 될까? 


사람들이 '꿈만 같다'거나 '꿈같은 하루'였다고 말할 때, 그 관용어에는 '현실에선 일어나지 않을 법한 달콤한 꿈'이라는 뉘앙스가 담겨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이제부터 꿀 꿈들이 좋은 꿈이라면 좋겠다. 


다음 이야기는 아래에 

출산한 지 3일, 아침에 꾼 꿈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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